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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지원사업비가 뭐길래…농림부 vs 금감원 갈등에 눈치보는 농협금융


입력 2020.07.15 05:00 수정 2020.07.14 16:48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매년 수천억씩 중앙회로 흘러 들어가는 돈에 금감원 '제동'

"금융사 건전성 저해" vs "농민 위한 자금" 대립각에 '눈치'

NH농협금융지주 농업지원사업비 납부 금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NH농협금융지주 농업지원사업비 납부 금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농협 금융 계열사들이 해마다 농협중앙회에 내고 있는 농업지원사업비를 둘러싸고 금융당국이 또 다시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이로 인한 농협 소속 금융사들의 출혈이 과도하다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이에 대해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 발전에 쓰이는 해당 자금을 금융 논리로 재단해선 안 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이처럼 정부 부처 사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양쪽 모두의 눈치를 봐야 하는 NH농협금융그룹의 입장만 점점 난처해지는 모양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NH농협은행을 상대로 농업지원사업비와 관련한 경영유의 조치가 의결됐다.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유의를 통보 받은 금융사는 정해진 기한 내에 지적받은 내용들에 대한 개선·대응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 역시 부적정하다고 판단 시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이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농업지원사업비를 농협중앙회에 납부하고 있는데, 관련 금액이 은행의 손익 등 재무 현황과 무관하게 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실적과 자본적정성 등을 반영하지 않고 부과되는 대규모의 지출이 농협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제고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는 만큼, 농업지원사업비 산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은행을 비롯해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등 농협금융 자회사들이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분담금이다. 농업인 교육 등 농협중앙회가 추진하는 농업지원 활동에 수익 일부를 환원한다는 취지다. 2016년까지는 회계 처리 시 명칭사용료라는 항목으로 처리됐다. 그러다 농협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데 내야 하는 비용이 왜 그렇게 비싸냐는 비판이 이어지자 오해를 없애기 위해 지금의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농협중앙회는 각 금융 계열사의 직전 3년 간 평균 영업수익이 10조원을 초과하면 그 중 1.5~2.5%를, 3조~10조원은 0.3~1.5%, 3조원 이하는 0.3% 이하로 농업지원사업비를 부과해 왔다. 농업법에서도 영업수익 또는 매출액 대비 2.5% 범위에서 농업지원사업비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 낸 농업지원사업비만 3조원을 웃돌고 있다. 농협금융이 별도 법인으로 분리된 2012년 4351억원을 시작으로 ▲2013년 3535억원 ▲2014년 ▲3315억원 ▲2015년 3525억원 ▲2016년 3834억원 ▲2017년 2638억원 ▲2018년 3857억원 ▲2019년 4135억원 등 총 3조1180억원이다. 농협금융이 단순 지주사임을 감안하면 실상 이 같은 농업지원사업비는 모두 자회사들로부터 거둔 돈이다.


이런 농업지원사업비가 금융사가 실제 손에 쥔 순이익이 아닌 매출을 기준으로 매겨진다는 점은 더욱 어깨를 무겁게 하는 대목이다. 실적이 적자가 나더라도 농업지원사업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례로 최근의 사례를 돌아보면, 농협생명은 11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2018년에도 628억원에 이르는 농업지원사업비를 납부해야 했다.


이 때문에 농업지원사업비는 늘 논란의 대상이었다. 특히 금융당국은 농업지원사업비가 농협 금융사들의 건전성 개선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며 조정을 요구해 왔다. 이에 농협의 농업지원사업비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단골 지적 사항으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농협금융이 선뜻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율 조정을 위한 농협중앙회 정관 변경이 농림부의 사전 승인사항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스탠스도 신경 쓰이는 요소이긴 하지만, 자칫 총대를 메고 나섰다가 또 다른 정부 부처로부터 미운털이 박힐까 우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아울러 농협으로서는 여전히 농림부가 핵심 정부 부처임을 고려하면 함부로 불만을 표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 농업인들을 위해 농업지원사업비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농림부의 주장을 농협이 대신 되풀이하고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을 중심으로 금융당국의 압박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사태로 향후 금융사들의 건전성이 악화될 공산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으로서는 농협의 농업지원사업비 문제를 다시 꺼내들 충분한 명분이 생긴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업지원사업비를 둘러싼 갈등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금감원이 또 이를 지적하고 나선 배경에는 그 만큼 자신감이 깔려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금융사들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진 현실이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새 국회 국감에서 농업지원사업비를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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