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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성의 여정] 秋 아들의 휴가연장, 일반병사라면 가능했을까


입력 2020.07.08 07:00 수정 2020.07.07 23:17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지난 1일 국회 법사위 긴급 현안보고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1일 국회 법사위 긴급 현안보고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복무 당시 휴가 미복귀 의혹으로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휴가 복귀도 전에 상부에서 연장지시가 내려왔다는 점에 주목해 직권남용이 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관련 사건은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다.


추 장관은 "군복무를 성실히 한 아이"라며 울분을 토하듯 억울함을 호소한다. 다리 수술을 했기 때문에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됐지만, 공직자 부모 때문에 군대를 갔다는 것이다. 복무 중 의도치 않은 질병으로 휴가를 사용했을 뿐 '황제복무'와 같은 특혜는 없었다는 게 추 장관의 항변이다.


나아가 "검언유착으로 보호하고 싶은 아들의 신변까지도 낱낱이 밝히는데 감탄하고 있다. 경이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며 "무엇이 진실인지 빨리 수사해서 언론과 합세해 문제투성이를 만들어 국회에서 떠드는 일을 하지 않기 바란다"고 검찰과 언론, 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아들 감싸기 의혹이 일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따로 법사위 발언 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질병을 치료하는데 장기간 휴가를 사용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이는 없다. 군복무 중 얻은 질병이라면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치료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


추 장관의 아들 서씨는 질병을 이유로 10일 간 휴가를 나왔고, 10일을 더 연장해 20일의 휴가를 보냈다. 휴가가 끝날 즈음 한 차례 더 연장을 신청했다. 추가신청이 불허되자 미복귀 후 무마가 된 것인지, 추 장관의 주장처럼 부대와 상의해 또 휴가를 얻은 것인지는 검찰에서 밝혀질 문제다.


하지만 범죄여부를 떠나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이라면 추 장관 아들 사례를 들었을 때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집권여당 대표의 아들이 아닌 일반병사였다면 질병을 이유로 20일 이상의 휴가가 받아들여졌을까. 적어도 의무대나 국군통합병원 진단 등 수많은 절차가 필요했을 것이고, 복귀를 하지 않고 외부에서 휴가를 두 차례나 연장하는 것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장병들은 웬만한 질병은 참거나 숨기면서 병영생활을 이어간다. 빠진 자리를 채워야할 전우들에 대한 미안함, 조직생활에 따른 주변 눈치 보기 등 수치화하기 어려운 많은 환경적 요인들이 작용해서다. 이것이 옳다는 게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얘기다. 뇌수막염을 앓고 있는 훈련병의 치료시기를 놓쳐 사망한 사건이 벌어진 게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그렇다면 추 장관이 '검언유착' 혹은 '악의적 프레임'을 주장하기 전에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혹여 제 아들 사례로 허탈감을 느끼는 병사나 가족이 있다면 유감이다. 어떤 병사라도 질병이 있다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정도의 입장은 내놨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이 한여름 불볕더위에 웬만한 고통쯤은 참아가며 자신의 자유를 희생해 국가를 지키고 있는 수십만 장병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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