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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호재’였던 트롯맨 발굴, ‘악재’로 변해가나


입력 2020.06.21 14:00 수정 2020.06.22 01:4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미스터트롯' 인기 편승한 프로그램들,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문

ⓒJTBC, TV조선 ⓒJTBC, TV조선

TV조선의 ‘미스터트롯’을 통해 새로운 트롯맨들을 발굴해낸 것은 분명 호재(好材)였다. 중장년층에서만 주로 소비되던 트로트를 젊은 세대까지 끌어안으면서 소비폭을 넓힌 건 트로트 업계에서도 반길만한 일이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예능가에서도 트롯맨들은 시청률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스터트롯’ 방송 이후 출신 가수들은 우스갯소리로 나돌던 “틀면 나온다”는 말을 몸소 증명한다. 순위권에 든 TOP7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는 물론이고 순위권에 들지 못한 출연자들도 각종 예능에 출연하면서 ‘미스터트롯’의 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소위 ‘대박’을 친 프로그램의 뒤로는 유사한 포맷의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졌다. ‘미스터트롯’ 만큼의 시청률을 올리지 못했지만, 최근 다수의 예능프로그램들이 한 자릿수 시청률로 고전하는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성적을 냈다. 하지만 앞선 선발주자와 다를 바 없는 후발 예능의 화제성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SBS의 ‘트롯신이 떴다’는 방영 초반 15%를 넘어서는 시청률을 보였지만, 최근 연이어 시청률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초반의 기세는 사라지고 지난 17일 방송된 15회가 6.2%(1부), 7.2%(2부)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종영한 MBC에브리원의 ‘나는 트로트가수다’는 마지막 방송 시청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최종화 뿐만 아니라 방송 내내 1%를 겨우 넘어서는 시청률로 고전했다. MBN의 ‘트로트퀸’ 최고 시청률이 3%대에 그치면서 마냥 웃을 수 없는 성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최근 방송사들은 ‘최애엔터테인먼트’ ‘보이스트롯’ ‘트롯전국체전’ 등 노골적으로 트로트의 인기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역시 각자의 차별화 없이 그저 그런 트로트 경연 수준에 머문다면 앞서 굴욕적인 시청률을 보인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의 뒤를 잇는 ‘실패작’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여행 예능이 사라지고, 야외 촬영 역시 위축된 분위기가 이어지는 등 제한적인 예능의 범위가 트로트 콘텐츠의 범람을 이끌었다는 의견도 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더 정확하게는 제작진의 창의력 부족이 코로나19로 드러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전부터 방송가에서는 하나의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그 열기에 휩쓸려 고민 없이 비슷한 프로그램을 찍어내는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제작자들 역시 이런 행태가 콘텐츠의 질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트로트라는 장르 자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시청률을 올려야 하고, 아이디어는 없으니 당장의 인기에만 편승하려는 ‘꼼수’를 쓰게 되는 셈이다.


프로그램 베끼기도 큰 문제지만,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화제성 높은 출연자들을 무분별하게 끼워 넣는 사례들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물론 토크 프로그램이나 게스트와 호흡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들을 섭외하고 그들이 가진 스토리를 끌어냄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정보와 재미를 줄 수 있다.


하지만 트로트와 전혀 연관성이 없거나 어울리지 않는 포맷에 이들을 욱여넣는 행태는 ‘호재’였던 트롯맨의 발견을 ‘악재’로 만드는 행위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원석’과도 다를 바 없는 트로트 가수들을 불러놓고 불필요한 소비를 통해 이미지를 소진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도 같은 출연자들이 여러 프로그램에 중복돼 나오면서 겹치는 내용들도 다수 존재한다.


한때 스포츠 1인자로 불렸던 이들의 조기축구 도전을 다루는 JTBC 예능 ‘뭉쳐야찬다’는 ‘미스터트롯’ 출신들을 섭외해 축구와 전혀 무관하게 노래를 시키는 등으로 분량을 소비해 비판을 받았다. TV조선 ‘아내의 맛’도 셀럽 부부들이 식탁에서 소확행을 찾는다는 기획 의도와 달리 ‘트롯의 맛’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들을 대거 출연시키고 있다.


심지어 TV조선은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를 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에 카메오로 활용했다.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생애 첫 사극 연기로 색다른 ‘도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자칫 진지한 극의 흐름을 깨뜨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행사나 콘서트를 뛰지 못하는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들에게 여러 기회가 주어지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롱런’을 위해서라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임엔 분명하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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