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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첫 오프라인’ 평창영화제, 우려 씻을 기대 포인트 톺아보기


입력 2020.06.19 09:04 수정 2020.06.19 09:08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남북관계 급랭에 평화 모색 영화제 더욱 필요

청정 강원도에서 야외상영 및 방역·소독 철저

남북평화→세계평화, 34개국 96편 5일간 상영

ⓒ연합뉴스 ⓒ연합뉴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영증-19(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관객과 함께하는’ 영화제가 18일 오후 8시 개막했다.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다.


한 달을 미뤄 지난 5월 28일~6월 6일 개최했지만 결국 무관중영화제 및 온라인상영으로 대체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이후, 온·오프라인 상영을 병행하며 오는 7월 9일 개막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앞두고 ‘오프라인 영화제’ 성공의 시금석이 되는 모양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개막 불과 이틀 전에 발발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급작스레 냉각된 남북평화 분위기도 평창영화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최지가 접경지역인 강원도라는 점을 들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지난 2018년 당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평창이 한반도 평화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 이것이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신설로 이어졌던 것을 상기하면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영화제를 준비한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더욱 절실한 평창영화제 개최의 의의와 안전 대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로터리에서 치러진 개막식에서 영화제 전반을 총괄한 문성근 이사장은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은 ‘다시 평화’이다. 엊그제 다시 멈춰서는 남북관계를 보면서 평화가 이렇게 간절할 수가 없다”면서 평화를 기원하는 평창영화제가 더욱 필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영화제 준비를 위해 발로 뛴 방은진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를 용감하게 감행할 수 있었던 건 강원도라는 특성 때문이었다. 야외 상영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었다”며 코로나19와 관련한 우려에 대해 일축했다.


실제로 대관령도서관, 포테이토클럽하우스, 알펜시아 시네마·콘서트홀·뮤직텐트 5곳의 실내상영관 외에도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대관령눈꽃축제장, 월정사, 평창읍 바위공원, 용평리조트 야외무대 총 4곳에 야외상영장이 마련됐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때 메달플라자로 활용된 횡계로터리 일대에 마련된 개막식 행사에도 주최 측은 500명만 초청했다. 좌석 간 거리두기를 엄격히 적용한 조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해외 영화 인사들에 대한 초청은 취소됐고, 각 상영관 매일 방역 및 상영관 입장 전 손 소독과 체온측정이 진행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할까. 남북관계 냉각을 예측했던 것은 아니지만 영화제 측은 지난해 ‘남북평화’영화제를 올해는 ‘국제평화’영화제로 평화의 의미를 확장, 영화제를 준비해 왔다. 그 결과 11개 섹션에 34개국 96편의 영화가 평창을 찾았다.


북한영화 5편을 만날 수 있는 ‘평양시네마’ 섹션이 올해도 계속되지만 강원도에서 제작된 10편의 영화를 만나는 ‘강원도의 힘’, ‘남부군’ 정지영 감독의 마스터클래스, 여성 영화감독 5명과 함께하는 ‘여성, 영화, 토크’ 등 다양한 차원에서 평화에 생각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특히 명콤비 구교환 감독과 이옥섭 감독이 함께한 단편 8편이 상영될 ‘클로즈업: 이옥섭×구교환’ 특별전 스페셜 토크는 예매 20초 만에 매진됐다.


세계평화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세계적 신인 감독들의 영화들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선댄스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은 ‘얄다, 용서의 밤’, 로카르노영화제 신인감독 경쟁부문 황금표범상을 받은 세네갈 영화 ‘나피스 파더’ 등 볼만한 영화가 많다, 칸국제영화제를 거쳐 온 영화들도 눈에 띈다. ‘트리 오브 라이프’ ‘씬 레드 라인’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테렌스 맬릭 감독의 ‘히든 라이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을 거부하고 핍박을 선택한 오스트리아인 프란츠 야거슈테터의 삶을 그렸다. 지난해 칸영화제 신인감독상 수상작인 ‘나의 어머니, 우리의 어머니들’은 과테말라 내전을 배경으로 전쟁범죄의 진실을 드러낸다.


뛰어난 재능을 나치에게 이용당한 인물들이 전쟁의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들도 있다. 올해 평창영화제 개막작인 토르 클라인 감독의 ‘어느 수학자의 모험’은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한 천재 수학자의 삶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전달한다. ‘토탈 이클립스’ ‘유로파 유로파’ ‘비밀의 화원’을 연출한 폴란드 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의 ‘샬러턴’은 20세기 초 공산주의와 나치 정권에 이용당한 약초학자이자 대체의학자인 얀 미콜라섹의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주목할 만한 주제를 조명하는 POV 섹션에서는 ‘안녕, 아이들’을 주제로 8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학교폭력과 복잡한 삶의 단면을 담은 노르웨이 영화 ‘아이들을 주의하라’, 영화 ‘가버나움’을 연출한 여성 감독 나딘 라바키가 주인공 교사를 연기한 작품으로 산골 학교 어린이들의 순수함과 전쟁의 비극이 교차하는 ‘1982’ 등이다.


18일 개막식은 방은진 집행위원장과 영화 '메소드'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배우 박성웅의 사회로 진행됐다. 정지영 배창호 이준익 임필성을 비롯한 감독들, 권해효 조진웅 김혜나 등 배우들이 자리를 빛냈다.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오는 23일까지 열린다.


오는 7~8월 서울과 인천, 경기 부천과 충북 제천 등지에서 열릴 다양한 영화제들이 한결 낮아진 불안감 속에서 더욱 많은 시네필(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의 발길로 치러지기 위한 첫 단추, ‘2020 첫 오프라인 영화제’ 평창을 향한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쏠려있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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