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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고객 불만 들끓는데…금감원 미스터리쇼핑 '차일피일'


입력 2020.06.17 05:00 수정 2020.06.16 22:57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매년 진행하던 암행 감사…코로나 여파에 일정 지연

펀드 불완전판매 논란 최고조…실태 점검 '시계제로'

금융감독원이 해마다 국내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미스터리쇼핑이 올해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뉴시스 금융감독원이 해마다 국내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미스터리쇼핑이 올해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뉴시스

금융감독원이 해마다 국내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미스터리쇼핑이 올해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미스터리쇼핑은 감독자가 고객으로 가장해 영업 현장의 실태를 평가하는 일종의 암행 감사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이미 시작됐어야 할 일정이 계속 뒤로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가 예기치 못한 변수이긴 하지만, 최근 은행에서 판매됐던 펀드에서 잇따르고 있는 대규모 손실로 고객 불만이 정점을 찍고 있는 만큼 미스터리쇼핑을 통한 현장 점검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초 올해 상반기로 계획돼 있던 금감원의 미스터리쇼핑이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된 이후 아직도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은 원칙적으로 하반기 중에는 미스터리쇼핑에 돌입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스케줄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금감원의 미스터리쇼핑 수요를 소화할 능력을 갖춘 외부기관이 약 세 곳 정도로 많지 않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당장 미스터리쇼핑에 돌입하려 해도 해당 기관들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곧바로 현장에 나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통상적으로 검사에만 2주가 걸리고 평가 결과까지 1개월 이상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기존 플랜대로 미스터리쇼핑이 이뤄지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이다. 그렇다고 다른 의뢰업체를 찾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미스터리쇼핑을 대행하는 업체는 많지만 금융 상품을 위주로 하는 곳은 드물어서다. 또 금융사들도 이들에게 자체 미스터리쇼핑을 맡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정 조율은 더욱 힘들 수 있다.


금감원은 매년 특정 주제를 정해 금융사 점포들에 대한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해 왔다. 지난해에는 변액보험 판매를 점검하기 위해 생명보험사 영업 현장을 검사했고, 2018년에는 은행과 증권사에서 팔리는 파생상품을 둘러싸고 불완전판매 소지가 없는지를 살폈다. 불완전판매란 금융사가 고객에게 상품의 기본 구조나 자금 운용, 원금 손실 여부 등 주요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판매한 경우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금감원이 은행에서 판매되는 펀드 상품을 중심으로 미스터리쇼핑을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손실과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 손실 등 은행에서 주로 팔린 금융 상품들에서 소비자 피해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금감원의 부실한 관리·감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져온 탓이다. 이에 금감원은 올해 미스터리쇼핑 관련 예산을 지난해 대비 두 배까지 늘려 잡아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논란이 된 DLF는 독일과 영국 등의 채권 금리와 연계된 파생상품이다.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금리가 예상과 달리 급락하자 약정대로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은행이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손실위험이 없는 안전한 상품이라고만 강조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금감원은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보고 은행들에게 투자 손실의 40~80%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DLF 사태로 일부 영업정지와 함께 최고경영자가 중징계를 받으면서 경영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DLF에 이어 터져 나온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이슈에서도 태풍의 핵심은 은행들이었다. 수익률 조작과 폰지 사기 등이 뒤엉킨 라임 펀드 중 3분의 1 가량이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들은 최근 피해 보상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만 투자자들은 애초에 판매해서는 안 될 상품이었다며 손실금 전액 보상과 은행들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손실을 낳은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는 2017~2019년 IBK기업은행이 팔았던 상품이다. 그런데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상당수 펀드가 환매 지연에 빠진 상태다. 기업은행은 우선 투자 금액 일부를 투자자에게 선지급한 뒤 미국에서 자산 회수가 이뤄지는 대로 나머지 투자금을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 창구에서 취급된 펀드들에서 줄지어 문제가 발생하면서, 은행들이 무리하게 금융 투자 상품을 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커져만 왔다. 그리고 이를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금감원에 대한 비판도 함께 확산되는 흐름이다. 금감원이 연례행사로 실시하던 미스터리쇼핑에 대한 필요성이 올해 유독 부각되고 있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활발한 활동에 제약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금융사 점포들이 정상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스터리쇼핑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한 말로 들릴 수 있다"며 "현장에서 손실 가능성이 다분한 투자 상품들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면밀한 조사가 빠르게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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