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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visa) 받고, 북한 가자!”


입력 2020.06.12 09:30 수정 2020.06.12 09:22        데스크 (desk@dailian.co.kr)

한반도에 북한과 남한의 민주당과 청와대만 있나?

같은 말 쓰는 같은 민족이어서 한 나라를 이루어야 한다고?

나라의 주인인 국민, 쉽지 않은 일을 하라고 정권 맡긴 것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이 재개된 2019년 5월 1일 오전 작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교산책 후 대화를 나눈 도보다리에 장병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이 재개된 2019년 5월 1일 오전 작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교산책 후 대화를 나눈 도보다리에 장병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한에 대한 북한의 관여가 도를 넘고 있다. 탈북자 단체나 북한인권운동에 관여하는 집단들이 북한쪽으로 살포하는 전단지, 일명 삐라를 단속해 달라는 요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를 금지하는 입법(立法)을 요구하는 데 까지 이르렀다. 법을 만들거나 고치거나 하는 것은 순전히 한국의 내정(內政)에 관한 문제인데, 북한 측에서 이걸 무례하게 공개적으로 요구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는 민주당과 청와대의 반응이 나는 더 걱정스럽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다. 외국과의 무역 협상 등을 할 때, 상대방의 요구 등을 감안해 협상의 결과에 따라 입법까지는 아니더라도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화하는 과정에서 국내 규정 가운데 달라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그것도 토론과 설득이라는 국민에 대한 설명과정을 거친 결과이다. 상대국가도 그럴 것이다.


이 땅, 한반도에는 북한과 남한의 민주당과 청와대만 있나? 국가 권력의 주인이요 최종권자인 국민은 어디로 갔는가? 어떻게 북한 측의 요구가 나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가? 이제 이것저것 끌어 모으면 이런 법을 만들 쪽수는 충분히 확보된 여건이 됐으니, 국민과 여론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건가? 바라건대 청와대와 여당은 법을 실하게 만들고 군 병력을 동원해서라도 삐라 살포를 잘 막기 바란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이 법을 만들 경우, 마음 같아서는 ‘김씨 일가 세습금지법’도 함께 만들었으면 한다.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을 반대한다던지 한국이 첨단 군사장비를 반입.배치.구매하는 문제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내는 것은 이해가 된다. 우리는 군사적으로 적대국이니까. 또 북한의 장.단거리 발사체 시험도 이해가 된다. 북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종 발사체를 시험하거나 운용해야 된다는 점을 이해한다. 우리 군(軍)도 그런 발사 시험을 충실히 하길 바란다. 우리 국민도 지켜야 하고, 산업적으로도 잘 활용해야 하니까.


오래 전에 뭔가를 보다가 “분단된 것이 하나로 통일이 됐을 때 국가제도가 정착되는데는 분단 기간의 4분의 1이 소요되고, 시설 등 사회간접자본이 정비되는데는 분단 기간과 같은 시간이 소요되고, 의식과 문화 등이 동질화되는데는 분단 기간의 2배가 필요하다” 라는 글을 나는 메모해 둔적이 있다. 우리는 분단된 상황에서 70년 이상을 살아왔다.


그것도 그냥 70여년을 보낸 것이 아니다. 3중의 분단을 겪었다. 1945년 38선 이남에는 미국(美國)이 군정을, 이북에는 소련(蘇聯)이 군정을 실시하면서 통행과 교류가 차단돼 국토(國土)가 분단됐다. 1948년에는 남북에서 각각 다른 이념(理念)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적(政治的)으로 분단되고, 이어 1950년에는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이 발생해 수백만 명이 죽고 다치면서 전쟁이 깔끔하게 마무리 되지 않아, 아직까지 우리는 고통을 겪고 있다. 민족적(民族的) 분단이다. 남북이 서로 밀고 밀리면서 아래위로 다녀 ‘대패전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처절한 전쟁을 벌였다. 총과 대포로 인한 피해도 피해지만, 우리는 같은 동네에서, 산 너머 마을 까지 좌우익(左右翼)이 서로 보복하는 죽창(竹槍)의 피해도 알고 있다. 세계역사에서 이런 기막힌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발칸이나 코카서스 지역의 소수민족 투쟁사를 읽다보면 비슷한 불행(不幸)을 만나본다. 부끄럽고, 한스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통일이나 민족 문제에 문외한인 나는 평소의 주장, “비자(visa) 받고 북한(北韓) 가자”를 주장하고 싶다.


북한도 국가(國家)다. 한반도 북쪽에 있고 독재와 세습을 이어가는 후진 나라지만, 지도자도 있고, 국민도 2550만(2019년 기준)명 있고, 있을 건 다 있다. 인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각종 자유가 제한되는 국가다. 독재국가는 국가가 아니란 법이 있는가? 우리 대한민국과 적대(敵對)한다고 국가가 아니라고 할 건가? 2019년 우리 정부 자료를 보면 한국은 191개국과 수교하고 있고, 북한은 161개국 그리고 남북한 동시수교는 158개국이다. 북한도 유엔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고, 외국과 대사도 보내고 받고 한다.


같은 말을 쓰는 같은 민족이어서 한 나라를 이루어야 한다고? 상황이 허락돼서 한 민족이 한 국가를 이루면 좋지만, 아니면 아닌 거다. 외국을 다녀보면 한 민족이 여러 나라에 흩어져서도 잘 살고 있고, 독일어와 프랑스어가 또 영어와 프랑스어가 공용어인 나라도 있고, 한 나라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공용어가 다른 나라도 있다. 도리어 세상에는 55개의 소수민족이 모인 중국(PRC) 같은 나라, 100여개 소수민족이 모인 러시아공화국,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소수민족이 모인 미국 같은 나라도 있다. 한 민족이 한 나라를 이루어야 한다는 말은 듣기에는 그럴 듯 하지만 소모적이고, 비현실적이고 비역사적이고 비인도적이다.


언제까지 ‘이산가족 상봉’ 같은 정치적 구호에만 맡겨놓을 것인가?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에 살고 있는 친인척과 만나서 헤어질 때 “통일되면 또 만나요”이러면서 울고불고 몸부림치나? “내년 봄에 꽃필 때, 가을에 단풍 좋을 때, 설경이 좋은 겨울에 다니러 와요”이렇게 하지 않는가? 그리고 이게 정상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여야 정치권과 통일부 같은 정부 기구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큰 소리로 외치고 요구해야 한다고 믿는다. “비자(visa) 받고 북한 가자”, “비자(visa) 받아서 남한 오라.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말이다. 현재의 휴전선(休戰線)을 국경선(國境線)으로 바꾸고, 서로 노크(knock)하고 출입하자. 그러면 ‘전단살포금지법’, ‘김씨 일가 세습금지법’ 같은 코미디도 생기지 않을 것 아닌가? 그것보다도 비자(visa) 면제 국가가 되기 전이라도 서로 자주 오가다 보면 같은 언어 같은 정서의 형제자매인 것을 확인하고 나면, 민족의 염원이라는 통일(統一)도 앞당겨 지는 것이 아닌가? 자유왕래, 그것이 통일 아닌가?


쉽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은 쉽지 않은 그런 일을 하라고 정권을 맡기고 세금도 내고 있는 것 아닌가? 왜 정부만 그걸 틀어쥐고 자기가 주인 행세를 하는가? 누가 나라의 주인인가?


ⓒ

글/강성주 전 포항MBC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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