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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넥스트노멀] 글로벌 공룡도 흔들린다…위기 속 기회 '골몰'


입력 2020.06.12 05:00 수정 2020.06.11 21:23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흔들리는 유럽 은행…수익성 악화 넘어 대규모 손실 위기

반전 노리는 미국 금융사 비결은?…시장 재편 속 '교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장기화하면서 굴지의 글로벌 금융사들까지 위협하는 초대형 악재로 번져나가고 있다.ⓒ픽사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장기화하면서 굴지의 글로벌 금융사들까지 위협하는 초대형 악재로 번져나가고 있다.ⓒ픽사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굴지의 글로벌 금융사들까지 위협하는 초대형 악재로 번져나가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초체력이 약화된 유럽의 주요 대형 은행들이 생존의 위기에 내몰릴 것이란 전망에 위기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앞서 체질 개선을 단행한 금융사들은 오히려 위기 속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시장 구도가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점점 힘을 얻는 가운데 이처럼 한 순간 선택으로 엇갈린 운명을 맞이하고 있는 해외 금융 공룡들의 사례들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기고 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인 올리버와이먼과 미국 대형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안에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더라도 글로벌 은행의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5년 간 글로벌 은행들의 평균 ROE는 9~10%대를 유지해 왔지만, 향후 경기가 6개월 내 V자 반등을 하더라도 올해 이들의 ROE는 4~5% 수준에 불과할 것이란 예상이다. ROE는 회사가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수익을 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로, 금융사의 경영 효율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이는 그나마 낙관적인 청사진이다. 만약 코로나19가 생각보다 장기화하면 단순한 수익성 악화를 넘어 대규모 손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경고다. 1년 이상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비관적 시나리오 하에서 글로벌 은행들은 대규모 신용손실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신용 손실 규모는 경기가 빠르게 회복할 경우에도 300억~500억 달러 수준에 이르고, 경기침체가 1년 이상 계속되면 2000억~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수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제일 먼저 아킬레스건을 드러내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유럽 은행의 평균 ROE는 지난해 기준 5.2%에 그치며 미국 은행의 절반 아래까지 떨어져 있어서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대출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각국 금융당국들이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들은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을 갉아먹으며 이중고를 안길 것이란 해석이다.


이 와중 각 금융사가 갖고 있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나 손실 흡수여력에 따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충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은 금융권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우선 독일계 글로벌 은행인 도이치방크와 코메르츠은행은 부실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거의 없어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악화 정도가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유럽의 대형 금융사들은 코로나19 여차로 결국 자산 매각과 비즈니스 철수, 합병 등의 압력을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은 대규모 비용 절감으로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한계가 분명한 실정이다. 규제 비용과 IT 지출 등은 이미 고정 비용이 돼 있어 절감이 불가능하고 대규모 정리해고도 코로나19 상황에서 바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영국계 금융사인 HSBC는 올해 예정돼 있던 대규모 정리해고를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사업모델을 자산관리·운용으로 전환했던 크레딧스위스나 UBS는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는 금융사로 분류된다. 또 반면 JP모건이나 모건스탠리 등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에게는 이번 위기가 유럽 지역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호재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금융사들의 잠재적 위기관리 역량을 확인시켜 주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속에서 낮은 수익성을 버텨오던 유럽권의 대형 은행들이 그 동안 약해져 온 기초체력에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와중 반등을 노리는 해외 금융사들의 케이스는 국내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결국 지난 위기 속에서 단행했던 과감한 결단이 최근의 기회를 안겨다 주는 계기가 되고 있어서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안정적이면서도 리스크에 강한 경영 구조를 만들어 둔 점이 어려운 순간에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이다.


모건스탠리는 금융위기 당시 기업금융과 트레이딩 등 고위험 사업을 축소하고 외부자금을 조달해 자기자본비율을 개선했다. 또 부유층 고객 예금 유치에 주력하며 저위험·안정적 수익 기반을 마련했다. UBS는 세계 부유층 고객에겐 아시아 등 신흥시장 투자 상품을 제공하고 아시아 부유층에겐 선진국의 투자·자산관리 전략을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수익연동형 인건비 체계를 도입해 성과급 중 현금비중을 줄이면서 장기 성과급을 확대했고, 지원부서 인력을 인건비가 저렴한 도시로 옮겨 인력 비용을 줄였다.


이들이 코로나19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릴 계획을 짜고 있는 측면도 주목해봐야 할 지점이다. 코로나19로 세계 시장에서 한계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이후 이들을 매물로 한 활발한 M&A가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코로나19가 금융 시장의 새 판을 짜는 촉매제가 될 것이란 얘기다.


올해 1분기 글로벌 M&A 규모는 5637억달러에 머물며 코로나19 파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분기와 유사한 규모다. 그런데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인 언스트앤영이 46개국 2900여명의 글로벌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6%는 앞으로 1년 내에 적극적인 M&A를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마지황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글로벌 금융 산업의 경쟁구도 재편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악화 정도가 지역별·사업모델별로 차별화돼 나타나면서 은행 간의 통합 촉진 등 경쟁구도 재편의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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