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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설국열차', 승차감 불만 왜 쏟아지나


입력 2020.06.08 16:21 수정 2020.06.08 16:21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봉준호 감독 동명 영화와 차별화 '득보다 실'

정치적 메시지 밀리고 평범한 수사물로

넷플릭스 '설국열차' 포스터. ⓒ 넷플릭스 넷플릭스 '설국열차' 포스터. ⓒ 넷플릭스

꽁꽁 얼어붙은 지구, 빙하기가 도래하자 부자들은 돈을 모아 만든 '설국열차'를 만든다. 그런데 열차가 떠나는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열차에 오른 사람들, 그렇게 꼬리칸이 만들어지고, '설국열차'는 멈추지 않고 지구의 궤도를 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설국열차'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철저히 나뉜 계급, 열차 승객 3000명 가운데 30%를 제외하면 먹고사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극단적인 상황은 결국 혁명의 씨앗이 된다.


지난 2013년 개봉해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봉준호 감독의 동명영화를 바탕으로 한 '설국열차'가 넷플릭스 시리즈로 재탄생됐다. 126분의 런닝타임의 영화를 10부작으로 늘렸으니 또 다른 이야기가 추가됐고, 영화에 없는 새로운 인물들도 등장한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아직 '설국열차'에 대한 승차감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무엇보다 원작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늘어진 이야기 전개와 뒷전으로 밀린 정치적 메시지가 탐탁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초반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숀 와이즈 살해사건'이다. 3화에서는 살인사건과 꼬리칸 폭동으로 인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유흥의 밤을 개최하는 멜러니(제니퍼 코넬리 분)와 살해된 숀 와이즈가 크로놀 마약 감시 임무를 맡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낸 레이턴(다비드 디그스)의 이야기가 담겼다.


하지만 반응은 엇갈린다. 범인의 정체, 그리고 멜러니의 선택, 그리고 사건 해결과 함께 열차 내 혁명을 주도할 레이턴의 활약상 등으로 이야기가 더 풍성해지긴 했지만, 원작과 같은 팽팽한 긴장감과 강렬한 인상을 주는 건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봉준호 감독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만으로 드라마를 완성할 수 없는 만큼, 어느 정도 변화가 불가피하긴 한 건 맞지만, 자칫 작품의 본질에서 벗어나 평범한 수사극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게 가장 큰 불만이다.


넷플릭스 '설국열차' 스틸 컷. ⓒ 넷플릭스 넷플릭스 '설국열차' 스틸 컷. ⓒ 넷플릭스

철저한 계급사회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그리고 혁명에 이르는 과정보다는 오락성에 초점을 맞춘 듯한 느낌도 지우기 어렵다. 그만큼 계급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은 작품의 뒷전으로 밀린 듯한 느낌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오락물이면서도 독창성을 잃지 않았고, 인간의 추악한 본성과 이기적 속물근성을 끄집어내 강력하게 비판하는 힘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아쉬운 대목이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이 빛을 발했던 액션 장면도, 드라마 속에선 특색 없이 지루하고 평범한 장면들로 변질됐다.


원작의 메이슨 총리 역으로 광기 어린 연기를 선보인 틸다 스윈튼, 남궁민수 역으로 처참한 하층민의 삶을 온몸으로 보여준 송강호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배우가 눈에 띄지 않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멜러니 역을 연기하는 제니퍼 코넬리와 레이턴 역의 다비드 디그스를 뒷받침할 또 다른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을 긴 시간 끌고 갈 동력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10부작이 모두 공개되면 '설국열차'에 대한 시청자들의 판단도 더욱 선명해질 전망이다. 이미 시즌2 제작을 확정한 상태인 만큼, 공개되지 않은 회차에 숨겨놓은 또 다른 무기가 있을 거란 기대감도 여전하다.


'설국열차'의 총괄 책임 그램 맨슨은 "이민, 자원고갈, 격리 등 유의미한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작품"이라며 현 시대에 유의미한 작품임을 강조하고 "시청자는 레이턴을 따라 앞쪽으로 나아가며 열차의 구조를 알게될 것"이라고 궁금증을 자극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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