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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위기' 문화계는] "소극장 월세, 음식점의 2배…공연 없어 고통"


입력 2020.06.07 05:27 수정 2020.06.07 09:06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 인터뷰

"특성화극장 살리고 직접지원사업 확대해야"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대학로 소극장의 월세는 카페나 음식점에 비해 2~3배 높아요.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이죠. 그런데 상당수 극장은 문을 아예 열지 못하고 있고, 월세는 내야 하니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공연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소극장을 운영하는 예술가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임 이사장에 따르면, 대학로 소극장의 월세는 평균적으로 400~500만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150석 이상 규모의 일부 공연장의 월세는 1000만원을 넘어서기도 한다. 임 이사장은 "카페라든지, 음식점은 아무리 어려워도 고정적인 수입은 발생하지만, 공연장은 문을 열지 못해 수입이 0원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들 소극장은 대부분 연극인 출신 예술가들이 운영한다. 재정적 여유가 없는 상황 속에서 '예술'에 대한 자부심 하나로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코로나19란 냉혹한 시련은 결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연극 연출가이기도 한 임 이사장은 "연출가야 3개월 쉬고 다음 작품을 구상하며 지내면 되지만, 공연극장장이나 스태프들은 입장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이 없다 보니 아슬아슬하게 버티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예술은 시대의 거울인 만큼, 힘든 시기에도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게 가장 불안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공연예술가들로선 막연하게 계속 기다릴 수도 없어요. 어렵고 힘든 시기인 만큼, 시대상을 반영하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게 예술가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위에서도 이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공연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당분간 공연계가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공연장을 향한 사람들의 불안감이 남아 있다. 정부에서도 강력한 지침을 통해 시민들의 공연장 방문을 억제하고 있다.


"비참한 현실입니다. 아무리 마케팅을 열심히 해도 관객들이 불안해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 공연장은 그동안 안전하게 운영돼왔어요. 서울시에서도 대학로 소극장들을 돌아보고 '철저한 방역에 감사하다'고 했죠."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 같은 현실에 넋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소극장협회는 공연장대관료지원 사업의 운영단체로 선정돼 공연예술현장 지원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공모를 받아 선정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총대관료의 90%, 한 작품에 연간 최대 3000만원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임 이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어려운 공연계 현실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소수 작품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정작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극장엔 큰 혜택이 없다는 게 임 이사장의 생각이다.


임 이사장은 "공연예술가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특성화극장 지원사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성화극장을 지원해줌으로써 이들이 운영하는 극단, 배우와 스태프까지 모두 숨통을 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원 금액의 50% 정도는 월세, 그리고 나머지 50% 정도가 제작비와 인건비 등으로 쓰이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3000만원은 너무나 부족한 금액이죠. 이 금액을 늘리고 혜택을 받는 극장을 100개 이상으로 늘려야 합니다."


특히 임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지원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제도가 되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예술가 직접지원 사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예술인 증명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술인 증명 제도가 도입된다면 예술인 심의를 까다롭게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선정된 예술인들을 직접 지원함으로써 아르바이트가 아닌 창작 활동에 매진하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최근엔 예술인들의 '기능'이 저하되고 있는 게 현실이에요. 이는 국가적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지원 사업이 있었다면 코로나19로 인한 공백도 자기계발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임 이사장은 여성 사회운동가 수전 손택(1933-2004)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베트남전쟁 당시 '하노이 여행기'를 발표해서 미국 내 반전 여론을 주도했던 수전 손택은 1993년 내전 중인 사라예보의 한 지하실에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했다. 수전 손택이 내전 중인 참혹한 현장에 달려가 한 일이 연극이라는 사실은 전 세계 미디어의 관심을 모았다. 그가 말하는 고도는 '죽음'인가 '구원'인가를 놓고도 해석이 분분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문화는 즐길 수 있고 창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예요. 그만큼 코로나19가 위협하는 현실에도 우리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창조하고 무대를 올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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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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