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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기관 봉은 옛말...‘동학개미’ 증시 주도세력 환골탈태


입력 2020.06.08 05:00 수정 2020.06.07 20:56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개인 3개월간 15조원 주식 순매수, 상위 20여개중 13개 수익내

변동성 장세서 간접투자 대신 목표수익 내기 위한 직접투자 욕구

투자자예탁금 추이.ⓒ금융투자협회 투자자예탁금 추이.ⓒ금융투자협회

#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2년전부터 묻어둔 주식형펀드 수익률을 볼때마다 초반에 반짝 수익을 냈을때 환매를 하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 당시 직접투자에 자신이 없던 김씨는 운용주체에 의해 투자되는 간접투자(펀드)를 통한 투자방식을 택했다. 좀 더 안전하고 손쉬울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막상 수익률은 초반에만 반짝 수익을 내다가 점점 손실폭을 키웠다. 지난해 말 겨우 플러스 수익으로 전환했는데 올 초 코로나19로 증시로 폭삭 가라앉으며 펀드 수익률도 다시 손실폭을 확대했다. 최근 들어 증시가 반등하면서 -3~4%대로 손실을 줄였다. 오히려 김씨는 간접투자가 아닌 직접투자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동학개미들의 직접투자 바람에 뒤늦게 편승해 삼성전자와 카카오를 사들인 김씨는 최근 증시 반등국면에서 둘이 합해 10%대 수익을 내며 비교적 높은 차익실현에 성공했다. 투자에 자신이 붙은 김씨는 펀드 수익률의 원금회복을 하는 동시에 전액 환매하고 직접투자로 갈아탈 생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휩쓴 지난 3개월의 주식시장을 살펴보면 외국인의 팔자 공세에 개인이 매수세로 지수가 버티는 형국이었다. 과거 외국인과 기관이 팔고 지나가면 개미들이 뒤늦게 들어와 손실을 보던 시기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는 평가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개월(3월 5일~6월 5일) 동안 개인은 15조1779억원의 주식을 쓸어담았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9조3572억원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최근 2000선 회복에 이어 상승세를 보이면서 외국인이 다시 증시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개인들은 순매도에 나서는 등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이달 들어 개인이 2조4377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는 동안 외국인은 2395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2조원대 규모의 개인자금들이 차익실현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특히 과거에 개미가 사면 증시가 하락하고 외국인이 사면 증시가 오르는 규칙이 이번 코로나 장세를 겪으면서 뒤바뀐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 쇼크로 이어진 동학개미의 우량주 순매수 행진이 지속되면서다. 개미들이 단타가 아닌 우리나라 산업의 주역으로 손꼽히는 우량주들을 대거 담으면서 3개월간의 주식 폭락 여파에서도 수익률 방어에 나설 수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코로나장세로 인한 변동성 확대로 주식시장에서 간접투자보다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원하는 목표 수익을 내기 위해 금융시스템이 아닌 직접 투자 금액이 과거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에 지난 몇달간 개인의 매수 자금이 상당히 많이 들어왔다"며 "개인자금의 성향은 운용주체에 의해 투자되는 간접적 성격이 아닌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본인이 직접 내린다는 점에서 최근 코로나 장세로 인해 직접 투자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변동성이 커진 장세에서 기존 간접투자 방식은 투자자들의 기대수익과 목표수익을 금융시스템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개인이 투자한 종목들의 수익률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낸 것으로 보인다.


개미들이 지난 3개월간 투자한 종목들을 살펴보면 상위 순매수 종목들 가운데 카카오의 이 기간동안 수익률은 39.83%에 이른다. 이 기간동안 개인은 카카오 주식을 7086억원을 사들였다. 개미들은 네이버를 이기간 동안 5864억원 여치 사들였다. 네이버 주가도 이 기간동안 27.62%나 뛰었다. SK도 개미들이 3550억원어치 사들였는데 이 기간동안 28.18%가 올랐다.


이 기간동안 개미들은 ETF를 제외한 20개의 상위종목 가운데 7개의 종목을 제외하면 13개의 종목에서 수익을 낸 셈이다. 삼성SDI(14.84%), 한국전력(3.24%), SK이노베이션(11.95%), 신한지주(6.87%), 삼성중공업(8.20%) 등의 주가가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개미들은 이 기간동안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사들였는데 무려 941억4900만원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92억4063만원, 기관이 4억3847만원 어치를 팔았다. 개인들이 외국인과 기관의 내다판 삼성전자 물량을 대거 사들이며 지수 방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증시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이 26.33%에 달하는 만큼 외국인의 매도 속에 개인의 매수세마저 없었다면 국내 증시의 자금 이탈 규모는 더욱 컸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개인의 주식 매수 규모가 커졌지만 향후에도 주식시장에 대한 개인들의 러브콜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과 파생상품거래예수금, 환매조건부채권(RP) 잔액, 위탁매매 미수금, 신용융자잔액 등 증시 주변자금만 145조원에 육박한다. 앞으로도 재투자를 노리는 대기자금들이 많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개인들의 매수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제로 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각종 상품들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 가운데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스피가 상승하는 것은 실물경제 손실에 비해서 유동성 공급 정책이 더 강력해서인데 한국도 정책효과와 단기 부동화 자금들의 증시 유입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며 "증시가 3개월째 반등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볼 때 조정이 임박한 상황이고 이달 말로 갈수록 2사분기 실적에 대한 경계감이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에 맞는 투자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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