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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반도체 투자에 노사문제 해결까지...광폭 경영행보


입력 2020.06.02 12:17 수정 2020.06.02 12:30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2주새 평택에 총 18조원 규모의 낸드·파운드리 생산라인 구축 착수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농성 노동자와 합의...노사관계 강연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사업장에서 현지 임직원들과 제품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사업장에서 현지 임직원들과 제품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해외 반도체 사업장 방문에 이어 국내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에 나서면서 적극적인 사업 행보를 펼치고 있다.


또 지난달 6일 대국민사과에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이후 해고노동자 문제 해결과 함께 건전한 노사문화 정립에 나서는 등 그야말로 광폭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주새 약 18조원 규모의 반도체 사업장 신규 생산라인 구축에 잇달아 착수했다.


1일 경기도 평택 사업장에서 약 8조원 규모의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을 착수했고 이에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약 10조원 규모의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 기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 조성을 시작했다.


◆ 낸드 초격차 확대에 파운드리 추격 대공세 주도


반도체는 크게 저장 기능에 초점을 맞춘 메모리반도체와 연산 기능에 초점을 맞춘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눠진다.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초격차 기술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는 메모리반도체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데이터의 휘발성 여부가 차이로 D램은 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반면 낸드는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D램 시장 점유율 44.1%, 낸드 시장 점유율 33.3%로 모두 압도적인 1위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35% 수준으로 나머지 65%는 시스템반도체여서 배 가량 규모가 크다.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와 수급 등 외부 변수에 영향이 적어 가격이 안정적인 데다가 부가가치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또 4차 산업혁명으로 반도체 수요가 점점 세분화 복잡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소품종 다량생산 체제인 메모리반도체보다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인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상대적으로 더 증가 폭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이다.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전문) 업체들의 반도체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15.9%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인 타이완 TSMC(54.15%)와 격차가 상당히 큰 2위다.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캠퍼스 전경.ⓒ삼성전자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캠퍼스 전경.ⓒ삼성전자

이 때문에 이번에 연달아 이뤄진 2건의 생산라인 구축은 이미 잘하는 분야(낸드플래시)에서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공고히 하는 한편 잘해야 하는 분야(파운드리)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방문한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는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로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부터 2공장 증설에 착수했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작업이 예정대로 진행 중이다.


또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해 4월 총 133조원을 투자해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며 파운드리 경쟁력 향상을 천명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연달아 이뤄진 생산라인 구축 착수가 이미 잡혀 있던 투자 계획을 집행하는 것이지만 반도체 초격차 전략 강화 의지를 다시 한 번 공고히 하는 행보로 풀이하고 있다.


◆ 삼성의 아킬레스건 노사문제에도 거침없는 행보 펼쳐


이 부회장의 경영행보는 사업에만 그치지 않고 삼성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돼 온 노사 문제 해결에도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지난달 6일 대국민사과에 무노조 경영 방침 폐기를 선언한 뒤 삼성의 노사 문제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서울 강남역 사거리 철탑에서 고공 농성을 해 온 해고 노동자 김용희씨와도 합의를 도출했다. 김 씨는 삼성에서 노조를 결정하려다 해고된 뒤 사과와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약 355일간 고공농성을 지속해 왔다.


이어 지난 1일에는 삼성 계열사 사장단을 모아놓고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을 초청해 건전한 노사관계에 대한 강연을 듣는 자리도 마련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오는 4일에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들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이 부회장의 대국민사과 후속조치를 보고한다. 준법위는 지난 2월 신설된 삼성의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독립기구로 이들 7개사와 준법경영에 대한 협약을 맺고 준법감시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이러한 노사관계 변화 움직임이 이 부회장의 확고한 의지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이 부회장이 사업뿐만 아니라 노사문제에까지 적극 나서는 등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향후 경영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들은 대개 노사 문제 등 사업 외적인 문제들에 직접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행보는 확실히 차별화된다”며 “사업이나 사업 외적에서 보여줄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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