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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너의 얼굴은] 재발견의 연속, '츤데레' 정경호


입력 2020.06.02 14:42 수정 2020.06.03 09:22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슬기로운 의사생활'서 준완 역

차갑지만 속 깊은 인물 소화

<배우의 얼굴은 변화무쌍합니다. 비슷한 캐릭터라도 작품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작품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색을 냅니다. 대중은 그 변화하는 얼굴에서 희로애락을 읽으며 감정을 이입합니다. 여기서는 최근 주목할 만하거나 화제가 된 배우들의 작품 속 얼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정경호.ⓒ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정경호.ⓒtvN

작품을 보다 보면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히 자기 몫을 다하는 배우들이 있다. 큰 기복 없이 할 일을 다하는 배우, 최근 종영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정경호가 그렇다. 그간 정경호는 다양한 작품에 나왔지만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팬들도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신원호 PD와 만나 훨훨 난 정경호는 이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맡은 바를 말끔히 해냈다.


김준완은 흉부외과 부교수다. 까칠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인처럼 보이지만 일에서는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하다. 차가운 겉모습과 달리 속은 순두부 같다. 이번 드라마에서 안경을 쓰고 지적인 이미지로 변신한 정경호는 준완 역이 맞춤옷인 듯 섬세한 표정으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상태가 심각한 환자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려는 도재학(정문성 분)과 달리 준완은 증상을 곧이곧대로 설명한다. 환자가 절망감을 느낄지라도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게 준완의 직업관이다. 헛된 희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겉으로 환자를 대하는 준완의 얼굴은 냉철하고 예민하다. 따뜻과 위로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알고 보면 준완은 속 깊다.수술로 참석하지 못한 환자 딸의 결혼식에 갔다 오기도 한다. '츤데레'(앞에서는 퉁명스럽게 대하지만 뒤에서는 자상하게 챙겨주는 사랑법)인 것이다. 이 장면에서 정경호의 얼굴에선 환자에 대한 진심이 묻어나온다. 불과 몇 장면을 뛰어넘으며 인물의 다채로운 면모를 '정경호스러운' 얼굴로 표현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정경호.ⓒ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정경호.ⓒtvN

다른 사람 일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던 준완이 재학을 위해 고사했던 흉부외과 과장 자리를 수락하는 장면에서도 정경호의 얼굴은 빛난다. 후배를 위해 한 일에 대해서도 티를 내지 않으려는 덤덤한 표정이 얼굴에 스친다.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다.


의대 99학번 동기들과 있을 때는 또 다르다. 한 꺼풀 풀어진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짓는다. 밴드활동을 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편해 보인다. 기타를 치는 모습도 무심한 듯 시크하다. 지적인 준완의 얼굴과 맞물려 여심을 저격한다.


로맨스에서는 또 어떤가. 익순(곽선영 분)에게 "오빠랑 연애하자"며 훅 들어오는 장면에 안 넘어갈 시청자가 있었을까. 이전까지 티를 내지 않았던 터라 정경호의 담백한 고백은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차분한 표정, 안정적인 목소리는 준완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뜬금없는 고백이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정경호는 진심이 묻어나는 한 방 있는 고백 하나만으로 시청자를 설득했다.


사람들은 환경,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준완도 그랬다. 친구들과 있을 때는 한 없이 밝은 대학생 같은 얼굴이었고, 일할 때는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철두철미한 모습이었다. 사랑할 때는 세상 부러워할 만한 달콤한 남자친구였다. 정경호는 다양한 색을 입은 준완을 상황에 맞는 얼굴로,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게 표현해냈다.


사실 정경호의 얼굴은 '꽃미남' 스럽다. 소년 같은 얼굴은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하지만 정경호는 한가지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한 단계씩 도약했다. '무정도시', '라이프 온 마스' 등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을 드러내며 마니아 팬을 구축했다. 전작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교도관 역을 맡아 따뜻하면서 정의로운 인물을 만들어냈다. 작품이 망할지라도 정경호의 연기엔 이견이 없다. 다음 작품에선 또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 작품마다 재발견되는 정경호의 얼굴이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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