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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엄의 i-노트] 통신요금 잡으려다 애꿎은 알뜰폰만 죽는다


입력 2020.06.01 07:00 수정 2020.05.31 20:09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고가 스마트폰 선호하는 국민 성향 무시

통신사 쥐어짜기에 5G 경쟁력 저하 우려

지난 28일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휴대전화 집단상가에서 소비자가 상담을 받고 있다.ⓒ데일리안 이건엄 기자 지난 28일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휴대전화 집단상가에서 소비자가 상담을 받고 있다.ⓒ데일리안 이건엄 기자

가계 통신비 인하가 이동통신업계의 최대 화두로 자리 잡은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정부는 보편요금제 추진 등 지속적으로 사업자들을 압박했고, 통신사들은 선택약정 할인 강화와 요금제 개편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 모두 실질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보여주기 식 정책이라는 지적도 잇달았다.


덕분에 통신사들의 수익성은 바닥을 쳤고 이통3사의 저가요금제로 경쟁력을 잃어버린 알뜰폰 업체들은 고사 직전의 상황까지 몰리게 됐다.


알뜰폰 업체들의 지난 3월 기준 점유율은 10.9%다. 10%대까지 떨어진 것은 2016년 10월 이후 41개월 만으로 정부가 알뜰폰 업체들을 배제하고 통신비 인하 정책을 강행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정부는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이통3사의 요금제를 낮추면 가계 통신비 부담도 같이 줄어들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 단말기 가격과 소비 성향 등 외적인 요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통상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한다. 한국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애플이 국내 스마트폰 판매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높은 판매 비중을 보이고 있는 프리미엄폰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통신비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여기에 최근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을 크게 올리면서 통신비에서 차지하는 단말기 값 비중이 비대해진 상황이다. 즉 통신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건 오히려 이통사의 요금이 아닌 단말기라는 뜻이다.


오히려 순수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있는데 지난 2014년 7~9월과 올 8월을 비교했을 때 월 6만원 이상 고가요금제 가입 비중은 33.9%에서 18.8%로 낮아졌다. 평균 통신요금도 월 4만5155원에서 4만1891원으로 7.2% 줄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요금인가제 폐지의 취지처럼 경쟁을 활성화를 통해 요금 인하 효과를 내고 싶다면 포퓰리즘에 가까운 현재의 정책은 과감히 버려야 된다. 만약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이를 알고도 정책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직무유기이자 국익을 좀먹는 행위 밖에는 되질 않는다. 사업자와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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