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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또 그인가"…文대통령, 탁현민이 절실한 이유


입력 2020.05.31 06:00 수정 2020.05.31 03:52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탁현민, 2018년 남북정상회담 등서 '행사 기획력' 인정받아

정가 '시진핑·김정은 올해 내 방한 추진 의지 방증'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 공연 4일차인 2018년 4월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리허설에서 남측 윤상 단장과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북측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 공연 4일차인 2018년 4월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리허설에서 남측 윤상 단장과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북측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왜 다시 탁현민인가."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의 청와대 복귀 시기가 임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받는 탁 위원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내정됐다. 정가에서는 '자리까지 높여 문 대통령 곁으로 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왜 다시 탁현민인가'라는 질문이 회자된다. 스스로 청와대를 떠난 인사가 복귀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어서다. 그는 "맞지도 않은 옷을 너무 오래 입었다"며 사표를 낸지 6개월 만인 2019년 1월 청와대를 떠났다. 탁 위원에 대한 정치권과 여성계의 평가는 좋지 않다. 2017년 청와대 입성 후 저서에서 여성 비하 표현을 사용한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고, 사퇴 압력은 거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탁 위원을 신임하는 이유는 '탁월한 행사기획력' 때문이다. 탁 위원은 '문재인 이미지 메이커'로 불린다. 그는 참여연대 문화사업국 간사와 공익문화기획센터 문화사업팀장,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문 대통령이 탁 위원을 눈여겨보게 된 계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2009년 6월 '노무현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다. 탁 위원이 이 행사를 기획했는데, 당시 많은 이의 호평을 받았다. 이때부터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탁 위원은 2011년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 북콘서트를 기획했고 2012년, 2017년 대선에서 유세 기획 등을 맡았다.


여권 관계자들은 탁 위원의 '능력'이 남북정상회담 이벤트에서 증명됐다고 입을 모은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평화의 집 외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하나의 봄' 주제의 영상쇼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상상력'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은 물론 참석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 위원에 대한 비판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여성계의 비판이 거세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여세연)은 지난 27일 "탁현민의 청와대 복귀는 성차별과 성폭력을 끝장내자는 여성들의 외침을 무시한 것"이라며 "강간문화에 일조한 사람이라도 남성권력의 지지와 신뢰를 받기만 하면 얼마든 공적인 영역에서 권력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여성본부도 29일 논평을 내고 "여성계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 도구화한 그의 성차별적인 인식을 문제 제기했고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사퇴도, 경질도, 사과도 없었다"며 "청와대는 이번 인선으로 실망하고 좌절한 여성들의 목소리에는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탁 중용, 시진핑·김정은 방한 염두에 뒀나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논란을 감수하고도 탁 위원을 중용한 배경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한'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성과를 위해 두 정상의 올해 안 방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단 것이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문 대통령은 올해 안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을 것"이라며 "시 주석과 김 위원장 방한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특히 문 대통령이 대북 제재, 북미 상황과는 관계없이 남북교류사업 추진 등을 북한에 제안한 것이 김 위원장의 방한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김 위원장과 시 주석 방한이 '정치적 이벤트'가 돼야만 2년 남은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관계자도 "문 대통령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정상 방한을 '일반적인 행사'로 끝낼 수는 없을 것"이라며 "탁 위원을 다시 발탁한 건 그만큼 문 대통령이 해당 이슈에 신경쓰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탁 위원과 더불어 한정우 춘추관장을 홍보기획비서관에, 김재준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을 춘추관장에 내정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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