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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려다녔다", "이용당했다"…정대협은 누굴 위해 존재했나


입력 2020.05.25 17:47 수정 2020.05.25 22:34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2차 기자회견

"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두의 고명'으로 사용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사람이 받아 챙겨"

정의기억연대의 기부금 유용 등 관련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2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의기억연대의 기부금 유용 등 관련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2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30년 동안 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 정의기억연대의 전신)에 "팔려다녔다"고 밝혔다. 정대협이 할머니들을 앞세워 전국을 넘어 해외까지 후원금 모금 활동을 펼쳐왔지만, 정작 이 할머니는 "생명을 걸고 끌려간 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두의 고명'으로 사용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사람이 받아 챙긴 것"이라며 격분했다. 정대협의 활동이 할머니들의 뜻과 의지에 반하는 것이었다는 주장이다.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에서는 "팔아먹었다", "이용당했다" 등의 격한 표현들이 쏟아졌다. 이 할머니와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출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의 인연은 1992년 6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할머니가 피해자로 신고할 때 윤 당선인은 간사였다고 한다. 이 할머니는 "(신고 후 나흘 뒤인) 29일 모임이 있다고 오라고 해서 갔더니 교회였다. 그날 일본 어느 선생님이 정년퇴직을 하고 돈을 줬다면서 100만원 씩 나눠줬다. 그게 무슨 돈인지도 몰랐다. 왜 모금을 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왜 모금하는지, 무슨 돈인지도 몰랐다"
"모금 후 배고프다 하면 '돈 없다' 말해"


또 이 할머니는 "농구 선수들이 농구하는 데서 기다렸다. 그러더니 농구 선수들이 이리저리 모금을 하더라. 저는 그때도 왜 그런 줄 몰랐다"며 "당연히 그런 건가 싶으면서도 부끄러웠다"고 밝혔다. 모금이 끝난 뒤 윤 당선인에게 '배가 고프니 먹을 것 좀 사달라'고 했는데, 윤 당선인은 "돈이 없다"며 거절당했다고도 했다. 할머니들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모금을 했지만, 정작 할머니들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고 김복동 할머니를 언급하며 "(정대협이) 나보다 나이가 2살 많고 한쪽 눈이 안 보이는 김복동 할머니도 미국으로 끌고 다니며 이용했다"며 "(윤 당선인은) 그래놓고 뻔뻔하게 묘지에 가서 눈물을 흘리나. 그것은 가짜의 눈물이다"라고 울컥하기도 했다. 과거에 정대협과의 일들을 설명하던 이 할머니는 감정이 격분해 "내가 왜 팔려야 합니까"라며 주먹으로 책상을 수차례 내려쳤다.


윤 당선자에 대해서는 용서할 뜻이 없다고 재차 밝혔다. 이 할머니는 지난 19일 자신을 찾아와 무릎을 꿇고 사과한 윤 당선인에 대해 "안아달라고 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안아준 것일 뿐, 용서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회견에 불참한 것을 두고도 "아직까지 그 사람은 자기가 당당하니 잘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죄를 지었으면 죄를 받아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위안부 운동의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한국과 일본은 이웃 나라다. 결국 학생들이 그 나라의 주인이다. 학생들이 알아야 그나마 무엇 때문에 사죄와 배상을 하라는 것인지 알 것 아닌가"라며 "일본과 한국 학생들이 서로 왕래하고, 일본 학생들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할머니는 "이 방법이 시간은 오래 걸릴 것"이라면서도 "친해지면 속에서 할 말도 있고,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일본은 이웃 나라, 왕래하며 배워야"
"여성이기 때문에 위안부 누명 써…미안하다"


끝으로 이 할머니는 "끝까지 당하고 있는 제가 너무 부끄럽다. 하늘나라에 가서 (위안부)할머니들에게 '내가 이렇게 해결하고 왔다'며 언니 동생들에게 용서를 빌려고 한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여자이기 때문에 위안부라는 누명도 쓴 것"이라며 "세계 여성분들에게 피해를 끼쳐드렸다고 생각하면 부끄럽고 미안하다. 여성이라는 두 글자가 너무 미안하다"라고도 했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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