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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의 패자부활전과 윤미향의 관중기만전


입력 2020.05.23 08:30 수정 2020.05.23 03:53        데스크 (desk@dailian.co.kr)

증거 충분으로 형 확정돼 만기 복역한 이의 죄를 무효화하려는 반칙

억지 증거 만들어 관중 속이려다 연패 중인 이의 무서운 역전 노림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19년 6월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19년 6월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필자가 한국에서 중고대를 다닌 1970년대는 고교야구가 전성기 꽃을 피우던 때였다.


봄에 첫대회가 시작해 가을에 마지막 대회가 끝날 때까지 팬들은 울고 웃다 한 해를 다 보내곤 했다. 그 팬들은 주로 출전 학교 동문들이었으나 해가 갈수록 그 지역 출신 수도권 주민들이 대거 응원단으로 몰려 와 오늘날의 지역주의 에너지가 발원하고 분출하는 한 통로가 되기도 했다.


교교야구 전국 대회 4개 중에 가을에 열린 황금사자기 대회는 한동안 유일하게 패자부활전을 채택, 관중들에게 특별한 맛을 선사했다. 불운이나 실수로 어쩌다 진 팀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는 이 제도는 대체로 단 한 번의 승부로 승패를 가리는 올림픽 룰에는 맞지 않았지만, 구경하는 묘미가 있었다. 전설의 팀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도 이 패자부활전이 없었다면 그 신화 창조를 할 수 없었다.


집권 세력이 난데없는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 한명숙의 패자부활전을 도모하고 있다는 보도는, 그러나, 일부 팬들의 떼쓰기일 뿐 대다수 관중들은 이미 그녀를 가망없는 패자로 봐 관심도 없으며 오히려 그런 흥행 시도를 반칙으로 여기는 게임이라는 느낌을 준다.


한명숙 하면 백합이 연상된다. 구치소에 들어 가기 전 자신의 결백을 강조하기 위해 들었던 순결을 상징하는 꽃 말이다. 그런 점에서 그 연출은 성공했다. 하지만 언론에 난 사진들을 보라. 그녀의 표정에 전혀 당당한 모습이 없다. 뭔가 어색하기만 하다.


한은 2007년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대선후보 경선비용 명목으로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로부터 9억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형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게 된 한명숙 혐의의 확실한 증거 가운데 하나는 받은 수표 하나가 그녀 동생 전세금으로 쓰인 흐름이 포착된 것이었다. 한은 처음에 3억원이 자신의 여비서가 개인적으로 빌린 것이라는, 납득이 쉽게 안되는 주장을 했었다.


그녀를 응원하는 소위 한빠(한명숙 열성 지지자)들은 '준 사람도 없고 받은 사람도 없는' 기이한 사법농단에 의한 정치 보복 사건이라며 무죄가 될 때까지 패자부활전을 치르려는 태세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과 법무장관 추미애가 '기소도 잘못됐고 재판도 잘못됐다'는 시각으로 검찰과 법원을 기합 주면서 유죄를 무죄로 뒤집으려고 하는 근거로 삼은 것은, '검찰 강요로 거짓 진술을 했다'는, 고인이 된 한만호의 '비망록'이다.


그러나 이 기록은 재판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증거이다. 돈을 준 한과 받은 한의 죄를 지우기 위해 조작한 것으로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더 신빙성이 있다고 법원은 판단한 것이다. 무엇보다 은행 계좌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집권 세력은 아마도 이 세상에없는 한을 이용해 '억울한' 한의 한(恨)을 풀어 주면서 검찰과 법원을 길들이려는(이른바 사법부 장악) 작전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의 기부금과 정부의 보조금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출발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정대협(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후신) 전 대표 윤미향은 고인 대신 고령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고령의 정대협 원로들을 이용하려 했다는 보도가 나와 그녀의 얕고 부도덕한 지략이 국회의원 당선자(원래 민주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 소속)로서는 매우 부적격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녀가 궁지에 몰리자 정의연은(윤미향 외에 정의연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모를 정도로 요즘 언론에는 철저히 이들을 보호해 주고 있어 과연 누가, 몇명이 대변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자기 단체 원로 12명 명의로 횡령·배임 의혹에 휩싸인 윤을 두둔하는 '초기 정대협 선배들의 입장문'이란 것을 며칠 전 발표했다.


필자와 같이 순진한 사람들은 원로라는 분들이 윤을 옹호하는 입장을 내놓으니 흔들렸다.이 원로들 이름에 올라 있는 윤정옥과 이효재 두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특히 위안부 문제 공론화를 비롯한 한국 시민운동사에서 기라성 같은 여성 인사들이다.


그런데, 자연스럽지 못한 것은 언제나 탈이 나는 법이어서 그들 나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수시대라고는 해도 두 분 다 95세인데, 어찌 그리 기민하게 성명서라는 걸 작성해서 발표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두 명예교수가 '그런 입장문에 동의한 적도 없고, 동의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분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윤미향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언론은 이 반박에 재반박하는 기사를 내면서 정의연 측에서 두 교수의 제자나 측근에게 입장문을 읽어 주고 동의는 본인들에게서 직접 받았다고 했으나 이는 구차한 해명이다. 결국 두 교수의 고령을 틈 탄 꼼수였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 아닌가?


윤미향의 얼렁뚱땅 고령자 업어가기 전략은 최초 그녀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속이고 이용만 한' 이중성과 불투명성을 폭로한 92세 이용수 할머니가 묵고 있는 호텔 방에 들이닥쳐 위로 허그를 받아 용서라는 억지 증거를 세상에 보여 주려 한 무서운 노림수에서 절정을 이뤘다.


그녀에게는 불행히도, 두 교수에 이어 이용수 할머니도 이 연출 전략에 속아 넘어가지 않고 진실을 밝히는 건강 상태를 보유하고 있었다. 관중의 눈을 어지럽혀 파울 볼을 페어 볼 안타로 둔갑시키려는 기만 작전이 연속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한명숙과 윤미향, 그리고 그 팬들과 현 여권은 심판도 알고 있고 관중도 알고 있는 승패를 뒤집기 위해 공연한 애를 쓰고 있다.


글/정기수 캐나다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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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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