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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유튜버에 열광하는 '폐인'들과는 사회적 거리 두어라


입력 2020.05.17 08:00 수정 2020.05.17 06:52        데스크 (desk@dailian.co.kr)

무책임한 가짜뉴스 생산, 전파와 극단적 혐오, 비난이 생활화된 루저들 떨어내야

광신도 같은 아스팔트 보수 세력, 폐인 지지자들은 불가근불가원 해야 할 집토끼

조갑제TV 화면캡처ⓒyoutube.com 조갑제TV 화면캡처ⓒyoutube.com


해외에 사는 데다 SNS 와 친하지 않은 생활을 하다 보니 시대 흐름에 종종 뒤떨어진다.


알고 보니 콘크리트 보수 지지자들 사이에 그동안 유튜브 시청 붐이 일었던 모양이다. 그 애시청자 중에는 필자와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사이인 사람도 있었다. 이제 와 생각하니 그것을 그렇게도 열심히 봤던 것 같다.


정치 사회 문제에 그리 안목이 넓고 깊지 못한 이 사람이 언젠가부터 아는 척을 많이 했다. 듣자 하니 골수 보수 세력의 시각이었다. 처음에는 그 '일베'인가 하는 곳에 들락거리는가 했다. 물어 보니 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


여전히 그가 중독된 매체의 정체를 모르고 있던 차에 차명진의 세월호 터부 발언이 나왔을 때, 필자는 그가 흡수하고 있는 루머와 잘못된 판단이 심각한 정도임을 깨달았다.


그 발언이 표를 깎아먹을 것이 아니라 표를 늘려줄 것이라는 것이다. 소름이 끼치는 그들만의 착각과 계산이었다. 광신도 집단이 그러하듯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사고와 시각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오싹했다.


이런 매체들에서 출연자나 진행자가 쏟아내는 말은 시원하다. 논리가 단순명쾌해서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든다. 필자도 몇년 전에 1인 TV를 즐겨 봤었다. 아마 이것이 유튜브로 진화한 듯하다.


유튜브는 본 적이 없지만, 안 봐도 비디오다. (인터넷은 시간 도둑이다. 그 바다에 빠지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고 시간적, 체력적 소모가 엄청나서 필자는 골프 유튜브도 꼭 필요한 절실한 문제 해결을 위해 몇개 찾아본 다음에는 바로 빠져나온다. 계속 연결, 연결돼 관련 유튜브들을 보다 보면 다른 일을 못한다.)


이런 매체의 암적 요인은 그 중독성과 폐쇄성이다. 인기 드라마처럼 한 번 빠지면 안 보기 어렵고 그 세계 사람들과 생각이 같아지며 다른 시각을 허락하지 않게 된다. 스스로 고립하는 것이다. 온라인 세계에서 흔히 자조적으로 지칭하는 '폐인'이자 루저의 모습이다.


정당 지지도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이른바 집토끼다. 누가 뭐래도,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의사가 별로 달라지지 않을 사람들이다. 표의 확장성과는 전혀 무관하고 오히려 해가 되는 매체라 할 수 있다. 자기 편들끼리의 카타르시스를 공유하고 즐기는 은밀한 사교(邪敎) 미디어인 것이다.


건강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고, 보수 정당이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들 매체와 그 구독자들과 사회적 거리를 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총선 전에도 그랬지만, 참패로 끝난 총선 후에는 더욱 합리적이고 열려 있는 자세가 과제로 주어지지 않았는가?


한국 정치에 관해 글을 쓰다 보니 한국내 독자들로부터 댓글들이 달린다. 그 댓글을 몇개 읽어 보고 다시는 댓글란까지 내려가질 않는다. 자신들에게 손톱만큼이라도 불리한 말을 하면 발끈하고, 비아냥과 욕설이 몸에 밴 사람들의 쓰레기 반응을 읽는 건 시간과 의욕 낭비이기 때문이다.


보수 야당이 요즘 이들에게 정을 떼기 시작하는 듯해 무척 다행이다. '정신질환'으로까지 비난 받는 어느 후보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가 그 계기다. 2000년대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그 후보의 집착이나 이 주장에 동조하는 보수 유튜브 시청자들을 보노라면 어떤 광기마저 느껴진다.


왜 이렇게 됐을까? 과거 군사정권이나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이런 일들이 흔히 일어났다. 집권 세력이 하는 일에는 무엇이든 음모가 있고 거짓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서 비롯된 의심이었다. 그런 의심은 처음 일정 기간은 긍정적인 기능을 했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일종의 편집증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무책임하고 비합리적인 주장이 일상화되는 건 그 개인들이나 집단, 조직을 위해 건강하지 못한 징후이다. 더구나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건 상대에게 비판 거리만 제공하게 되며 자기 편들끼리만 같은 믿음으로 똘똘 뭉쳐봐야 사이비 종교 광신도들과 같이 될 뿐이다.


새롭게 태어날 보수는 아스팔트 깃발 세력과도 거리를 둬야 하고 유튜브 마이크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세력과도 멀리 떨어져 있어야만 한다. 이들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해도 표에 관한 한 어디 가지 않을 사람들이다.


폐인과 가까이 하면 자신도 폐인이 되고 루저와 친하면 자신도 곧 루저가 될 수도 있다.


글/정기수 캐나다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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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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