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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면 책임져야"…'고양이 집사' 감독의 '찐사랑'


입력 2020.05.14 05:00 수정 2020.05.13 22:03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획부터 개봉까지 꼬박 4년

"부정적인 인식 개선하고파"

'고양이집사'ⓒ인디스토리 '고양이집사'ⓒ인디스토리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보고 싶어요."


14일 개봉하는 '고양이 집사'를 만든 이희섭 감독은 실제 고양이 집사다. 고양이 '레니'와 함께 사는 그는 '고양이 로소이다'(2017)를 만든 조은성 감독과 의기투합해 '고양이집사'를 내놓았다.


영화는 마성의 눈빛으로 집사들을 홀린 동네 고양이들, 그런 고양이들에게 마음을 쏟는 집사들의 이야기를 로맨틱하게 풀어낸 재기발랄한 작품이다. 조 감독은 영화의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이 감독은 연출을 맡았다.


고양이에 관심 있었던 둘은 2016년 영화 촬영차 일본에 들렀다가 고양이 얘기를 꺼내며 영화를 기획했다. "고양이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다짐으로 시작된 기획은 4년이 지나서 세상에 나오게 됐다.


2018년부터 촬영에 나선 이 감독은 춘천을 시작으로 파주 헤이리마을, 부산, 서울 노량진 등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연을 지닌 고양이와 고양이 집사를 따라갔다. 원래는 춘천에서 고양이의 사계절을 담을 생각이었지만, 추진되던 고양이마을이 무산되면서 발길을 전국으로 넓혔다. 이 감독은 "당시 마음이 아팠다"며 "고양이들은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공간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공간을 잃어버리면 고양이들이 어떻게 살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변화무쌍한 고양이를 포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감독이 가장 신경 쓴 부분도 고양이와 그들을 챙기는 집사의 모습을 화면에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것이었다. 경계가 심한 고양이의 작은 움직임과 표정을 담기 위해서는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했다. 이 감독은 길을 걷다가도 고양이를 만나면 그대로 쪼그려 앉아 촬영을 진행했다. 그래도 즐거웠다. 사랑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란다.


'고양이집사' 이희섭 감독.ⓒ인디스토리 '고양이집사' 이희섭 감독.ⓒ인디스토리

이 감독은 "좋아하는 대상을 기다리는 게 즐거웠다"며 "기다리다가도 고양이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좋아하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선생님과 길고양이', '고양이와 할아버지' 등 일본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좋다. 이 감독은 "일본 고양이 영화는 고양이와 집사의 교감을 다루지만, 한국 영화는 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을 우선으로 한다"며 "이전보다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고양이를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현장에서 만난 고양이 집사들이 전해주는 감정을 스크린에 옮겼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민들의 눈을 피해 밤거리를 돌아다니고 사비를 털어가며 사료를 나눠는 집사, 편안한 고양이 마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집사, 버림받은 고양이들을 구조하는 집사 등이 그렇다.


이 감독은 "집사들의 가슴 속엔 나보다 힘든 존재에 손을 내밀어 주고 싶은 마음이 꽉 찼다"며 "고양이집사들을 보면 약자다. 약자들이 자신보다 더 약자인 고양이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전했다.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배려와 이해를 말하고 싶다"며 "자기와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지 말고 한 번쯤 마음을 열었으면 한다.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걷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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