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기획┃월간윤종신 10주년①] 생존 위한 궁여지책이 개척한 새로운 활로


입력 2020.05.12 10:58 수정 2020.05.12 10:5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2010년 시작한 '월간윤종신' 올해 10주년 맞아

'월간 윤종신'으로 나온 싱글만 100여 곡

ⓒ월간윤종신 ⓒ월간윤종신

“차트에 없어도 우리만의 섬 같은 노래들을 계속 만들겠다”


‘월간 윤종신’은 뮤지션 윤종신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됐다. 이는 지난 2010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10년 동안 거의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매달 새로운 싱글을 내는 프로젝트다. 장르와 가창자, 포맷 등 어떠한 규제도 없이 윤종신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다양한 변주를 이뤄내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2009년 10월부터 2010년 1월까지 엠넷에서 방영한 ‘디렉터스 컷’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로그램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때 제작된 ‘새로고침’과 ‘빈 고백’이 1년 간 선보인 노래들을 모아 정규 앨범 형태로 발매하는 ‘행보 2010년’에 실리면서, 해당 프로그램이 ‘월간 윤종신’의 전신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2010년 3월에는 ‘먼슬리 프로젝트’(Monthly Project)로 신곡을 내놓았고,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월간 윤종신’이라는 명칭은 같은 해 5월호가 시작이다.


첫 시작은 ‘생존을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윤종신은 데뷔 20년이 되던 해 새 앨범을 준비하면서 그의 음악인생에 있어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띄운다. 공을 들인 앨범을 ‘성공’과 ‘실패’로 판가름 하는 음악계 현실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2008년 발매했던 ‘동네 한바퀴’ 앨범의 흥행 실패가 윤종신이 ‘나의 음악을 하자’는 결심의 계기가 됐다.


그는 “2년간 준비했는데 실패한, 흥행하지 못한 뮤지션이 돼 있었다. 조금 억울하기도 하고, 그런 짧은 어휘로 불리는 게 억울해서 성공 실패 여부를 내가 훗날 음악을 관뒀을 때 이야기할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최신 노래 리스트, 그것도 음원 사이트 자체 집계로 나열한 음악들을 ‘랜덤’으로 듣는 인구가 급증했다. 이런 탓에 정규 앨범 수록곡들이 주목 받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심지어 타이틀곡마저도 강력한 팬덤의 아이돌에 밀려나는 일도 태반이다. 결국 ‘월간 윤종신’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보편화에 따른 돌파구였던 셈이다.


싱글 형태라도 매달 꾸준히 곡을 내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월간 윤종신’이 정규를 내려놓고, 싱글이라는 형태를 취한다고 해서 결코 결과물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뮤지션으로서 ‘자존심’과도 같은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자신의 창작물 하나 하나에 창작열을 불태웠다.


ⓒJTBC ⓒJTBC

특히 장르적인 측면에서 윤종신은 발라드, 어덜트 컨템퍼러리 곡들은 물론 레게, 보사노바, 시티팝, 일렉트로니카, 재즈, 하드록 등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그만큼 ‘월간 윤종신’은 자유로운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매번 다른 콘셉트의 음악을 내놓아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또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에서도 자유롭다. 신인 가수부터 아이돌, 인디 밴드, 중견 음악인을 모두 포용하면서 다양한 선후배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채로운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결론만 보면 ‘성공’했다고 평가되는 이 프로젝트지만, 처음부터 엄청난 반응을 이끌었던 건 아니다. SNS를 중심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폭발적인 화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지만, 반응은 생각보다 미지근했다. SNS의 확산력이 곧바로 음원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다.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건 그의 꾸준함 덕분이었다.


윤종신은 “반응이 있건 없건 꾸준히 했다. 뮤직비디오도 최소비용으로 만들고. 한 3년 정도 되니 뒤늦게 제가 계속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이 월간 윤종신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참 전 발표한 노래가 음원수익이 돼 돌아왔고, 묻힐 뻔한 곡을 다른 가수가 리메이크해서 또 수익이 창출됐다. ‘쌓이니 이런 힘이 되는구나, 이것이 아카이빙의 힘이구나’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월간 윤종신’으로 총 100곡이 넘는 디지털싱글이 발표됐고, 구독자는 디지털 매거진(약 40만 명)과 페이스북 및 각종 SNS(약 50만 명)를 합산해 약 100만 명에 달한다.


‘월간 윤종신’은 매월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것을 넘어 2012년부터는 디지털 매거진을 발행했고, 2013년에는 음악뿐만 아니라 문학, 영화, 사진, 미술, 게임 등 다양한 예술 분야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또 2016년 11월부터는 서울 한남동에 새롭게 문을 연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보다 전방위적인 콜라보레이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자기 브랜드가 확실히 만들어지고 그걸 꾸준히만 한다면 어느 순간 미디어가 된다. 그런 미니멀한 미디어가 많아지면 시장도 더 수평적인 구조가 될 것이다. ‘월간 윤종신’처럼 규칙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만 모아서 또 하나의 플랫폼을 만드는 게 나의 꿈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