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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문의·폐업…대학로는 여전히 '암흑 속'


입력 2020.04.26 00:01 수정 2020.04.25 22:46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나무와물 5월 1일 폐관 "수입 0원, 월세 감당 어려워"

여전히 문 닫은 소극장, 일부 임대문의 안내문 '참담'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의 대학로. ⓒ 뉴시스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의 대학로. ⓒ 뉴시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할퀴고 간 한국 공연의 메카 대학로가 여전히 암흑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감소하고 일부 국공립 공연장들이 공연 재개를 발표하고 있지만, 대학로의 분위기는 지난 2, 3월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23일 찾아간 대학로는 일부 인기 공연을 제외하면, 상당수 소극장의 티켓박스의 셔터가 내려진 채 적막한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공연장에서 코로나19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일부 공연장에는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기도 했다.


장기간 계속된 공연 중단 여파로 문을 닫는 공연장도 나오고 있다.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코로나19에 더이상 버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공연제작사 문화아이콘 측은 대학로에서 운영해온 '예술극장 나무와물' 폐관 소식을 알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예술극장 나무와물은 지난 2003년 개관한 이후 뮤지컬 '구름빵'과 '사랑은 비를 타고', 연극 '도둑맞은 책' 등을 소개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공연계를 강타한 이후 운영자금을 감당할 수 없었다.


문화아이콘 정유란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2월부터 멈춘 공연장에 수입이 1원도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매달 내야 하는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었다"며 "건물주는 더이상 공연장으로 쓰지 않겠다며 원상복구라는 이름으로 전부 다 철거하라고 한다"고 폐관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로 여러 공연장에 붙어 있는 임대문의 안내문은 예술극장 나무와물 외에도 상당수 소극장이 폐업 수순을 밟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 공연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단순히 '감'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영세한 공연제작사와 소극장들은 누적된 피해로 고통이 더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발 빠른 예산 투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연계 지원 정책이 재정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연 관계자는 "공연 지원 정책이 극장과 공연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호하게 이루어져 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전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 또한 "민간 소극장 운영에 대한 지원은 분명 재설계 돼야 한다"며 "대관료 지원사업이 대관료 지원사업이나, 서울형 창작극장제도가 기본적으로 기초예술로서의 연극을 지키기 위한 지원책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나, 극장에 대한 지원을 고민했을 때 근본적인 소극장 자생에 대한 정책은 못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의 사용료를 대신 내주는 정책들보다는 건물이 극장으로 사용하기 위한 시설들을 기본적으로 잘 갖추고 임대를 하여야 하며, 임대료 또한 정상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극장을 지켜가며 자력으로 공연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제도의 손길이 꼭 닿을 수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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