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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민주당이 기득권이고 개혁대상이다


입력 2020.04.07 04:30 수정 2020.04.07 05:57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이해찬 민주당 대표(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해 초 민주당의 학생운동권 출신 유력 정치인과 술자리를 가질 기회가 있었다. 정치관련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20대 보수화’를 화두로 논쟁을 벌였던 기억이 난다. “왜 20대가 갈수록 보수화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청년이라면 이 사회의 낡은 구조와 기득권에 강하게 저항해야 하지 않느냐”는 게 민주당 유력 정치인의 논조였다. 거대 보수세력의 기득권 카르텔이 여전히 공고하며 여기에 싸우고 있는 민주당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취지였다.


유력인사들의 공개 발언을 통해서도 민주당 기저에 깔린 비슷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설훈 의원은 ‘20대 보수화’에 대해 “전 정부(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탓”이라고 했고, 홍익표 의원도 “거의 19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적대의식을 심어준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바꾼 것은 대통령 한 명 뿐”이라며 여전히 보수기득권 타파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범여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이해가 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필두로 대한민국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문재인 대통령까지 흔들 수 있는 막강한 존재이며, 여기에 부화뇌동한 언론은 무지몽매한 대중을 선동하는 반국가적 세력이다. 이들은 여전히 ‘거대악’이며 민주개혁진영이 반드시 청산해야할 대상이 된다. 심지어 ‘토착왜구’라는 가상의 적을 만들어 총선을 한일전으로 치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런데 그 ‘거대악’의 실체가 다소 불분명하다. 검찰은 법무부의 일개 외청일 뿐이다. 문 대통령이 언제든 마음 먹는다면 윤 총장 교체는 어렵지 않다. 이미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제청을 받아 윤 총장의 수족이라 할만한 특수통 검사들을 한직으로 보내버리기도 했다. 미디어환경의 변화로 언론의 권력도 예전만 못한 것은 분명하다. 현 집권세력이 ‘거대악’이라고 이름 붙이기에 다소 민망하기까지 하다.


반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어느 때보다 강대하다.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지방선거 압승으로 지방정부도 대부분 장악했다. 대법관 14명 중 10명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을 정도로 사법부에 대한 영향력도 커졌고,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6명이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원내 1당이며 이번 총선에서도 그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행정부·사법부·입법부·지방정부까지 김영삼 전 대통령 이래로 이토록 안정적인 정치기반을 구가했던 대통령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그렇다면 정부여당은 왜 ‘검찰’과 ‘언론’을 타파해야할 대상이라며 국민의 지지를 호소할까. 억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지녔음에도 말이다. 단순히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정치공학적 프레임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진지하다. 실제로 정치인식이 거대권력에 맞서 싸웠던 70~80년대 민주화 투사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가상일지라도 거대한 적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분명한 것은 지금의 20대의 눈에는 민주당이 ‘주류’이고 ‘기득권’이라는 점이다. 한동안 활발하게 전개됐던 ‘미투’ 운동을 기득권에 대한 저항이라고 본다면, 왜 그 대상이 보수진영이 아닌 주로 진보진영 인사들이었는지도 유심히 살펴봐야할 대목이다. 조국 전 장관은 ‘검찰개혁’을 말했지만, 다수 국민의 눈에는 조 전 장관 본인이 개혁의 대상이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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