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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기업신용 금융위기급 추락…대출 러시에 은행 '초긴장'


입력 2020.04.03 05:00 수정 2020.04.03 06:5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CP-CD 스프레드 2009년 이후 최고…업황 심리도 최악

6.5조 회사채 만기 앞두고 대출 급증…4월 위기설 점증

기업어음(CP)과 양도성예금증서(CD) 간 금리 스프레드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기업어음(CP)과 양도성예금증서(CD) 간 금리 스프레드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신용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쁜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당장 돈이 급한 기업들이 결국 채권을 건너뛰고 은행 대출에 몰려드는 형국이다. 장기간 계속되는 경기 침체 속 기업 부실채권 정리에 안간힘을 쓰던 은행들로서는 예기지 못한 코로나19 역풍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2.19%로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1.10%)보다 1.09%포인트 높았다. 이 같은 CP와 CD의 금리 격차는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닥친 2009년 1월 28일(1.13%포인트)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큰 수치다.


CP와 CD 금리의 차이인 스프레드가 커졌다는 것은 그 만큼 기업의 신용 위험도가 은행보다 높아져 기업 신용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미다. 통상 CP와 CD 금리는 기업과 은행의 자금 조달을 위한 신용도로, CP 금리는 CD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발행금리가 결정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업들을 둘러싼 공포는 또 다른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이번 달 전체 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4로 전달보다 11포인트 급락하며, 이는 2009년 2월(52)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업황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을수록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처럼 기업들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는 와중 대량의 회사채 만기가 몰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채는 기업이 시설투자를 하거나 자본구조를 조정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만기와 이자율이 정해져 있고 기업은 약속한 기일에 원리금을 채권자에게 상환해야 한다. 그런데 4월은 통상 한 해 중 회사채 발행이 가장 많은 달이다. 이는 곧 상환해야하는 회사채도 많은 시기란 얘기다. 최근 금융권에서 4월 위기설이 거론되는 이유다.


실제로 이번 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모두 6조5495억원으로 올해 전체 물량(50조8727억원)의 12.9%에 이른다. 지난 2~3월과 오는 5~6월 등 앞뒤 2개월 간 만기가 도래하는 월별 회사채 규모가 4조원 대인 것과 비교하면 2조원 가량 많은 금액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은행 대출에 손을 대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들은 보통 회사채 만기가 다가오면 새로운 채권을 찍어 기존 물량을 상환하는 식으로 회사채 만기를 연장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위한 신용등급 재검토 시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어진 실정이다. 이로 인해 회사채 발행에 따른 부담이 커지자 은행 대출로 이를 메꾸려는 수요가 커지는 흐름이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지난 달 말 기업대출 잔액은 총 538조1934억원으로 한 달 전(524조7367억원)보다 2.6%(13조4567억원) 늘었다. 올해 1월과 2월 기업대출 증가분이 각각 4조7627억원과 3조6702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세 배 가량이나 큰 규모다. 특히 그 중에서도 회사채 수요가 많은 대기업 대출이 74조6043억원에서 82조7022억원으로 10.9%(8조979억원)나 증가한 것은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이런 추세는 지속적으로 은행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 공산이 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이들의 대출을 둘러싼 위험도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된 지난해부터 기업 부실대출 관리에 사력을 다해 왔던 은행들 입장에선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주요 은행들이 떠안고 있는 기업 부실대출은 최근 1년 새 1조원 넘게 줄었지만 여전히 4조원을 넘기고 있는 현실이다. 5대 은행들의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 관련 고정이하여신은 총 4조227억원으로 전년 말(5조3829억원) 대비 25.3%(1조3602억원) 감소한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에 맞춰 재무제표 건전성을 관리하는 대기업들의 기조 상 이들의 대출은 연말에 줄었다가 연초에 다시 늘어나는 게 일반적으로, 올해처럼 1월이 아닌 다른 달에 기업 여신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조만간 진정되면 다행이겠지만, 장기화 국면이 생각보다 길어질 경우 기업들의 자금 위기가 은행까지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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