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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육박한 4대 금융그룹 충당금…외부 감사 '타깃'


입력 2020.03.31 05:00 수정 2020.03.30 17:5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지난해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 2.8조…1년 새 26.2% 급증

현미경 들이댄 회계법인…"편향 추정으로 왜곡 위험" 경고

국내 4대 금융그룹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금융그룹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금융그룹들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 규모가 1년 새 6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며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 금융그룹 외부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들이 이 같은 충당금 적립 과정을 제대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일제히 현미경을 들이대고 나섰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 불황 터널 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대출의 질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개 금융그룹들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총 2조7787억원으로 전년(2조2012억원) 대비 26.2%(5775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손실충당금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 것이다.


금융그룹별로 봐도 대부분 충당금 확대에 나선 모습이다. 신한금융의 신용손실충당금은 같은 기간 7386억원에서 9508억원으로 28.7%(2122억원) 증가하며 1조원에 근접했다. 하나금융 역시 4593억원에서 7773억원으로, 우리금융도 3296억원에서 3804억원으로 각각 69.2%(3180억원)와 15.4%(508억원)씩 신용손실충당금을 늘렸다. KB금융만 신용손실충당금이 6737억원에서 6702억원으로 다소(0.5%·35억원) 줄었다.


시선이 쏠리는 대목은 조사 대상 금융그룹들의 외부 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들이 하나 같이 충당금을 유의 항목으로 꼽고 나섰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핵심감사제에 따라 외부 감사를 수행하는 회계법인들은 담당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가장 조심히 살펴야 한다고 판단한 내용을 감사보고서 앞면에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4대 금융그룹의 외부 감사를 실시한 회계법인들이 지난해 해당 핵심감사 대상으로 모두 충당금을 선정한 것이다.


회계법인들은 금융그룹이 신용손실충당금을 측정할 때 편향된 추정으로 그 규모가 왜곡될 위험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아울러 ▲신용위험 증대 판단 ▲기업 차주의 내부 신용등급 결정 ▲부도율 및 부도 시 손실률 측정 ▲미래 전망 정보 반영 등의 과정에서 신용손실충당금이 왜곡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회계법인들은 금융그룹들이 신용손실충당금 결정에 활용한 각종 모델과 정보의 완전성, 정확성에 대해 통제를 테스트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신용손실충당금과 관련한 표본을 추출해 내·외부로부터 획득한 정보와 비교하고, 추정치에 사용된 정보의 신뢰성과 적격성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회계법인들이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금융그룹의 신용손실충당금을 살피고 있는 것은 그 만큼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 침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서 빚 상환 여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염려다. 여기에 올해 들어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까지 겹치면서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주요 글로벌 금융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내려 잡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대를 넘어 마이너스로 추락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된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6%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2.1%에서 2.7%포인트나 내려간 수치다.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도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0%에 머물 것이라며 역성장을 예측했다. 지난 달 전망치(1.0%)와 비교하면 한 달 만에 2.0%포인트나 낮춘 수준이다.


앞서 S&P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무디스는 최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0.8%, 1.4%로 점쳐둔 상태다. 또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이를 종전 1.6%에서 1.0%로 0.6%포인트 낮췄다. 지난 달 2.1%에서 1.6%로 한 차례 하향 조정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추가로 우리나라의 성장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춘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심화할수록 차주들의 상환 여력이 함께 악화되면서 금융사의 여신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며 "이에 대비한 신용손실충당금 적립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돼 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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