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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유동성 빨간불 켜진 항공업, 이대로 방치 안된다


입력 2020.03.30 07:00 수정 2020.03.29 20:17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대한항공 ⓒ대한항공

"4월 말에 예정된 유럽행 비행기 결항 통보를 받았는데 환불은 한달뒤에나 해준답니다. 항공사에서는 환불이 폭주되는 상황이라 처리능력을 벗어났다고 하는데 시스템 붕괴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인한 결항사태에서 환불 폭주로 이어지고 있는 항공사의 현재 모습이 무더기 부도의 전조 증상처럼 보인다고 언급했다.


항공업은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전세계가 입국제한을 확대하면서 운항 중단이 속출하고 있고 여객과 여행 수요는 급감한 상황에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정부가 항공사 정류료와 착륙료를 감면하고 미사용 운수권 등을 골자로 한 지원방안을 발표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앞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내 한국의 항공산업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전세계 항공사의 매출 손실은 2520억 달러(309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국적항공사들의 상반기 매출손실이 6조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우선 항공사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 부진은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현금흐름도 급속도로 둔화된 상태인데다 회사채 만기가 도래할때마다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서야한다. 대한항공은 다음달 도래하는 회사채 만기에 대해 매출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해 급한불을 껐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올해내로 상환하거나 차환해야하는 차입금은 4조원을 훌쩍 웃도는데 이만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대응 능력이 있을지 미지수이다.


대한항공의 모기업인 한진칼도 경영권 분쟁이 조원태 회장의 완승으로 일단락했지만 향후 장기화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우려가 나온다.


국내 대표 항공사의 양날개중 하나로 불리는 아시아나 항공도 위기상황에 놓여있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산업군에 비해 항공업계의 부채비율이 다소 높은데다 이번 코로나19사태까지 겹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컨소시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이 대규모 부채를 어느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수 없다.


항공업 위기는 산업의 한 축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총체적 위기로 번지기 전에 대응 마련에 나서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무더기 파산은 막아야한다는 것이다. 항공사들은 그동안 항공기 운임 등 매출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ABS로 자금을 조달해 유동성 문제를 해소했지만 더이상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유동성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줄줄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항공업을 시발점으로 연쇄 부도사태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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