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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신형 쏘렌토 "거칠지만 내 주인에겐 친절하지"


입력 2020.03.28 05:00 수정 2020.03.28 10:39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강인한 외모, 탄탄한 퍼포먼스, 넓은 실내공간, 세심한 편의사양까지

신형 쏘렌토 주행장면. ⓒ기아자동차 신형 쏘렌토 주행장면. ⓒ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의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쏘렌토는 형제차인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종종 동일 선상에서 비교되지만, 좀 더 독특한 수요층을 끌어들이며 차별화해 왔다.


싼타페가 전형적인 도심형 SUV라면 쏘렌토는 상대적으로 정통 SUV에 가까운 매력을 어필해 주로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이번 4세대 풀체인지 모델 출시를 앞두고 쏘렌토 마니아들은 기존 쏘렌토의 색깔을 유지하길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그런 바람이 통했는지 신형 쏘렌토는 거친 매력을 풀풀 풍기며 등장했다. 이에 더해 승차감과 실내공간, 편의사양 측면에서는 친절함을 갖춘 내유외강(內柔外剛)의 풍모로 더 넓은 고객층을 품겠다는 야심도 보여준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서울마리나에서 경기도 장흥 ‘헤세의 정원’까지 왕복 약 100km를 신형 쏘렌토와 함께 달려봤다. 자유로와 외곽순환고속도로, 구불구불한 와인딩 코스가 포함됐다. 시승차로는 디젤 4륜구동 최상위 모델인 시그니처 트림이 준비됐다.


신형 쏘렌토 전측면 디자인. ⓒ기아자동차 신형 쏘렌토 전측면 디자인. ⓒ기아자동차

신형 쏘렌토는 남성미와 세련미를 모두 갖췄다. 곡선보다 직선을 많이 사용하는 기아차의 디자인 특성을 그대로 살려 수직과 수평으로 죽죽 내리 그은 직선들이 SUV 특유의 강인함을 부각시켜준다.


전면은 이미 K5를 통해 인정받은 타이거 페이스를 전고가 높은 SUV에 맞춰 위아래로 늘려 장착했고, 후면은 세로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로 미국 전용 대형 SUV 텔루라이드의 터프함을 그대로 가져왔다. 측면 캐릭터 라인은 쓸데없는 기교를 부리지 않고 일필휘지로 완성했다.


신형 쏘렌토 후측면 디자인. ⓒ기아자동차 신형 쏘렌토 후측면 디자인. ⓒ기아자동차

도로로 끌고 나오면 디젤 특유의 넉넉한 토크가 시원시원한 달리기 성능을 발휘한다.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를 내는 2.2ℓ 디젤엔진은 1.8t에 육박하는 무거운 덩치를 정지 상태에서도 가볍게 끌어당겨 고속의 영역으로 안착시켜준다. 습식 8속 DCT는 변속충격 없이 부드럽게 최적의 기어비로 옮겨준다. 높은 지상고에도 불구, 고속주행시 안정감도 뛰어나다.


고속 영역에서는 급가속 반응이 그리 즉각적이진 않지만 SUV치고는 준수한 편이다. 고속도로에서 스포츠카와 레이싱 대결을 펼칠 게 아니라면 큰 불편함은 없는 정도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속되는 산길에서는 넉넉한 토크가 더욱 빛을 발한다. 힘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여유 있게 치고 올라간다. 급커브 구간에서 거칠게 핸들을 돌려도 정교한 핸들링과 탄탄한 하체가 받쳐주니 불안감이 없다.


주행모드는 컴포트, 스포츠, 에코, 스마트 등을 제공하며 팰리세이드에서 선보인 험로 주행 모드(Multi Terrain Control)도 사용할 수 있다. 눈길과 진흙길, 모랫길 등 지형 상황에 따라 구동륜과 기어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신형 쏘렌토 내부 모습. 세로로 길게 배치된 송풍구 디자인이 독특하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신형 쏘렌토 내부 모습. 세로로 길게 배치된 송풍구 디자인이 독특하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신형 쏘렌토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겉모습보다 내부다. 마치 ‘내 여자에게만 친절한’ 터프남처럼 탑승객을 배려한 요소들로 가득하다.


일단 정숙성과 승차감이 압권이다. 고속 주행에서도 소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정차 후 공회전 상태에서도 디젤 특유의 털털거리는 소음이 들려오지 않는다.


노면의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지나며 발생하는 충격은 차체가 남김없이 흡수한다. 고급 세단 못지않은 승차감이다.


운전석에서 바라보는 실내 디자인은 파격적이다. 12.3인치 대형 LCD 클러스터와 그 옆에 나란히 붙은 10.25인치 가로형 내비게이션은 고급감과 편리함을 동시에 제공해준다. 센터페시아에 세로로 길게 배치된 송풍구는 우주선 조종석과 같은 첨단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신형 쏘렌토 앞좌석에서 바라본 2열과 3열 모습. 대형 SUV에서나 볼 수 있었던 2열 독립시트가 장착돼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신형 쏘렌토 앞좌석에서 바라본 2열과 3열 모습. 대형 SUV에서나 볼 수 있었던 2열 독립시트가 장착돼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실내공간은 대형 SUV 부럽지 않게 넓어졌다. 특히 시승차로 제공된 6인승 모델은 2열 독립시트가 압권이다. 좌석이 좌우로 분리돼 배치됨에 따라 2열 승객은 더 편안해졌고, 3열 승객도 굳이 좌석을 접고 넘어 다니는 불편함을 덜게 됐다.


2열은 물론 3열까지 암레스트에 개별 컵홀더가 배치돼 있으며 USB 포트는 1열 3개, 2열 3개, 3열 2개로 총 8개에 달한다. 탑승객(6명) 전원이 휴대폰을 충전하고도 2개나 남는다.


신형 쏘렌토 2열에서 앞을 바라본 모습. 레그룸도 넉넉하고 USB 포트는 3개(센터콘솔 및 운전석, 조수석 등받이)나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신형 쏘렌토 2열에서 앞을 바라본 모습. 레그룸도 넉넉하고 USB 포트는 3개(센터콘솔 및 운전석, 조수석 등받이)나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2열 레그룸은 충분히 넓고 시트도 안락하다. 3열 공간은 성인이 다리를 뻗고 안기엔 다소 좁아 보이지만 컵홀더와 USB포트는 물론, 12V 파워아웃렛도 사용할 수 있고, 공조장치도 개별로 조절할 수 있다. 3열에 앉은 채로 2열 좌석을 원터치로 접을 수도 있다.


신형 쏘렌토 3열 측면. 컵홀더와 USB 포트, 2V 파워아웃렛, 공조장치 조절 버튼, 앞좌석 폴딩 버튼 등이 장착돼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신형 쏘렌토 3열 측면. 컵홀더와 USB 포트, 2V 파워아웃렛, 공조장치 조절 버튼, 앞좌석 폴딩 버튼 등이 장착돼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미세먼지와 개인위생에 민감한 시대적 요구도 반영했다. 능동형 공기청정시스템은 실내 공기 오염도를 판단해 알아서 정화해준다.


마침 이날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수준이어서 신형 쏘렌토의 능동형 공기청정시스템을 테스트해 보기에 적격이었다. 시승차에 테스트용으로 설치된 공기오염 측정기는 창문을 내리자마자 초미세먼지 50㎍/m³ 이상 이상을 가리켰다.


하지만 창문을 닫자 측정기의 숫자가 빠르게 내려갔다. 단 3분 만에 6㎍/m³까지 떨어지더니 2분이 더 지나자 0㎍/m³의 완전 청정 상태가 됐다.


신형 쏘렌토의 능동형 공기청정시스템 작동 전후를 비교한 사진. 50㎍/m³에 달했던 초미세먼지 농도(왼쪽 위)는 공기청정시스템이 가동된 지 5분 만에 0㎍/m³로 떨어졌다. 아래 사진은 공기청정시스템 가동이 표시(나무모양 아이콘)되는 장면.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신형 쏘렌토의 능동형 공기청정시스템 작동 전후를 비교한 사진. 50㎍/m³에 달했던 초미세먼지 농도(왼쪽 위)는 공기청정시스템이 가동된 지 5분 만에 0㎍/m³로 떨어졌다. 아래 사진은 공기청정시스템 가동이 표시(나무모양 아이콘)되는 장면.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연비는 서울마리나에서 회차 지점인 헤세의 정원까지 고속도로와 와인딩 코스 및 일부 시내구간을 컴포트 모드와 스포츠 모드를 변경해 가며 약 57km를 주행한 결과 12.1km/ℓ가 나왔다. 표시연비인 13.7 km/ℓ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스포츠 모드 사용을 자제했더라면 표시연비를 충분히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는 스포츠모드로만 놓고 달리니 10.8km/ℓ의 연비가 측정됐다. 스포츠모드는 다른 주행모드에 비해 달리는 재미를 충분히 제공하는 만큼 연료 소모량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신형 쏘렌토는 기존 충성고객을 잡기에 충분한 터프한 매력을 유지했다. 나아가 쏘렌토 구매를 결정한 아빠가 가족들의 눈총을 받지 않도록 편안하고 넉넉하고 깨끗한 실내공간까지 마련했다. 갈수록 고급화되고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SUV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만한 차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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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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