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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철' 없어진 유통가...탈출구가 안보인다


입력 2020.03.23 06:00 수정 2020.03.22 20:12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방문 고객 감소에 반복된 휴점으로 수천억 손실…상반기까지 부진 지속 전망

식품류 주문 급증한 온라인도 ‘불안’, 마진율 낮고 배송 부담 높아 수익성 고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 밖을 나서는 소비자들이 줄면서 경기 수원시 한 백화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 밖을 나서는 소비자들이 줄면서 경기 수원시 한 백화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유통가 대부분 업종이 부진을 겪고 있다. 유통가에서 흔히 말하는 ‘대목’도 사라진 지 오래다. 1월 설 연휴를 비롯해 2~3월 졸업, 입학 시즌을 통으로 날려버린 데다 5월 가정의 달 특수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감염 우려에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마땅한 대안도 찾기 어려워 업계에서는 ‘도저히 탈출구가 없다’는 하소연마저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3월 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백화점, 할인점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30.6% 19.6% 감소했다.


유동인구가 몰리는 주요 상권 매장의 매출이 감소한 데다 백화점 1위 매장인 신세계 강남점, 롯데 소공동 본점 등 주요 매장이 임시휴업을 반복하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백화점업계는 코로나 사태로 정기세일 일정마저 미루거나 검토하는 분위기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협력사 사정도 있어서 세일을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평소라면 다음 주부터 봄 정기세일이 시작되는 시기지만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4월 초중순쯤으로 연기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행사를 해도 규모를 줄이거나 축소하는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시내 주요 면세점과 아울렛, 복합쇼핑몰도 매출이 감소하면서 지난달 한 달 동안만 수천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임시휴업 및 단축영업에도 임대료와 인건비는 그대로 지출되면서 수익성도 동시에 악화됐다. 업계에서는 주요 유통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이 10% 이상 감소하고, 일부는 적자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2~3월 졸업, 입학 시즌은 사실 다 포기했다. 사태가 장기화돼 5월까지 지속되면 사실상 1년 중 절반의 장사를 포기하게 된다”며 “사태가 마무리돼도 후폭풍까지 감안하면 연중 내내 부진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다른 이유도 아니고 사람들이 집 밖을 나오지 않으니 세일이나 다른 대안도 효과가 없는 상황”이라며 “뾰족한 대책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빨리 코로나 사태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원천 FC에서 피킹을 마친 온라인 상품들이 배송차량으로 이동하는 모습.ⓒ홈플러스 홈플러스 원천 FC에서 피킹을 마친 온라인 상품들이 배송차량으로 이동하는 모습.ⓒ홈플러스

온라인 장보기가 확산되면서 온라인몰과 홈쇼핑 같은 언택트 소비가 증가하고 있지만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가공식품, 신선식품 등 식품류와 생필품을 중심으로 온라인 주문이 늘고 있지만 마진율이 적고 배송 부담이 큰 만큼 마냥 좋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장보기가 활성화 되면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트렌드는 더욱 기울어졌지만 아직은 부담도 함께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식품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은 여행, 공연, 레저, 패션, 화장품, 가전 등은 부진을 보이면서 수익성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다른 상품에 비해 마진은 낮고 무게나 부피가 큰 식품류 주문이 늘면서 배송 현장에서도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자체 배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쇼핑몰의 경우 배송기사의 업무 부담이 늘고 있고, 외부 배송업체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전체 배송 물량이 늘면서 지연사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 온라인 쇼핑업체의 배송기사가 업무 중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근로자 처우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쇼핑 업체들은 코로나 사태로 주문량이 폭주하고 있지만 이에 맞춰 배송인력이나 시스템을 대폭 확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것은 부담된다는 이유에서다.


배송인력과 차량 등 인프라는 갖춰져 있지만 규제로 인해 배송을 할 수 없는 대형마트와는 정반대의 고민인 셈이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만이라도 의무휴업일이나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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