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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계대상 된 한국인, 짙어지는 ‘코로나 블루’


입력 2020.03.07 07:00 수정 2020.03.07 06:21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국 불허’ 스포츠에서도 코로나19 원흉 취급받는 한국

감동 선사하고 위안됐던 스포츠도 코로나 블루 달래주지 못해

EPL 토트넘 손흥민. ⓒ 뉴시스 EPL 토트넘 손흥민.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의 어려움은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말할 정도로 가깝게 대했던 중국은 이제 한국인 입국에 소스라치거나 조롱하고 있고, 도쿄올림픽 개최에 혈안이 된 일본은 사실상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는 초강력 빗장을 걸었다.


동맹으로 여겼던 미국도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세를 보며 입국 과정을 까다롭게 조정하고 있다. 축구 영웅으로 추앙받는 박항서 감독이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있는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카자흐스탄은 코로나19 최고등급인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너나할 것 없이 코로나19 발원지 중국 본토를 제외하고는 코로나 발병 상태가 최악인 국가가 된 한국을 경계하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 한국인은 경계대상 1호다.


스포츠에도 고스란히 그 여파가 침투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국인을 경계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5일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영국에서는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수술로 인해 한국에 일시 귀국한 손흥민(토트넘)은 팀으로 복귀해도 훈련장에 바로 갈 수 없다. 이상 증세가 없어도 무조건 2주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유도 대표팀은 더 안타까운 상황이다.


도쿄올림픽 출전과 시드 배정을 위해 랭킹 포인트를 쌓아야 하는데 13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서 열리는 예카테린부르크 그랜드슬램에 출전하지 못한다. 러시아 정부가 한국발 항공편으로 모스크바에 들어오는 입국자들에 2주 격리 조치를 의무화, 입국하더라도 대회 출전이 불가능하다.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영문진단서를 손에 쥐어도 입국과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추신수(38·텍사스) 류현진(33·토론토) 등이 뛰고 있는 메이저리그(MLB)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코로나19 확산일로에 있는 한국·이탈리아·이란 등을 거친 취재진이나 스카우트의 클럽하우스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최근 김광현(32) 시범경기 등판에 한국 취재진과 팬들이 몰리자 세인트루이스 언론은 잔뜩 긴장한 구단 관계자들의 반응을 보도했다.


일본도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내렸다. ⓒ 뉴시스 일본도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내렸다. ⓒ 뉴시스

코로나19 확산 속에 한국인 입국을 막거나 자국민에게 ‘한국 방문을 자제하라’고 경고하는 국가들은 세계적으로 점차 늘고 있다. 국익과 조직 구성원의 안전을 위한 저들의 결정을 탓할 수 없다.


그러나 모욕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더욱 답답하고 분통터지는 것은 마스크 수급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가 내놓는 정책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무기력함에 피어오르는 자괴감이다. 스포츠도 ‘코로나 블루(우울증)’를 달래기는커녕 가중시키고 있어 자못 씁쓸하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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