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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 극저온서 충격에 강한 '엔트로피 합금' 비밀 규명


입력 2020.02.26 18:15 수정 2020.02.26 18:19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실험에 활용된 일본 J-PARC의 중성자과학시설ⓒ한국원자력연구원 실험에 활용된 일본 J-PARC의 중성자과학시설ⓒ한국원자력연구원

극한의 날씨에서도 쉽게 파손되지 않는 '엔트로피 합금'의 비밀이 밝혀졌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국내외 7개 기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엔트로피 합금이 저온에서 더욱 강한 원인은 낮은 ‘적층결함에너지’라는 사실을 규명하고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1월호에 게재했다고 26일 밝혔다.


엔트로피 합금은 극저온 환경에서도 충격에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는 지난 2014년 '네이처(Nature)지'에 보고돼 화제가 됐다. 일반적인 금속의 경우 저온에서 꽁꽁 얼은 상태로 충격을 주면 산산이 부서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금속이 파손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최근까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국내 연구진이 첫 규명에 성공해 주목을 받게 됐다.


연구진은 이 소재가 저온에서 더 강한 비밀은 낮은 적층결함에너지에 존재한다고 밝혔다. 엔트로피 합금의 적층결함에너지가 산업에서 흔히 쓰이는 스테인리스강 대비 45%에 불과해 일반적인 금속과는 달리 저온에서 충격에 더 강하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금속은 바둑판같은 격자구조의 점에 원소가 박혀 있는 결정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금속에 힘이 과도하게 가해지면 규칙적이던 원소배열의 격자구조가 깨어진다. 이후 불규칙한 적층결함(stacking fault)이 생기는데 여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적층결함에너지라고 한다.


엔트로피 합금과 같이 적층결함에너지가 낮은 금속은 힘이 가해질 때 원소배열이 대칭적으로 놓이는 쌍정변형이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 쌍정변형을 거치면 금속 내 입자 크기가 더 작아져서 단단해지고 충격에도 훨씬 강해진다.


이번 연구에는 우완측 원자력연구원 양자빔물질과학연구부 박사, 두산중공업, KIST, 충남대학교, 울산대학교, 순천대학교, 일본 J-PARC 시설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연구 분석 때 중성자 빔을 이용해 원자보다 큰 밀리미터 단위 크기의 소재를 한 번에 측정했다. 또 실시간(in situ)으로 변형 중인 소재를 측정하면서 변형 공정 중의 결함 변화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100여회 이상의 반복 실험으로 얻어낸 변형 순간의 에너지 변화 데이터를 확보해 실험의 신뢰도를 높였다.


연구를 주도한 우완측 박사는 "향후 연 3조원 규모의 국내 극저온 밸브, LNG 저장탱크와 액체수소 저온탱크 시장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약 50조에 달하는 극지 해양플랜트 소재부품 사업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주·항공, 수소자동차 등의 첨단 미래 에너지 소재분야 등으로 적용분야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속업계는 극저온 속에서도 쉽게 파손되지 않는 금속을 개발하고자 노력해왔다. 북극의 차가운 바닷속에 석유 시추 등을 설치하는 해양플랜트 분야 등에서는 이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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