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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구조조정 확산일로…항공·자동차·중공업·정유까지


입력 2020.02.21 11:28 수정 2020.02.21 14:37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업황 악화 따른 실적 하락에 코로나19까지 '설상가상'

희망퇴직, 순환휴직, 임금반납 등 고정비 축소 안간힘

경영악화로 2018년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경영악화로 2018년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경기악화가 장기화되고 개별 기업 실적이 악화되며 산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특정 업종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요즘처럼 전 업종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구조조정이 번진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안정적인 직장으로 이름 높던 에쓰오일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검토한다. 정제마진 하락이 지속되면서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향후 업황 회복도 어렵게 된 데 따른 것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최근 부장급 회의를 열고 희망퇴직 검토안에 대해 설명했다. 확정안은 아니지만 50~54세에 60개월, 55~56세에 50개월, 57세에 40개월, 58세에 20개월치의 기본급 지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 내 부장급 직원은 100여명 수준이다.


에쓰오일은 처우와 복지가 좋고 지금껏 인위적 구조조정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고용이 안정돼 있어 ‘꿈의 직장’으로 불려왔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명예퇴직 검토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에쓰오일의 희망퇴직 검토는 지난해 정유사 수익의 핵심지표인 정제마진이 급락하며 실적이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4492억원에 그쳤다. 전년 대비 29.8% 감소한 수치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 내 수요와 항공유 수요가 줄어 실적이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항공업계는 온통 칼바람이다. 가뜩이나 실적이 좋지 않은 가운데 코로나 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대표적인 대형 항공사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부터 15년 이상 근속한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순차적으로 단기 무급휴직도 시행 중이다. 오는 3월에는 객실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달간 연차 휴가를 실시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표이사 이하 전 임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사장 40%, 임원 30%, 조직장 20% 등 급여 반납도 실시했다. 직원들은 일반직, 운항승무직, 캐빈승무직, 정비직 등 전 직종에 걸쳐 열흘간 무급휴직도 진행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도 지난 12일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경영진들은 임금을 최소 30% 이상 반납하고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무급휴가 제도도 전 직원 대상으로 확대했다.


대한항공 계열 진에어는 무급으로 최소 1주에서 최대 12개월까지 희망휴직을 실시하고 있고, 티웨이항공도 희망휴직과 함께 전 임원 임금 20~30% 삭감을 결정했다.


이스타항공은 최소 15일에서 최대 3개월까지 무급휴직, 상무보 이상 임원 임금 30%, 본부장 직책자 직책수당 반납 등을 결정했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무급휴직으로 인건비 부담 절감에 나섰다.


자동차 업계도 쌍용자동차가 임원 20%를 내보내고 급여 10%를 삭감했으며, 르노삼성자동차가 상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구조조정 한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현대제철도 지난해 12월 만 53세 이상 사무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탈원전 등 정부 에너지정책 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중공업계도 잇달아 직원을 내보낸다. 두산중공업은 기술직 및 사무직을 포함한 만 45세 이상 직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으며, 효성중공업은 지난 2월 초부터 전력PU 등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수 년간 인력 감축을 진행해온 조선업계의 구조조정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부터 정년이 10년 미만 남은 사무·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고, 삼성중공업은 상시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있다.


IT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최근 명예퇴직 시행안을 만들어 노조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고연봉,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던 주요 업종 대표기업들이 줄줄이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것은 단순히 고용지표상의 숫자 이상으로 위기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세금을 단기 고용수치를 올리는 데 쏟아 부을 게 아니라 주요 기업들이 실적 회복을 통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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