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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자동차 중견 3사, 생태계 붕괴 우려


입력 2020.02.16 06:00 수정 2020.02.16 07:26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한국GM·쌍용차·르노삼성, 완성차 내 점유율 15%대 위협

'규모의 경제' 밀려…매년 신차 흥행 실패시 타격 심각

완성차 3사 공장 전경.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국GM 부평공장, 르노삼성 부산공장, 쌍용차 평택공장. ⓒ각사/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완성차 3사 공장 전경.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국GM 부평공장, 르노삼성 부산공장, 쌍용차 평택공장. ⓒ각사/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현대·기아차와 함께 국내 자동차 업계를 지탱해온 한국GM,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이른바 중견 3사가 일제히 위기를 맞고 있다. 한때 25%에 육박했던 이들 3사의 점유율(완성차 5사 기준)이 매년 하락세를 지속하며 15%까지 떨어져 이들이 고사(枯死)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일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완성차 업계에서 중견 3사의 점유율은 15.0%로 지난해 1월(16.2%)에 비해 1.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연평균 점유율(17.7%)과 비교하면 2.7%포인트나 빠졌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오랜 기간 현대·기아차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해 왔으나, 나머지 중견 3사들도 20% 내외의 시장은 유지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한국GM 부도 위기, 르노삼성 모델 노후화, 쌍용차 주력 모델 경쟁력 약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급격히 점유율이 악화되고 있다.


2016년 24.9% 수준이었던 중견 3사의 점유율은 2017년 21.9%로 하락하더니 2018년 18.9%, 지난해는 17.7%까지 떨어졌다. 가뜩이나 하향세를 보이던 점유율이 올 1월에는 더욱 떨어진 것이다.


중견 3사의 점유율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한국GM의 부진이다. 2016년 18만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리며 완성차 5사 내수 판매량의 11.3%를 점유했던 한국GM은 2017년 13만여대로 점유율이 8.5%로 떨어지더니 부도 위기로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2018년은 판매량이 9만여대로 급감하면서 점유율이 6.0%까지 급락했다. 지난해 7만6471대를 판매한 한국GM은 점유율이 5.0%까지 추가로 낮아졌다.


한국GM은 부도설, 철수설 등으로 무너진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제너럴모터스(GM) 본사로부터 다양한 차종을 수입해 판매했으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2016년 SM6와 QM6 등 잇단 신차의 성공적 출시로 11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렸던 르노삼성 역시 이듬해부터 모델 노후화와 함께 국내 판매량이 매년 1만대 가량씩 줄며 지난해 판매는 8만여대, 점유율은 5.7%까지 하락했다.


쌍용차는 2015년 티볼리, 2016년 티볼리 에어, 2017년 G4렉스턴, 2018년 렉스턴 스포츠 등 매년 히트작들을 내놓으며 국내 시장에서 성장세를 지속했으나 지난해 출시된 신형 코란도가 시장에서 썩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면서 실적도 하향 반전됐다. 2018년 10만9140대, 점유율 7.1%를 정점으로 지난해 10만7789대, 점유율 7.0%로 내려앉았다.


이들 3사는 현대·기아차와 같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했고, 라인업도 다양하지 않아 볼륨 차급에서 출시한 신차의 성패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공통적인 한계가 있다.


해마다 국내 생산 차종만 각각 4~5종씩 신차를 내놓는 현대·기아차는 한두 개 모델이 다소 부진해도 다른 차종들의 선전으로 충분히 완충이 가능하지만, 수입 모델을 제외하고는 기껏해야 한해 1종의 신차를 내놓는 데 불과한 중견 3사는 신차 하나의 실패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신차 출시가 없는 해는 기존 구형 모델들로 버티며 보릿고개를 넘겨야 한다.

지난해는 한국GM과 르노삼성의 경우 아예 국내에서 생산되는 신차가 전무했고, 해외 본사로부터 수입해 오는 차종은 가격적인 문제로 볼륨 모델 역할을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쌍용차는 유일한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인 신형 코란도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올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GM은 올해 유일한 국내 생산 신차인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가 흥행에 실패하면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 르노삼성도 준중형 크로스오버 SUV XM3가 같은 역할을 짊어졌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가 준비 중인 투싼 풀체인지 모델은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쌍용차는 올해 신차 출시 계획이 없는 가운데 주력 모델인 소형 SUV 티볼리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잇달아 내놓은 베뉴와 셀토스의 공세로 판매량이 위축돼 있고, 대형 SUV G4렉스턴은 팰리세이드와 모하비의 공세에 맥을 못 추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중견 3사가 무너질 경우 소비자 선택권 축소는 물론 경쟁사인 현대·기아차에게도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은 각각의 전속 협력사들을 거느리고 있기도 하지만, 다수의 협력사들이 복수의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한다”면서 “완성차 한두 곳이 무너질 경우 산업 생태계가 흔들려 결국 나머지 완성차 업체들에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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