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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남매간 경영권 분쟁 이번주 고비…'경영혁신' 경쟁 돌입


입력 2020.02.11 06:00 수정 2020.02.10 17:45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3자 연합 결성으로 기습 당한 조원태 경영혁신안으로 반격

이번주 주주제안 시한 앞두고 조현아의 재반격 카드 주목

전문경영인·전자투표에 사외이사 추천제-증원 요구 나오나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한진그룹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한진그룹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남매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측이 주주제안으로 내놓을 재반격카드가 주목된다.


남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6일과 7일 유휴부지 매각과 저수익비주력 사업 재편으로 반격한 상황에서 이에 상응하는 카드를 내 놓아야 내달 말 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양측의 승부를 판가름낼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의 그룹 경영에 반대하며 손잡은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등 3자연합 측은 오는 14일 이전에 주주제안을 통해 한진그룹 경영혁신 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3자연합을 결성하며 전문경영인 도입을 요구하며 공세를 펼쳤는데 조 회장이 비핵심 자산과 비주력 사업 정리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발표하며 대응에 나섰다. 또 한진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며 이사회 의장을 선출직으로 하도록 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이 과거 그룹 경영 참여시 주력해 온 호텔·레저사업 재편에 나서며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적극적인 견제에 나선 상태다.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건이 걸려 있는 만큼 필사적인 대응 태세다.


이로인해 3자연합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조 회장측이 발표한 경영개선안과 맞먹을 추가적인 카드를 주주제안에 담아야 주총에서 승리를 기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조 회장측이 확보한 우호지분(이하 의결권 기준)은 33.45%, 조 전 부사장을 주축으로 한 3자 연합측은 31.98%로 둘의 차이는 1.47%포인트에 불과하다. 양측이 전체의 3분의 1씩을 가져간 가운데 나머지 3분의 1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따라 경영권의 향배가 결정되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이들의 주주제안에는 줄곧 주장해 온 전문경영인 체제와 전자투표제 도입 등을 뛰어넘는 경영쇄신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일반주주 사외이사추천제 외에 사외이사 증원, 추가적인 자산 매각 요구 등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전자투표제는 KCGI가 지난해부터 도입을 요구해 온 내용이다. 소액주주 권리 보호와 기업기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과 함께 주주들의 주총 참여가 용이해지는 실리를 모두 취할 수 있는데다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조 회장의 연임 반대로 단일대오로 뭉친 3자 연합 결성의 명분 성격이 강하다. 조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더라도 그룹 총수직은 유지할 수 있지만 지주회사의 상징성 때문에 대표성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그룹

조 전 부사장 측은 조 회장이 아직까지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전자투표제와 조 회장이 수용할 수 없는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양 카드로 압박하며 주주들의 표심을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전문경영인과 전자투표제가 이미 보여준 패라면 나머지는 히든 카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반주주 사외이사추천제는 주주 권익을 확대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 후보를 일반 주주들로부터 공모하는 것으로 여기에 더해 사외이사 증원 요구도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다.


내달 임기가 종료되는 이석우 사외이사(법무법인 두레 변호사)를 대신할 사외이사 후보를 일반주주 공모를 통해 추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사외이사 수를 늘려 자신들의 우호 인물들을 적극적으로 밀어 이사회에서 영향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포석이다.


소액주주들에게 거수기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 대신 적극적으로 감시 견제할 사외이사들이 필요다하는 점을 부각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3명 이상으로 이사 총수의 과반수로 한다고 명시돼 있을 뿐 이사회 구성원 수에 대한 상한선은 없어 사실상 인원에는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조 회장이 내놓은 저수익 비주력 자산 매각과 관련,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진정성 확보를 위해 보다 구체적인 규모와 내용 등을 요구하는 등 맞불작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지배구조 개선과 사업구조 선진화 등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조치들을 추가로 내놓으라고 요구하며 압박을 강화해 나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주주제안의 요구가 구체성과 현실성이 떨어질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어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3자 연합측이 조 회장측의 경영쇄신안을 급조된 대책이라고 평가절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주주제안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면 주주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3자 연합 결성으로 대표 요구사항이 된 전문경영인체제 도입도 구체적인 인물 또는 조건이 제시되지 않으면 조 회장을 반대하기 위한 반대로 주주들에게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한진가 남매가 기습과 반격으로 한 차례씩 주고 받은 형국”이라며 “조 전 부사장측의 주주제안이 이번 경영권 분쟁의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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