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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 이낙연' 아닌 '황교안 대 文정권' 선포


입력 2020.02.08 04:00 수정 2020.02.08 06:06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불리했던 가상대결, 프레임 전환으로 돌파 시도

출마선언·질의응답, '이낙연' 한 번도 거명 안해

"일대일 경쟁이 아니라 文정권과 나와의 싸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21대 총선 서울 종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21대 총선 서울 종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마침내 '종로 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몇 차례의 가상대결에서 나타난 불리한 지형을 '프레임 전환'을 통해 돌파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교안과 이낙연'이라는 '미래권력' 사이에서의 선택이 아닌, 현재권력 문재인정권과의 대결을 부각함으로써 총선의 본질인 심판선거로 몰아간다는 전략이다.


황 대표는 7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진행된 출마선언과 질의응답 통틀어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이름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전 총리와의 맞대결을 직접적으로 묻는 질문이 나왔을 때도 "내가 이번 종로 선거에서 이기려는 상대방은 문재인정권"이라며 "어떤 일대일의 경쟁이 아니라 문재인정권과 나 황교안과의 싸움"이라고 일축했다. 상대 후보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그 자리에 문재인 대통령을 치환하는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황 대표는 이날 출마선언에서 문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황 대표는 "한 줌도 안 되는 일부 세력이 권력의 사유화를 넘어 대한민국을 사유화하고 있다"며 "그 정점에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 총선의 성격에 대해서는 "문재인정권의 폭정에 신음하는 우리 국민들이 선택하는 시간"이라며 "문재인정권의 폭정을 끝장내는 정권심판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울 종로 선거의 성격도 결코 '이낙연 후보'와 '황교안 후보' 사이에서의 '미래 선택 선거'가 아니라, 2017년 집권 이후 3년째에 접어든 문재인정권에 대한 '심판 선거'의 성격임을 분명히 했다.


황 대표는 "종로 선거는 개인 후보 간의 대결이 아니다"라며 "나라를 망친 문재인정권과 이 정권을 심판할 미래세력의 결전이기 때문에 당당히 맞서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자랑스러운 종로를 무능정권심판 1번지, 부패정권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며 "문재인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을 종로에서 시작해 서울·수도권, 전국으로 확산하겠다"고 천명했다.


종로 출마 결행한 이상 살아남는게 당면 과제
경기고·성대 출신, 종로와의 개인적 인연 부각
'잠룡'들 상대로 험지 동반출마 압박 높아질듯


그간 논의되던 여러 시나리오 중에 마침내 '종로 출마'라는 후보지가 선택됨에 따라, 2022년 대선을 염두에 둔 황교안 대표의 향후 정치적 운명은 이번 종로 선거의 결과에 따라 크게 출렁이게 될 전망이다. 특히 황 대표는 정치경력이 길지 않고, 선출직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로 대권주자로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을지 여부가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를 의식한 듯 황교안 대표도 출마선언의 상당한 분량을 자신과 종로 사이의 인연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종로구 화동 지금의 정독도서관 자리에 있던 경기고등학교를 나오고, 역시 종로에 있는 성균관대학교를 나온 황 대표는 "종로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청춘의 꿈을 키워온 희망의 땅"이라며 "가로수 하나하나와 골목 곳곳에 어린 시절의 추억이 배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가 꿈꾸던 보다 나은 대한민국의 꿈, 가슴을 뜨겁게 하던 황교안의 꿈을 종로구민과 함께 꾸겠다"며 "종로에서 진정한 정치인으로 일으켜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황교안 대표의 서울 종로 출마선언이 나오자,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즉각 발표문을 통해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선언을 환영하고 존중한다"고 나섰다. 실제로 '대국'이 시작되고서도 오랫동안 '첫 수'에 해당하는 당대표의 출마지가 놓여지지 않아 선거 국면이 시작되자마자 '초읽기'에 몰리는 듯한 수세의 느낌이 있었는데, 이날 황 대표가 마침내 종로 출마를 선택함에 따라 한국당의 향후 공천 작업에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다.


황 대표가 솔선해서 종로 출마를 선택함에 따라, 고향인 경남 밀양·창녕·함안·의령이나 경남 거창·합천·함양·산청, 또 이미 한국당 현역 의원이 버티고 있는 인천 미추홀갑이나 울산 남을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최고위원, 유정복 전 인천시장,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향한 험지 출마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형오 위원장은 실제로 "공관위원들은 헌신과 희생만이 나라를 살릴 수 있는 엄정한 가치임을 서로 공유하고 공감하고 있다"며 "공관위는 곧 중량급 인사들의 전략 배치 등 필요한 후속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황 대표도 이날 출마선언 직후 질의응답에서 "나라가 어렵고 당이 어렵다"며 "이럴 때일수록 대표급, 또 지도자급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자신을 향한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을 내다본 듯, 홍준표 전 대표는 황 대표의 출마선언 직후 페이스북에 "황 대표의 종로 출마로 수도권은 황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우리 당의 붐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여태 천명해온대로 나는 이번 선거에서는 후방에서 PK 수비대장 역할에 충실하겠다. 혹자는 같이 수도권으로 올라가야 할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지금 다시 서울로 복귀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선수를 쳤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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