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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P에 밀려나는 개인연금…3층 노후소득 '흔들'


입력 2020.02.08 06:00 수정 2020.02.07 21:42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3조까지 불어난 IRP…최근 2년 새 다섯 배 급성장

개인연금 영역 잠식 가속…연금 구조 단순화 우려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개인연금의 영역을 잠식하면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3층 노후소득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픽사베이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개인연금의 영역을 잠식하면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3층 노후소득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픽사베이

국내 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이 최근 2년 동안에만 다섯 배 가까이 성장하면서 3조원 수준까지 몸집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처럼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IRP가 개인연금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공적연금을 기반으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3층 노후소득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6년 약 6000억원 정도였던 IRP 적립금은 2018년 3조원 수준까지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IRP는 직장인이 노후 대비 자금을 스스로 쌓아 가거나 혹은 이직할 때 받는 퇴직금을 적립한 다음 55세 이후에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찾아 쓰기 위해 가입하는 퇴직연금 제도 중 하나로, 2012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되면서 새롭게 도입됐다.


IRP는 퇴직연금제도 시행 당시 퇴직급여에 대해 통산하거나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퇴직계좌(IRA)로 도입된 상품이다. 그러다 이후 본인 부담분을 추가할 수 있는 지금의 IRP형태로 확대되고 세액공제까지 부여되면서 개인연금과 비슷한 성격을 갖게 됐다.


아울러 실질적 세제혜택 측면에서 보면, 세액공제 한도액 초과분에 대해서는 적립 시 세제혜택이 부여되지 않지만, 수령 시 이자소득에 대해 이자소득세보다 현저히 낮은 연금소득세를 적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세제비적격연금과도 일정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평이다.


이런 와중 IRP는 가입대상 확대와 세제혜택 강화 등 제도 개편 과정에서 개인연금에 비해 경쟁 우위에 있는 제도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우선 IRP는 당초 IRA 당시 퇴직금 수령자와 기업형 퇴직연금 가입자로 고객이 한정됐지만, 2017년부터는 사실상 소득이 있는 모든 국민으로 확대된 상태다.


또 제도 개편과정에서 추가적 세제혜택이 IRP를 중심으로 지원됨에 따라 개인연금에 비해 IRP가 경쟁 우위를 띄게 됐다. 2015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부여된 추가 세제혜택(추가 납부액 300만원 허용)도 개인형 퇴직연금에만 적용돼 개인연금의 가입 유인이 감소하는 영향을 낳았다.


표면적으로 IRP 도입을 통해 우리나라는 ▲1층 공적연금 ▲2층 퇴직연금 ▲3층 개인연금 등 여러 가지 노후소득보장 수단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IRP와 개인연금 사이의 유사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다양하다고 판단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불황기 접어든 개인연금 시장이 IRP와의 대체성까지 커지면서 위축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향후 우리나라의 노후소득보장 시스템이 1층 공적연금과 2층 퇴직연금 중심으로 단순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보험업계가 개인연금 판매를 기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IRP에 의한 개인연금 대체현상까지 겹치면서 3층 역할을 하는 개인연금이 소멸돼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렇게 노후소득보장 수단이 단순화되면 여러 여건의 국민들에게 다양한 노후대비를 제공해 소득 사각지대를 축소해가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아직 우리나라가 1층 공적연금과 2층 퇴직연금만으로는 노후 준비가 충분치 못한 현실을 고려하면, 개인연금의 역할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공적연금과 퇴직연금만을 가지고 충분한 노후준비가 가능하다면 개인연금의 역할이 축소되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실제로 많은 선진국들이 연금 성숙기에 진입했음에도 1, 2층 연금만으로 50%를 상회하는 소득 대체율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1층 공적연금과 2층 퇴직연금만을 가지고 충분한 노후소득을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확보됐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개인연금 시장의 위축이 우려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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