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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휘둘리는 檢만들기가 '권력기관 개혁'이었나


입력 2020.02.01 04:00 수정 2020.01.31 23:10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 발표…"성역 없는 수사" 약속

'정권 비리' 수사 손발 묶더니…"스스로 못고친다"는 文

'여론의 냉소' 의식한 듯 "국민 위한 것이다" 거듭 강조

문재인 대통령(자료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자료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청와대에서 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를 보고받은 자리에서 "검찰은 과거의 잘못을 스스로 고쳐내지 못했기 때문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간부들을 모조리 좌천시킨 '권력형 수사방해' 논란이 한창인데, 난데없이 공수처와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검찰개혁의 명제(命題)인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검찰 만들기'와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권력기관 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권력기관 개혁은 정권을 위한 것'이라는 야당의 비판과 여론의 냉소를 의식한 역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또 "수사와 기소에 있어서 성역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도 '권력기관 개혁 후속 조치 추진계획' 담화문을 발표하며 "공수처는 독립된 기구로서 성역 없는 수사를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과거 정권의 잘못 스스로 못 고친 靑…초법적 권력부터 내려놔야


하지만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최근 자신에 대한 검찰 기소를 "쿠데타"라고 비난하면서 "공수처가 출범하면 저들의 범죄 행위가 낱낱이 드러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도 내놨다. 동시에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으로 윤석열 총장을 찍어 놨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검찰집단을 겁박하려는 용도로 쓰려한다는 의구심이 확신으로 굳어지는 상황이다. 야당은 "왜 이 정권이 그토록 공수처법을 밀어붙였는지 그 속내가 제대로 드러난 것(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여권인사들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를 때마다 이를 비웃듯 묵살하는 행태를 보였다. 최 비서관은 검찰 출석을 거부하며 "피의자 전환 시점을 밝히라"고 요구했고,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입증할 수 있느냐"며 되물었다. '살아있는 권력'인 피의자가 검찰을 거꾸로 압박한 것이다.


이미 살아 있는 권력을 함부로 겨누면 어떻게 되는지 검찰 인사를 통해 확실히 보여준 청와대다. 그런데도 정부는 권력기관 개혁 후속 조치로 만들어진 '검경수사권 조정 후속추진단'을 대통령 직속 기구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권력기관 개혁을 추진하기에 앞서 청와대가 초법적 권력부터 내려놔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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