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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의 꼼꼼함 민주당의 난감함


입력 2020.02.03 06:00 수정 2020.02.14 13:17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4.15총선 다가오자 '어물쩍' 정계복귀 시도

'친문 정서' 앞세워 서울 강서갑 출마 노려

윤창중과 '평행이론'처럼 꼭닮은 행보 비교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3월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3월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봉주 전 의원이 4.15총선 출마로 정계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2018년 3월 성추행 의혹으로 "자연인으로 돌아겠다"며 정계은퇴를 선언한지 1년 10개월만이다. 그가 내세운 복귀 명분은 친문세력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힌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저격하겠다는 것이다.


정 전 의원이 기존 자신의 지역구(서울 노원갑)를 버리고, 마땅한 연고가 없는 금 의원의 지역구에 출사표를 낸 것은 친문지지를 등에 업고 의혹을 세탁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금 의원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언행불일치'를 지적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져 친문세력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꼼꼼한' 정치셈법 작동…친문세력 자극한 '표적출마'


정 전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출마선언에서 "KKK를 제거하고 더 푸른 금수강산을 만들기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KKK'는 강(K)서구 갑(K)의 금(K)태섭 의원을 뜻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백인우월주의자 단체 'KKK(Ku Klux Klan)'를 연상케 하는 단어다.


그는 지난해에도 어지러운 정국 틈타 슬그머니 정치권에 고개를 내밀기도 했다.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반일감정이 고조되자 "한-일 전쟁이 시작된 마당에 뒷짐 지고 있을 수는 없다"며 반일운동을 벌였다.


그는 페이스북에 꾸준히 글을 올리며 "질주하는 횡포는 조국 수사를 통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등 친문세력에 구애를 해왔지만, "이 틈을 타서 정치를 재개하려 하냐", "대통령께 민폐 끼치지 말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여당 내에서는 정 전 의원의 출마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정봉주가 출마하면 야당에서 환호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당 인사는 "정 의원이 여당 승리를 바란다면 제발 자중하길 바랄뿐"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총선 승리를 위해 선당후사(先黨後事)를 설명하며 정 전 의원에게 불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총선 인재 2호로 영입했던 원종건씨의 '미투'(성폭력 고발) 논란으로 부담이 커진 민주당이다.


성추행 의혹부터 출마까지...윤창중과 꼭 닮은 '평행이론'


최근 정 전 의원의 정치행보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출마와 '평행이론'처럼 맞물려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신해 국민심판을 받겠다"고 했다. 자신이 먹칠한 '대통령의 이름으로' 출마한 것도 정 전 의원과 비슷하다.


윤 전 대변인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워싱턴DC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청와대를 떠났다. 이후 3년간 공소시효가 끝날 때까지 미국 검찰이 윤 전 대변인을 기소하지 않으면서 처벌을 면했다.


정 전 의원도 지난해 10월 명예훼손 등 혐의와 관련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성추행 자체가 아닌, 해당 여성을 무고하고 명예훼손을 했다는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이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두 사람 모두 공소시효가 끝났거나 별도로 진행된 1심에서 무죄를 받은 것을 근거로 "나는 무고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꼭 닮았다.


여론몰이 능하지만 등돌린 지지층…아직까지 사과도 없어


앞서 '봉도사'로 불리던 정 전 의원은 여론몰이에 능한 사람으로 평가됐다. 국회의원 시절에도 기존 정치인들과는 차별화된 언행으로 열혈지지층을 몰고 다녔다. 하지만 성추행 의혹과 거짓해명으로 여전히 지지세력이 남아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 전 의원이 BBK사건으로 법정 구속을 앞둔 긴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지하는 여성을 따로 만날 정도로 '꼼꼼한 사람'이었다는 점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후 그의 SNS에는 "지지를 철회한다"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그는 이미 재판 결과를 떠나 재기불능 판정을 받은 '정치적 파렴치한'이다. 논란 당시 "온갖 음해와 모함"이라며 눈물로 무고함을 호소했고, 의혹을 제기한 여성을 겨냥해 "정치적 의도를 담고 나를 저격하는 것"이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이후 사건 당일 행적이 드러나자 "자연인으로 돌아겠다"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아직까지 자신이 늘어놓은 거짓말에 대해 사과하거나 피해자에게 유감의 뜻도 밝히지 않았다. 더욱이 정 전 의원을 향한 '추가폭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가 총선무대로 나설 경우, 민주당 입장에선 언제 터질지 모를 잠재적 위험을 안고 가게 되는 셈이다.


2년 전 정계은퇴를 선언할 당시 그의 페이스북에 일침을 가한 한 네티즌의 발언은 이렇다.


"유부남 아저씨가 그것도 감옥가기 며칠 전에, 집사람, 아프신 노모 곁에 있지는 못할지언정, 여대생한테 따로 연락하고 호텔에서 만나자하고, 입맞추려한 게 사건의 본질 아닌가. 그간 피해자에게 쏟아 부은 담지 못할 망언과 비난들은 어찌할 것인가. 정치를 입에 담는 일은 다신 없었으면 한다. 그 지지기반과 세력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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