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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업계 미운 오리 전락한 변액보험…민원 '사상 최대'


입력 2020.01.16 06:00 수정 2020.01.15 23:05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지난해 3분기까지 민원만 1353건…연간 규모 넘어서

"보험사 위한 상품" 여론 악화 속 불완전판매 그림자

변액보험 관련 민원 건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변액보험 관련 민원 건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변액보험에 대한 소비자 민원 규모가 사상 최다 기록을 갱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업계 상품들에 대한 가입자들의 불만이 전반적으로 사그라지는 와중, 변액보험은 고객보다 보험사를 위한 상품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유독 반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불완전판매도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한 때 소비자와 보험사에 모두 이익을 안기며 생보업계의 백조가 될 것으로 보였던 변액보험은 기대와 달리 미운 오리로 전락하는 모습이다.


1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변액보험과 관련해 생보사에 접수된 민원은 총 1353건으로 전년 동기(1121건) 대비 20.7%(232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변약보험을 제외한 보장성·종신·연금·저축보험 등 생보업계 나머지 상품들에 대한 민원은 같은 기간 6984건에서 6003건으로 14.0%(981건) 감소했다.


아울러 이 같은 변액보험 민원 건수는 통상적인 연간 규모를 넘어선 숫자다. 9개월 만에 보통 한 해에 걸쳐 발생해 오던 것보다 많은 민원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생보협회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연간 변액보험 민원은 2017년 1141건, 2018년 1180건 등으로 1100여건을 기록해 왔다.


생보사별로 보면 DGB생명의 변액보험에 대한 가입자 민원이 가장 잦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3분기 DGB생명의 변액보험 보유계약 10만건 당 환산 민원 건수는 165.30건으로 생보업계에서 유일하게 100건 이상이었다. 이밖에 흥국생명(36.62건)·오렌지라이프(28.79건)·라이나생명(27.81건)·AIA생명(25.27건)·삼성생명(22.29건)·미래에셋생명(19.71건)·DB생명(18.95건)·KDB생명(18.27건)·교보생명(17.20건) 등이 계약 10만건 당 변액보험 민원 빈도 상위 10개 생보사에 이름을 올렸다.


변액보험을 두고 고객들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배경으로는 우선 부진한 증시 여건이 꼽힌다. 변액보험은 보험료를 기반 펀드에 투자하고 그 운용 실적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생보업계의 투자 상품으로, 수익률이 낮아지면 가입자로서는 그 만큼 보험금이 적어져 불리하다. 이런 탓에 자본시장의 불황은 변액보험 만족도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민원 조사 대상 기간 동안 코스피 지수는 2343.07에서 2063.05로 12.0%(280.02포인트)나 떨어졌다. 코스닥 지수 역시 822.27에서 621.76로 24.3%(200.51포인트) 급락했다.


더불어 생보사들이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변액보험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여론이 확대된 측면도 고객들이 등을 돌리는 숨은 요인이 되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다가오면서 몇 년 전부터 변액보험 영업 확대는 생보사들의 공통 과제로 떠올랐다. IFRS17 시행 시 상대적으로 생보사 입장에서 부담이 적은 상품으로 주목을 받으면서다.


2022년 IFRS17이 적용되면 부채 평가 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면서 보험사의 재무 부담은 대폭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액보험은 IFRS17이 적용돼도 자본 부담이 크지 않은 상품이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이율의 이자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자산운용에 따른 수익을 나눠주는 형태인 만큼, 보험사의 부채를 크게 늘리지 않아서다.


이런 정황 상 다른 상품들에 비해 비교적 비싼 보험료에도 불구하고 변액보험을 선택했던 고객들로서는 불만이 상당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면서 변액보험은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런데 수익률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변액보험 가입자들은 기대했던 이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반면, 생보사들만 반대급부를 누리고 있는 모양새가 되면서다.


문제는 이런 와중 변액보험의 오래된 숙제인 불완전판매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변액보험은 다른 보험들과 달리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투자 상품이다. 이 때문에 상품의 장점만을 강조한 무리한 영업에 혹해 가입을 결정했던 소비자들이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상반기 변액보험 신계약 대비 불완전판매 건수 비율은 0.27%로 전년 동기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생보업계 상품 전체 불완전판매 비율이 0.16%에서 0.06%포인트 낮아진 0.10%를 나타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증시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소비자 여론까지 악화되면서 변액보험 영업이 한계에 부딪히는 분위기"라며 "IFRS17을 앞두고 변액보험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던 생보사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을 넘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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