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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손보사 재보험 비용, 보험료 인상 또 다른 '복병'


입력 2019.12.19 06:00 수정 2019.12.19 10:1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올해 들어 11.4% 늘어…역대 첫 연간 8조 돌파 임박

수면 밑 가격 상승 부추겨…소비자 이익 '숨은 암초'

올해 들어 11.4% 늘어…역대 첫 연간 8조 돌파 임박

수면 밑 가격 상승 부추겨…소비자 이익 '숨은 암초'


국내 손해보험사 재보험료 지출 상위 10개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 재보험료 지출 상위 10개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이른바 보험사를 위한 보험으로 불리는 재보험에 쓴 돈이 사상 최대까지 불어나며 보험료 인상의 또 다른 복병이 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에서 눈덩이처럼 커진 적자가 보험료 상승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이 같은 재보험 비용도 수면 아래서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보험사들의 과도한 재보험 지출이 알게 모르게 소비자 이익을 축소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손보사들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질 전망이다.


19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국내 15개 일반 손보사들이 낸 재보험료는 총 5조7192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1331억원) 대비 11.4%(5861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재보험은 일반 보험사가 개인이나 기업 등 고객과 맺은 계약 일부를 다른 보험사에게 인수시키는 보험이다. 이를 통해 보험사들은 보상액이 큰 보험 계약을 유치했을 때 이를 일정 비율로 재보험사와 나눠 갖는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한다.


지금까지의 추세로 놓고 볼 때 올해 손보업계의 재보험료 규모는 역대 처음으로 8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조사 대상 손보사들의 지난해 재보험료는 7조8045억원으로 연간 기준 가장 많은 액수를 기록했는데, 현재 흐름대로라면 올해는 8조5000억원 마저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손보사별로 보면 올해 조사 대상 기간 재보험료 지출이 제일 많았던 곳은 한화손해보험으로 8953억원에 달했다. 이어 현대해상(7741억원)이 7000억원을 넘기며 재보험료 비용이 큰 편이었다. 또 NH농협손해보험(6678억원)과 KB손해보험(6386억원)이 6000억원 대, 삼성화재(5788억원)와 DB손해보험(5341억원)이 5000억원 대의 재보험료를 기록했다.


손보업계의 이 같은 재보험료 확장은 전체적인 사업 추이에 비해 다소 과하다는 평이다. 그 증가율이 손보사의 매출에 해당하는 원수보험료 성장세보다 두 배 이상 빨라서다. 즉, 보험 사업 운영을 위한 리스크 비용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훨씬 많이 늘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1~8월 손보사들의 원수보험료는 54조28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2조1514억원)보다 4.1%(2조1291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나는 재보험료 역시 잠재적으로 보험료를 떠받드는 요인 중 하나라는데 있다. 어떤 형태로든 보험사가 영업을 유지하는데 투입하는 비용이 많아지면, 그 만큼 보험료 인하에는 제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손보사 고객들로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인 셈이다. 가뜩이나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사업에서 손보사들의 적자가 확대되면서 보험료 인상 압박은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소비자들과 손보사 모두 이래저래 어깨가 무거워지는 형국이다.


우선 실손보험의 경우 이미 보험사들은 내년 보험료를 15~20% 가량 인상하기 위한 조치에 착수한 상태다. 이는 올해 실손보험에 따른 보험사들의 예상 손실이 1조7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어서다. 특히 건강보험 혜택을 확대한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힘입어 보험사의 실손보험 지출이 줄어들 것이란 정부의 예상과 달리, 오히려 반대 상황이 펼쳐진 점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자 병원 방문이 늘면서 건강보험 자기부담금은 물론,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보험금 지급도 늘어나서다.


자동차보험도 손보업계의 보험료 상승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손보사들이 올해 상반기에만 자동차보험에서 4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떠안았고, 연간 적자가 1조원 이상으로 관측되면서다. 올해 들어 자동차보험료가 두 차례나 오르긴 했지만, 정비공임이 오르고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등에 따른 필요 인상분을 모두 가져가진 못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서는 이처럼 최근 손보업계의 보험료 조정 논의와 관련해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이 중점적으로 거론되고 있고 가장 큰 부담 요인인 것은 맞지만, 이와 더불어 보험사 비용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 중에서도 재보험료는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절감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보험사들의 기초체력도 키울 수 있는 부분으로 꼽힌다.


벌써 몇 년 전부터 금융당국은 보험 산업이 위험평가와 인수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사업임에도, 손보사들이 좀처럼 재보험에 대한 의존을 줄이지 않으면서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다고 꼬집어 왔다. 과거 보험 산업이 성장하던 초기에는 자본력이 불충분해 대형손해에 따른 유동성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재보험 출재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었지만, 충분히 손보사들이 자리를 잡은 지금까지도 이런 기조를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보헙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상품의 내재 위험과 요율 등을 스스로 산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 자체적인 영업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재보험료 누수가 적어지면 장기적으로 합리적인 보험료 정책을 마련할 수 있게 되면서,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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