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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박맹우의 아름다운 뒷모습


입력 2019.12.06 04:00 수정 2019.12.06 05:26        송오미 기자

박맹우, 황교안 대표 인적쇄신 부담 덜기 위해 물러나

태화강 맑게 했던 때처럼 당을 맑게 하려 자신 던졌다

사퇴 배경 대해 여러 해석 나오지만, 분위기 쇄신 분명

박맹우, 황교안 대표 인적쇄신 부담 덜기 위해 물러나
태화강 맑게 했던 때처럼 당을 맑게 하려 자신 던졌다
사퇴 배경 대해 여러 해석 나오지만, 분위기 쇄신 분명


박맹우 전 사무총장(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박맹우 전 사무총장(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자유한국당은 변화와 쇄신을 더욱 강화하고 대외투쟁을 극대화해야할 절체절명의 순간에 와 있다. 당의 새로운 체제 구축에 협조하기 위해 나를 포함한 당직자 전원은 황교안 대표님께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박맹우 전 사무총장(재선·울산 남구을)이 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말이다. 박 전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회의원 24명과 원외인사 11명 등 총 35명은 이날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황 대표가 단식 농성을 마치고 당무에 복귀한 날이었다.

물론 이 중 상당수는 유임됐지만, 황 대표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으려는 세력들을 이겨내겠다. 필요하다면 '읍참마속'하겠다"고 밝힌 만큼, 황 대표가 보다 자유롭게 인적쇄신을 단행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전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 대표의 유례없는 노숙투쟁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가 기득권에 앉아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에 한번 혁신하자는 의미"라며 "그동안 (저희와) 같이 해오면서 체제의 미비점이 있었을 테니, 대표의 구상대로 편하게 (당직 개편을 다시) 하시라고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당직자 일괄 사퇴에 대해 '전혀' 만류하지 않았다고 한다. 황 대표는 당직자 35명이 사표를 일괄 제출한지 4시간 30분여 만에 사무총장과 전략기획부총장 등 신임 주요 당직자 7명의 인선을 단행했다. 속전속결이었다. 초·재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세대교체와 변화에 대한 황 대표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는 해석이 당 안팎으로부터 나왔다.

'정당 살림꾼' 사무총장 자리는 당의 조직·인사·재정 등 정당 운영에 핵심적인 일을 총괄하는 자리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사무총장은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공천관리위원회에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만큼 '실세 중 실세'로 꼽힌다.

박 전 사무총장은 이 같은 핵심 보직을 내려놓았다. 지난 6월 28일 사무총장에 임명된 지 5개월 여 만이다. 당 일각에선 "박 전 사무총장이 황 대표와 가까운 관계인 전광훈 목사와 장외투쟁 전략 등과 관련해 직언(直言)이나 고언(苦言)을 해 사이가 멀어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유야 어찌됐든 박 전 사무총장의 퇴장은 황 대표의 단식 농성과 인적 쇄신으로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노력에 힘을 보탠 것은 분명하다.

울산광역시장을 세 번 지내며 100만 시민이 불가능하다 여겼던 태화강을 맑게 만들어냈던 박 전 사무총장이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위기의 한국당을 맑게 만들겠다며 자기 한몸까지 던졌다. 박 전 사무총장의 아름다운 뒷모습이 아닐 수 없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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