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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수 신임 GS그룹 회장…'디지털 혁신' 이끌 뉴 리더


입력 2019.12.03 14:51 수정 2019.12.03 15:35        박영국 기자

GS홈쇼핑서 17년 외길…해외 진출·사업 다각화 통한 실적 성장 일궈

트렌드 변화 민감…임직원에 자율성 부여 '자발적 혁신' 유도

허태수 신임 GS그룹 회장 내정자. ⓒGS 허태수 신임 GS그룹 회장 내정자. ⓒGS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친동생이자 숨은 조력자였던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GS그룹의 2대 총수로 추대됐다.

GS그룹은 3일 사장단 회의에서 허창수 회장이 공식적으로 사임을 표명함에 따라 허태수 부회장을 그룹의 새로운 회장으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GS그룹의 새 시대를 이끌 허태수 신임 회장은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오너 일가로 구성된 주요 주주들이 차기 회장으로 허태수 회장을 추대하는 데 큰 이견이 없었을 정도로 경영능력과 역량을 검증받았다.

◆그룹 성장 이끌 '디지털 혁신 리더십'

허태수 신임 회장은 GS 창업주인 고(故) 허만정 선생의 3남인 고 허준구 명예회장의 5남이자 허창수 회장의 동생이다.

그는 GS가 LG로부터 계열 분리된 이후 줄곧 GS홈쇼핑에 몸담아 왔다. 그동안 GS칼텍스와 GS건설이 그룹의 주력으로 여겨져 왔던 데다, 오너 4세들이 주력 계열사 경영진으로 포진하면서 그동안 ‘변방’인 홈쇼핑을 지켜온 허 회장이 그룹 총수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허태수 회장의 총수 발탁은 40대에서 50대 초반인 오너 4세들이 그룹 전체를 이끄는 중책을 맡기에는 아직 젊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전통적인 굴뚝산업보다는 ‘디지털 혁신’ 분야에 능한 허 회장의 역량이 적합하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57년생인 허 회장은 고려대 법대와 조지워싱턴대 MBA를 거쳐 미국 컨티넨탈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LG투자증권에서 M&A팀장, IB사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2002년에는 LG홈쇼핑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2004년 계열분리 이후 사명이 바뀐 GS홈쇼핑에서 계속해서 전략기획부문장,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치며 2007년 대표이사에 오르기까지 현장 경험을 쌓았다.

허 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시기는 홈쇼핑 산업의 성장은 정체되고 경쟁사는 오히려 늘어나 저가 경쟁이 치열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시기 오히려 트렌드 리더 홈쇼핑을 표방하면서 패션을 중심으로 상품의 수준을 끌어올렸고, 자칫 가격경쟁에 매몰될 뻔 했던 업계가 퀄리티 경쟁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 결과 홈쇼핑 산업은 매년 급성장하면서 재도약했으며, GS홈쇼핑의 실적도 대표 취임 직전 연간 취급액 1조8946억원, 당기순익 512억원에 불과하던 실적이 지난 해에는 취급액 4조2480억원, 당기순익 1206억원까지 치솟았다.

허 회장은 홈쇼핑이 내수산업이라는 통념을 깨고 글로벌 미디어그룹과 손잡고 해외 홈쇼핑 사업을 벌이는 한편, 대한민국 기업에게 판로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을 위한 수출 지원에 주력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유통기업 최초로 무역의 날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허 회장은 산업환경 변화에 관심이 많다. 케이블 플랫폼에 의존하던 홈쇼핑 사업을 모바일 중심으로 변화시킨 것은 매사 신중한 허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을 드러낸 업적으로 꼽힌다.

2010년도 GS홈쇼핑이 보유하고 있던 케이블SO인 GS강남방송과 GS울산방송을 전격 매각했을 때 모두가 놀라운 반응이었다. 홈쇼핑사에게 있어 좋은 채널이 곧 좋은 매출을 보장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주변 우려에도 불구하고 허회장은 이때 마련한 자금을 토대로 모바일 홈쇼핑에 투자를 감행했다.

이후 케이블의 가치는 날로 하락하고, 모바일 쇼핑 시장이 크게 성장함에 따라 케이블 SO 하나 없는 GS홈쇼핑이 여전히 업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되었고, 모바일 고객이 가장 많은 홈쇼핑사로서 확장성을 갖게 된 것은 허 회장의 승부수 덕분이었다.

허 회장은 GS그룹의 글로벌 센서(Sensor) 역할도 해 왔다. 미국, 영국, 일본 등지에서의 근무 경험과 홈쇼핑 해외사업을 주도하면서 글로벌 마켓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이해하고 있다. 일찍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소를 운영한데 이어 현지 자회사 GSL Labs(Global Sensing & Learning Labs)를 설립했다.

혁신의 중심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술과 비즈니스의 변화를 감지해 서울로 전달하는 역할과 직원들의 혁신교육을 담당하는 회사다.

GS홈쇼핑 직원들의 상당수가 이 곳에서 현장 연수를 받았고, 이제는 GS그룹의 여러 계열사들의 연수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디자인 씽킹, 스크럼 같은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의 업무방식을 GS홈쇼핑에서 가장 먼저 적용하여 GS그룹 전체로 확산시켰다.

최근 GS그룹 차원에서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회사를 설립해 그룹 혁신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막후에도 허 회장의 조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트렌드 변화 빠르게 인식…오픈이노베이션 강조"

기업경영을 대하는 허 회장의 특별한 관점은 평소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인식하는데 많은 노력을 투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국내외 비즈니스 신간, 신문 잡지를 꼼꼼하게 읽고 관련 임직원에게 공유해주는가 하면,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반드시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듣거나 직접 찾아가 묻는다.

영업 실적 보고를 받을 때에도 해당 실적이 소비자와 협력사, 경쟁 관점에서 어떠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지에 집중하고, 반드시 현장을 통해 확인하는 성격이다.

허 회장이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스타트업 투자도 같은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형 함선이 방향 전환을 빠르게 할 수 없듯 전통적 대기업 모델이 변화를 읽고 적응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신기술과 비즈니스 환경 변화를 빠르게 읽고 대응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시장을 독식하는 전통적 대기업의 모델은 위험하며, 스타트업을 포함한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해 건강한 영향력을 주고 받는 것이야 말로 기업 뿐 아니라 우리 사회와 인류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한다.

허 회장이 강조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은 전임 허창수 회장이 주창했던 ‘Grow with us’ 경영철학을 계승하는 한편, 온화하고 협력을 중시하는 GS 기업문화와 어우러져 GS그룹의 새로운 경영방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고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관심이 많다. 이 문제를 잘 정의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잘 사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GS홈쇼핑에서 회사 비전을 새롭게 하고 직원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경험하면서 많은 변화를 끌어낸 경험을 살려 그룹 전반에 확산시키고 있다.

허 회장은 디지털 신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AI와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미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클라우드와 SaaS 등 IT 기술의 최신 경향을 GS그룹 전반에 전파하기도 했다.

리더로서의 특성은 ‘직원 개개인의 자율성’과 ‘자발적 혁신’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그는 평소 “이제는 최고경영자나 몇 명 리더의 역량으로 혁신을 끌고 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현업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창업가 정신으로 무장하여 자발적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사업환경 변화가 빠르고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현장의 직원이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고경영자는 일일이 지시하기보다 큰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들의 혁신을 장려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직원 개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책임감과 자발적 혁신을 끌어내는 허회장의 경영 방식은 전임 허창수 회장이 추구했던 배려와 신뢰의 리더십을 발전적으로 계승시켜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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