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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선거법, 문제는 ⑤] "제왕적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논의돼야"


입력 2019.11.25 02:00 수정 2019.11.25 04:49        정도원 기자

황교안, 선거제 개악 철회 요구하며 단식 6일차

준연동형 비례제, 절차·내용 측면서 문제 많아

'떳다방'식 가설정당 난립으로 정치 퇴행 우려

황교안, 선거제 개악 철회 요구하며 단식 6일차
준연동형 비례제, 절차·내용 측면서 문제 많아
'떳다방'식 가설정당 난립으로 정치 퇴행 우려


지소미아 종료 반대와 공수처법 저지를 위해 단식을 시작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청와대앞 분수대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소미아 종료 반대와 공수처법 저지를 위해 단식을 시작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청와대앞 분수대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에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산 하나를 넘었을 뿐"이라는 자세로 엿새째 의연하게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23일 나경원 원내대표의 격려방문을 받은 자리에서도 "사실 선거법 때문에 (단식을) 시작했다"며 '민주회복 3대 요구' 중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개악 저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실제로 정치권과 학계 등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악이 절차와 내용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한 전직 의원은 "가위바위보에서 '가위'나 '바위'의 효과나, 타구가 원바운드로 펜스를 넘어갔을 때의 처리에 대해 경기 당사자 일방이 마음대로 규칙을 정할 수 없듯이, 선거법은 '게임의 룰'"이라며 "그동안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게 불문율이었다"고 설명했다.

불문율로 지켜온 '여야 합의에 의한 선거법 처리'가 무시되는 선례가 남겨지면, 건국 이후 70여 년 동안 발전해온 우리 민주주의에 중대한 악영향이 우려된다. 내용 측면에서도 우리 정치의 퇴행을 가져올 위험 요소가 너무나 많다는 지적이다.

지역구에서 다수 후보를 당선시키는 거대 정당의 경우, 자신들이 받는 정당투표가 전부 사표(死票)가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사표 방지 차원에서 정당투표만 전문적으로 받아내는 비례대표 후보 전문 위성정당이 필수불가결하다.

이들 위성정당은 '2중대''3중대'로 머물기나 하면 다행이고, 선거 전후로 '떳다방'처럼 생겼다 사라지는 가설정당이 될 위험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의원은 "패스트트랙 선거법이 통과되면 정당투표용 '비례 정당'을 창당했다가, 선거 직후 당대당 합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의 의석 극대화를 위한 전략투표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정당투표를 분리해서 투표하는 현상이 보편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민봉 의원실 제공 유권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의 의석 극대화를 위한 전략투표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정당투표를 분리해서 투표하는 현상이 보편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민봉 의원실 제공

유권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의 의석 극대화를 위한 전략투표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정당투표를 분리해서 투표하는 현상이 보편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선거의 3대 요소는 인물·구도·바람이다. 이 중 인물은 평소 의정활동을 감당할 능력과 자질을 계발하는 한편 지역구 활동을 통해 부단히 지역민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지역을 발전시킬 공약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인물들이 모인 정당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아젠다를 지시하는 한편 전국단위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홍보해서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한다. 가장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노력을 한 정당에 '바람'이 일어나며 선거 결과가 만들어진다.

지금까지의 선거제도는 후보자와 정당의 이러한 노력을 유인해왔다. 그러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새로운 선거법이 시행되면, 지역구 후보만 내는 정당과 비례대표 후보만 내는 정당 등이 난립하고, 선거판은 이들 정당 간의 정치공학적 담합이 판을 치는 '꼼수' 싸움이자 투전판으로 전락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바니아·레소토·베네수엘라도 망했던 제도
독일·뉴질랜드는 의원내각제 권력구조라 성공
"제왕적 대통령제 바꿀 개헌과 함께 논의해야"


유럽의 알바니아, 아프리카의 레소토, 미주 대륙의 베네수엘라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했다가 위성정당·가설정당·모조정당이 난립하는 등 온갖 폐단을 겪고, 결국 이를 철폐했다. 아시아에서는 대한민국이 이같은 '실패의 길'로 걸어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민봉 의원실 제공 유럽의 알바니아, 아프리카의 레소토, 미주 대륙의 베네수엘라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했다가 위성정당·가설정당·모조정당이 난립하는 등 온갖 폐단을 겪고, 결국 이를 철폐했다. 아시아에서는 대한민국이 이같은 '실패의 길'로 걸어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민봉 의원실 제공

유럽의 알바니아, 아프리카의 레소토, 미주 대륙의 베네수엘라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했다가 위성정당·가설정당·모조정당이 난립하는 등 온갖 폐단을 겪고, 결국 이를 철폐했다. 아시아에서는 대한민국이 이같은 '실패의 길'로 걸어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관한 '카드뉴스'에서 "연동형 선거제를 도입해 성공한 국가의 권력구조는 다수 의석이 연립해서 국정을 운영하는 의원내각제"라며 "이들 국가에서는 정당의 책임성과 안정성이 중요해, 조직과 인적 구성이 자주 바뀌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정권이 바뀔 때나 선거철마다 이합집산이 계속되고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할 때에는 다른 전략 없이 그저 '물갈이'가 최고의 선거 전략인 것처럼 돼 있어, 연동형 선거제를 도입할 여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세계의 수많은 선거제도 중 하나일 뿐, 절대 완벽한 선거제도가 아니다"라며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해서 무비판적으로 도입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단언했다.

유민봉 의원실은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정은 특정 정파의 단기적 이익에서 벗어나 현재의 제왕적 권력구조를 바꾸는 헌법개정 논의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민봉 의원실 제공 유민봉 의원실은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정은 특정 정파의 단기적 이익에서 벗어나 현재의 제왕적 권력구조를 바꾸는 헌법개정 논의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민봉 의원실 제공

실제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지향해야할 모델로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가장 모범적인 의회민주주의 국가로 꼽히는 독일에서 성공적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독일은 의원내각제 권력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강력한 제왕적 대통령을 의회가 비판·견제·감시해야 하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의회에서 정당 간의 연립을 통해 형성된 다수 의석으로 총리와 내각을 창출해내는 제도다.

우리나라와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거제도인 셈이다. 뉴질랜드가 독일의 제도를 수입해서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로 거론되는데, 뉴질랜드는 '영연방 왕국'으로 역시 의원내각제 권력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유민봉 의원실은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정은 특정 정파의 단기적 이익에서 벗어나 현재의 제왕적 권력구조를 바꾸는 헌법개정 논의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각 정당은 선거제 개혁에 앞서 정당의 민주화와 책임성 강화를 위한 내부 역량 강화 노력을 선행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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