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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0.5%' 금융지주 직원들, 비싸진 몸값만큼 '속앓이'


입력 2019.11.25 06:00 수정 2019.11.24 20:10        부광우 기자

3분기까지만 평균 급여 1억 가까이 받아…1년 새 13.7%↑

'그룹 두뇌' 남다른 대우 받았지만…"역할 의문" 비판 여전

3분기까지만 평균 급여 1억 가까이 받아…1년 새 13.7%↑
'그룹 두뇌' 남다른 대우 받았지만…"역할 의문" 비판 여전


국내 5대 금융지주사 직원 올해 3분기 누적 평균 급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금융지주사 직원 올해 3분기 누적 평균 급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금융지주 직원들의 급여가 1년 새 1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가파른 상승 곡선으로, 그룹 내 0.5%만 통과할 수 있는 바늘구멍을 뚫은 보상이 톡톡히 주어진 셈이다. 하지만 커진 역할에 비해 기대했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면서, 비싸진 몸값만큼 지주사 식구들의 속앓이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등 국내 5개 금융지주 소속 직원들이 올해 3분기까지 받은 평균 급여는 9480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지주 체계로 재편된 우리금융을 제외한 4개 금융지주만 놓고 보면 이 기간 지주사 근로자 평균 보수는 9525만원으로 전년 동기(8375만원) 대비 13.7%(1150만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세와 지난해에도 1억2000만원에 이르렀던 평균 연봉 수준을 고려하면 올해 해당 금융지주 직원들의 연간 급여는 1억원대 중반을 바라볼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지주별로 봐도 모든 곳들의 급여 처우가 일제히 개선된 모습이었다. 그 중에서도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과 신한금융에 속한 지주사 직원들의 평균 보수는 세 분기 만에 1억원을 넘어섰다.

KB금융의 지주사 직원들이 올해 3분기까지 받은 평균 보수는 1억1100만원으로 1년 전(9000만원)보다 23.3%(2100만원)나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의 지주사 근로자들의 평균 급여 역시 8500만원에서 1억원으로 17.6%(1500만원) 늘었다.

이어 우리금융 소속 지주사 직원들의 조사 대상 기간 평균 보수가 9300만원으로 높은 편이었다. 이밖에 하나금융은 7900만원에서 8600만원으로, 농협금융도 8100만원에서 8400만원으로 각각 8.9%(700만원)와 3.7%(300만원)씩 지주사 직원 평균 급여가 증가했다.

지주사는 금융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사람으로 치면 두뇌의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다. 그룹 내 최상위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합류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이들은 극히 소수로 제한돼 있다. 올해 상반기 말 5대 금융그룹 총 직원 12만4823명 중 지주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원은 690명으로 0.55%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런 금융지주들의 효용을 둘러싼 의문부호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을 통한 이자 마진에 기댄 전당포식 영업의 굴레를 벗고, 다양한 금융사들 사이의 시너지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겠다며 도입된 금융지주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은행에 대한 실적 의존이 상당한 현실 탓이다.

실제로 대형 금융그룹들이 쓸어 담고 있는 돈 가운데 4분의 3 이상은 은행 계열사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다. 5대 금융그룹들이 올해 3분기까지 벌어들인 전체 당기순이익은 10조7729억원에 달했는데, 이 중 76.2%인 8조2134억원이 은행 자회사의 몫이었다. 비은행 계열사의 순익 비율은 2조5595억원으로 23.8%에 그쳤다.

이처럼 지적이 계속되자 금융그룹들도 지주사의 영역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바꿔가고 있다. 대형 금융그룹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이른바 매트릭스 조직 개편은 대표적인 사례다. 매트릭스 시스템은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 계열사 법인 단위로 짜인 기존 체계와 별도로 투자은행이나 자산관리 등 사업 부문별로 조직 운영을 재편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각 자회사들이 따로 놀게 하지 않고, 각자가 지닌 장점을 실제 업무에서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잡음도 새 나온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문화가 공고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익숙하지 않은 옷을 입게 하다 보니 매트릭스 조직 실험이 기대한 만큼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평이다. 은행에 쏠려 있는 힘의 균형이 아직 맞춰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화살의 일부는 지주사와 그 구성원들에게까지 향하고 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로서 남다른 대우를 받고 있지만, 거기에 걸 맞는 역할은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부에서는 지주 무용론이 다시 불거지는 가운데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사 수뇌부의 상당수가 여전히 은행 출신들로 채워져 있는 탓에 실질적으로 동등한 레벨에서 계열사 간 업무가 공유되지 않고 있는 케이스들이 많다"며 "이를 총괄 제어해야 하는 지주사 입장에서도 고민이 만만치 않겠지만, 그에 앞서 스스로 관행을 깨려는 의지가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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