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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정치적 중립 이뤘다"니...'조국수사' 노골적 압박 잊었나


입력 2019.11.09 03:00 수정 2019.11.09 04:41        이충재 기자

文대통령 반부패정책협의회서 檢개혁 '다음단계' 주문

'조국사태'로 무너진 檢중립성‧독립성부터 바로 세워야

文대통령 반부패정책협의회서 檢개혁 '다음단계' 주문
'조국사태'로 무너진 檢중립성‧독립성부터 바로 세워야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청와대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는 상당 수준 이뤘다. 이제 국민들이 요구하는 그 다음 단계의 개혁에 부응해주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공정사회를 위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검찰개혁 의지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들어 검찰의 중립성은 보장됐으니 검찰개혁의 다음 단계로 나가자는 주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드라이브는 '잘못된 진단'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개혁을 위한 첫 단추인 정치적 중립부터 제대로 꿰어지지 않아 개혁동력을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국수사 檢에 총공세…정치적 중립은 없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게 수사해달라"고 주문했지만, 검찰의 칼날이 권력의 최측근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게 향하자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며 노골적인 압박을 가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일가에 대한 수사가 한창일 때 윤 총장에게 '서초동'의 목소리를 근거로 들면서 "검찰 개혁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여당 대표는 공개석상에서 "검찰의 전례 없는 행위", "나라를 어지럽히는 행위"라고 직격했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자기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덤비는 것은 검찰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고 검찰 수사에 어깃장을 놨다.

여권에서는 '윤 총장 경질론'까지 꺼냈고, '윤 총장 접대설', '야당과 내통설' 등 검찰을 뒤흔드는 주장으로 수사를 방해했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조국사수를 외치며 검찰을 비난했고, 지지층은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수사대상을 사수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개혁 '다음단계' 논하기 앞서 조국사태 치유부터

조국정국이 끝난 뒤에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된 상흔은 여전한 상황이다. 검찰개혁의 최대 걸림돌이 된 조국사태의 후유증을 치유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가자는 것은 또 다른 정치적 저항을 부를 수밖에 없다.

검찰이 반부패를 명분으로 야당 핵심인사에 대한 수사를 시작할 경우, 서초동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조국'의 이름만 바꿔 쓴 피켓이 거리를 메우고, '야당탄압 중단하라', '정권의 충견 윤석열' 등의 구호가 울리게 된다.

문 대통령이 주문한 "공정한 수사"라는 의미는 조국정국을 거치며 '우리편을 수사하지 않는 것'으로 변질됐다. 증거물을 빼돌렸는데 "증거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특정 정치세력이 우기고, 검찰을 압박하더라도 할 말이 없다. 이제 서초동의 '검찰 OUT' 피켓은 누가 수사대상이냐에 따라 들리는 손이 갈리게 되는 것이다.

이미 문 대통령이 그리던 조국-윤석열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개혁은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 검찰개혁을 시작도 하기 전에 검찰중립은 조국정국을 거치며 저만치 멀어졌다. 검찰개혁의 첫 단추를 꿰기에 앞서 조국사태로 흐트러진 법치와 검찰의 정치적 중립 문제부터 가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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