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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장벽' 뚫렸다··· 밀수업자들, 전동 톱으로 절단


입력 2019.11.03 11:16 수정 2019.11.03 11:16        스팟뉴스팀
ⓒ연합뉴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남미 불법 이민을 막겠다며 미국 남쪽 멕시코와의 국경에 건설한 이른바 '트럼프 장벽'이 뚫렸다.

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서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밀수업자들이 가정용 무선 전동 톱을 사용해 트럼프 장벽에 사람과 마약이 드나들기에 충분한 크기의 구멍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밀수업자들은 철물점에서 100달러(약 11만6700원)면 살 수 있는 흔한 전동 톱을 이용해 최근 몇 달간 반복해서 장벽에 구멍 뚫기 작업을 했다. 이 톱에 특수 날을 장착하면 강철과 콘크리트로 이뤄진 장벽의 말뚝을 15~20분 만에 잘라낼 수 있으며, 여러 사람이 동시에 작업하면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다고 수사관들이 밝혔다.

장벽은 5~9m 높이의 말뚝을 잇따라 세워놓은 형태이며 이들 말뚝의 맨 꼭대기 부분이 패널에 접착돼 있다. 이로 인해 개별 말뚝의 밑단을 잘라내고 나면 말뚝이 패널에 매달린 채 달랑거리게 돼 이를 밀어내면 성인 한 명이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지난 대선에서 중남미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509마일(819㎞) 길이의 국경장벽 건설을 공약 1호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연설, 광고, 트위터를 통해 장벽 건설 과정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이 장벽에는 지금까지 세금 100억 달러(11조6700억원)가 투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뚫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해왔다. 장벽을 슈퍼카 '롤스로이스'에 빗대 불법 이민자들이 넘어갈 수도, 아래로 지나갈 수도, 통과할 수도 없는 명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밀수를 통해 수십억 달러를 챙기는 멕시코 범죄조직들은 국경에서의 새로운 장애물과 단속을 뚫는 이러한 수법을 통해 추가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WP는 "미국 정부는 이 국경 장벽 말뚝 절단 사건에 관해 확인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국경 말뚝 절단 사건의 횟수와 장소, 말뚝 보수 과정에 대한 정보 제공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다만 CBP의 전·현직 관리들은 그간 몇 번의 장벽 말뚝 절단 사건이 있었지만, 새로운 말뚝은 이전 것에 비해 훨씬 우수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 따르면 절단 사고 일부는 장벽 건설 과정에서 자동전자센서가 아직 부착되지 않은 지역에서 발생했으며, 이 센서가 부착되면 절단 시도를 더 빨리 감지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관리는 "말뚝이 진화하면 밀수업자들도 진화한다"며 "그것이 국경의 삶"이라고 지적했다.

스팟뉴스팀 기자 (spotnew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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