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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北유입설 무게, 이럴 때 '남북협력' 절실한데…


입력 2019.10.04 14:09 수정 2019.10.04 14:40        이배운 기자

DMZ 멧돼지서 바이러스 검출…北유입설 근거

방역협력 요청에 北 '묵묵부답'…협력 회의론

'北, 민생보다 핵 우선…인도적 문제 살펴야'

DMZ 멧돼지서 바이러스 검출…北유입설 근거
방역협력 요청에 北 '묵묵부답'…협력 회의론
'北, 민생보다 핵 우선…인도적 문제 살펴야'


지난 2일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살처분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일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살처분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바이러스 전파원이 북한에서 넘어온 멧돼지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리 정부의 방역협력 요구를 사실상 거절해온 북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 2일 경기 연천 신서면 도밀리 비무장지대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 혈액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정밀 진단한 결과 ASF 바이러스를 검출했다고 3일 밝혔다.

국내 확진된 ASF 바이러스 13건 모두가 남북 접경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전파원이 북한에서 내려온 멧돼지라는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

이같은 사태를 사전에 우려한 듯 정부는 지난 5월부터 북한에 수 차례 방역협력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앞서 북한은 5월 자강도 협동농장에서 ASF 확진 판정이 나왔다고 세계동물보건기구에 신고했으며 현재 전역으로 펴져나가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또 통일부는 지난 18일 우리측 ASF 발생 상황과 이에 따른 남북 방역협력 추진 필요성들에 대해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전달했다. 그러나 북측은 보름 가량이 지나도록 답변이 없는 상태이고 앞으로도 답변이 올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는 남한 내 ASF 전파에 북한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 여론으로 번질 수 있는 부분이다. 아울러 북측의 비협조적 태도와 잇따른 군사적 도발에도 '남북협력''남북대화'를 내세운 정부의 대북 기조는 실효성이 없었다는 회의론이 확산되는 것 또한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북한 당국의 방역협력 비협조는 '9·19 평양공동선언'에 위반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선언문 2조 4항은 '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 서명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 서명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전문가들은 남북이 정치적인 사안과 비정치적인 사안을 분리하고, 인도적 문제 해결 차원에서 ASF 방역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용우 선진통일건국연합 사무총장(북한학박사)은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실패한 뒤 협상력 재고 차원에서 '통미봉남' 전략을 고수 중"이라며 "당국의 가장 최우선 목표는 유리한 핵협상을 하는 것이고 그러한 일환에서 남한과 방역협력마저 거부하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손 총장은 이어 "ASF 확산은 주민 식량난을 심화시키는 중대한 민생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봉남전략'을 끝끝내 밀어붙이고 있다"며 "정치적인 사안이 비정치적인 사안을 앞서고, 민생문제와 인도적 문제를 후순위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신안보연구실장은 "전통적인 안보문제와 달리 전염병 창궐 등 '신안보' 문제는 일국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위험으로 가변성·불확실성·초국가성이 특징"이라며 "남북 어느 일방이 독자적으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공동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SF에 대한 남북협력은 신안보 문제로써 비정치적 사안이고, 인간의 생명 및 삶의 질 향상과 연계됐고, 인도적 성격이 강하다"며 "따라서 유엔 제재와 미국의 독자제재 상황 하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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