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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 제조기술 무단 사용한 한화...과징금·검찰고발·시정명령 ‘트리플 제재’


입력 2019.09.30 12:00 수정 2019.09.30 11:43        배군득 기자

공정위 “하도급 관계 중소기업 기술로 무단 생산 제재 첫 사례”

중소기업 기술 원한다면 정당한 대가 지급하고 기술 구매해야

공정위 “하도급 관계 중소기업 기술로 무단 생산 제재 첫 사례”
중소기업 기술 원한다면 정당한 대가 지급하고 기술 구매해야


한화 하도급 제조기술 불공정거래 과정 ⓒ공정거래위원회 한화 하도급 제조기술 불공정거래 과정 ⓒ공정거래위원회

한화가 하도급업체로부터 취득한 스크린 프린터 제조 관련 기술 자료를 자신의 스크린 프린터 개발에 이용한 것에 대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검찰고발·시정명령 등 최고수위 제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하도급 업체 기술 자료를 유용한 ㈜한화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3억82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관련 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한화는 타사에 태양광 전지 제조라인 설비를 납품하는데 있어서 그 일부인 태양광 스크린프린터는 하도급업체로부터 공급받기로 합의하고 공동 영업관계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하도급업체로부터 받은 기술 자료를 사용해 태양광 스크린프린터를 자체개발·생산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는 하도급 업체에게 기술 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대기업이 하도급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기업 기술을 요구해 받은 후, 해당 기술을 사용해 자체 개발·생산한 행위에 대해 제재한 첫 번째 사례”라며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원한다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기술을 구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 하도급업체 자료 활용해 해외 법인까지 출하한 한화

한화는 지난 2011년 3월 하도급업체와 한화 계열사에 태양광 전지 제조라인 공급시 그 일부인 태양광스크린프린터(이하 스크린프린터)를 제조 위탁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같은 해 7월에는 한화 계열사인 중국 한화 솔라원(2015년 2월 한화큐셀과 통합합병) 납품시 해당 업체가 스크린프린터를 ‘제작, 설치, 시운전’하도록 위탁하는 내용의 하도급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하도급 업체는 2011년 8월에 한화 아산공장에 스크린프린터를 설치하고 구동시험은 완료했는데, 계약 후속단계인 한화솔라원 중국 공장으로 이동 및 검증은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계약이행이 지체됐다.

이 과정에서 하도급업체는 한화 요구에 따라 2011년 1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스크린프린터 관련 기술 자료를 제출했다. 2015년 11월 하도급 계약 해지시까지 스크린프린터 설계 변경, 기능개선, 테스트 등 기술지원을 제공했다.

한화는 2014년 9월 26일 하도급업체로부터 마지막 기술 자료와 견적을 받고 불과 며칠 후인 10월 초부터 하도급업체에게는 자체 개발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신규인력을 투입해 자체개발에 착수했다.

10월 2일에는 자체개발을 위한 레이아웃(배치도) 및 프린터 헤드 레이아웃 도면을 작성해 10월 6일에 고객사인 한화큐셀 독일연구소에 자신들 자체개발 스크린프린터를 소개한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발송했다.
한화가 발송한 전자우편 원문 일부 ⓒ공정거래위원회 한화가 발송한 전자우편 원문 일부 ⓒ공정거래위원회

한화큐셀 질문에 대한 답변 메일(10월 7일) 원본 내용을 살펴보면 한화 자체개발 스크린프린터는 기존에 하도급업체가 개발한 것을 토대로 제작할 계획임을 알 수 있다.

결국 한화는 하도급업체로부터 받은 자료를 활용해 2015년 7월 하도급 업체 장비와 주요 특징, 주요 부품 등이 유사한 스크린프린터 자체제작을 완료해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법인에 출하했다.

◆ 공정위 “한화, 정당한 사유 없는 기술자료 요구 행위”

한화는 2012년 5월 하도급업체에게 매뉴얼 작성을 명목으로 태양광스크린프린터 부품목록 등이 표기된 도면(81장) 제공을 요구해 제출 받았다. 또 2014년 5월 납품타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스크린프린터 세부 레이아웃 도면을 CAD(컴퓨터를 이용하여 설계도면을 작성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파일로 요구해 제출 받았다.

공정위는 “도면 요구는 수요처 요구와 공동영업을 위한 목적을 넘어선 요구로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한화는 2011년 11월 하도급업체로부터 스크린프린터 매뉴얼자료를 요구하고, 2013년 9월 및 2014년 5월과 8월에 스크린프린터 사양별 세부 레이아웃 도면 PDF파일을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과징금 3억8200만원을 부과했다. 기술유용 행위의 경우 법 위반 금액을 특정하기가 곤란해 한화에 부과한 과징금 액수는 대부분 정액 과징금 제도를 활용해 산정했다.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은 “기술 자료를 받아 자체개발에 활용한 이번 사건의 경우, 기술 자료를 비밀리에 사용하였기 때문에 관련 증거를 찾아내기 어려웠다”고 전재한 뒤 “그러나 한화와 하도급업체 각각 제조물 부품과 핵심 기술 특징 등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유용여부 판단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운 국장은 이어 “한화에 대한 현장 조사시 수집한 디지털 자료를 통해 3600만 건 파일을 추출·분석하는 과정에서 자료가 방대해 10차례나 사건관련 자료 선별과정을 거치기도 했다”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정당하게 거래되는 환경이 우선 조성돼야 하는 만큼 앞으로도 대-중소기업간 수직구조에 따른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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