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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블랙홀 '해외부동산 투자'…커지는 유동성 리스크


입력 2019.10.01 06:00 수정 2019.09.30 17:24        이미경 기자

6개월 이상 미매각된 물량 규모 3.2조원으로 늘어

해외부동산 성격상 부실실사로 리스크 고조 우려

6개월 이상 미매각된 물량 규모 3.2조원으로 늘어
해외부동산 성격상 부실실사로 리스크 고조 우려


투자시점 대비 경과기간별 셀다운(Sell down) 잔존물량 단위 억원ⓒ한국신용평가 투자시점 대비 경과기간별 셀다운(Sell down) 잔존물량 단위 억원ⓒ한국신용평가

국내 부동산 대체투자 포화로 인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금융투자회사들이 늘었지만 총액인수한 물량의 재매각은 더디게 진행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서면서 6개월 이상 미매각된 물량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자본활용이 불가능한 고유투자자산이 증가하게 되면 내년에 해외대체투자를 할 수 있는 자본 여력도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잇따라 해외대체투자에 나서면서 지난 3월 기준 자본대비 총 위험액은 20조원 규모로 껑충 뛰었다. 1년새 2배로 뛴 총 위험액 규모가 최근 자본금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최근 자본 대비 총위험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증권사가 해외 대체투자시장에서 사들인 물건의 재매각건이 줄면서 재고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증권사들이 셀다운을 목적으로 사들인 해외대체투자 물량이 재고로 쌓이면서 6개월 이상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물량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3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대체투자 관련 운용회사 한 관계자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투자해서 셀다운이 잘된다면 좋지면 투자손실이 있을때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며 "요즘에는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 실사를 거의 안하는데 실사한번 하려면 부동산 비용을 제하더라도 2~3억원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대형증권사들은 신NCR(영업용 순자본) 도입으로 인한 자본규제 완화 이후 투자여력이 크게 증가한 상태다. 늘어난 자본 여력을 활용해 비교적 수익성이 높은 해외부동산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해외부동산 인수에 앞서 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추후에 매각이 잘 안되서 자금이 장기로 묶이거나 최근 KB증권의 투자 계약위반 사태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나 자료가 많지 않아서 해외대체투자를 인수하려면 국내 법무법인, 회계법인, 부동산관련 컨설턴트 등의 인력을 동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융투자회사들 대부분이 아웃소싱을 통해 얻은 정보에 대한 판단을 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투자 리스크는 항상 존재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최근 증권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국내 부동산 시장은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부진하고 지방 부동산의 경우 경기 양극화라는 투자 위험 요소가 부각되면서다. 국내 증시 부진, 채권금리 하락, 낮아지는 경제성장률 등으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해외 대체투자가 풍부한 유동성을 할용할 만한 곳으로 인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해외대체투자가 수익성 제고와 포트폴리오 분산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새로운 투자는 결국 새로운 리스크 노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벌써 일부 증권사는 미매각 잔고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증권사들이 공격적으로 해외부동산 대체투자에 나선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표시했다. 내년에 글로벌 경기가 꺾이면 매각되지 않는 해외부동산 물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벌써부터 아시아·호주 시장의 경기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곳에 투자한 국내 증권사들의 미매각물량도 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럽의 경우에도 미매각 물량이 상당부분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신평사들은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부동산 투자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호텔 15곳 인수에 대해 재무안정성 측면에서는 부담이라며 부동산 투자에 집중돼있어 글로벌 경기변동에 따른 부동산가격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국기업평가도 미래에셋대우의 호텔투자는 자본 적정성 지표에 지속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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