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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웃기만 하는 정상회담 안 된다는 보장 있나?


입력 2019.09.16 09:00 수정 2019.09.16 08:22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또 미‧북 협상 중재자 자처하나

‘조국 난국’ 국면전환용 책략?…대가 비싼 정상회담은 말아야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또 미‧북 협상 중재자 자처하나
‘조국 난국’ 국면전환용 책략?…대가 비싼 정상회담은 말아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 캠프 보니파스 북쪽의 최북단 '오울렛 초소'를 찾아 북한쪽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 캠프 보니파스 북쪽의 최북단 '오울렛 초소'를 찾아 북한쪽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급히 미국을 방문키로 했다는 보도다. 22일부터 26일까지의 일정이라는데 9일 전인 13일에 발표됐다. 확정된 일정은 현지시간으로 24일 오전에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한다는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지만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언론보도로는 당초 미국에 갈 계획이 없었다. 유엔 총회 연설은 이낙연 국무총리나 강경화 외교장관이 대신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갑자기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와 만날 계기가 생겨서 가는 길에 유엔 연설도 하기로 했다는 뜻이겠다.

상황변화라면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해임한 것과 그에 앞서 9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9월 하순 실무협상 의향을 밝힌 정도다. ‘2‧28 하노이 노딜’ 이후 경색돼 있던 미국과 북한 사이의 관계가 풀리는 계기를 맞은 것인가 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사국들을 제외하면 가장 큰 관심을 보일 나라는 단연 한국이다.

또 미‧북 협상 중재자 자처하나

대북 초강경파 볼턴이 해임됨으로써 북한은 미국의 태도가 유연해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내년 재임 대선을 앞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눈에 띌만한 외교적 성과가 아쉬운 시점이다. 물론 북한은 일방적으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려고 할 것임에 틀림없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의미 있는 후퇴를 한다면, 그러니까 핵동결과 핵보고서 제출에 대한 신뢰할만한 약속을 한다면 실질적인 제재완화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일 법하다. 일단 실무협상에서 상호 가능성을 타진한 다음 트럼프-김정은 회담에서 모양 좋게 ‘공동선언’을 하는 순서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이럴 때 문 대통령이 가만히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얼마나 기대해 왔던 일인가. 이 중요한 계기에 구경꾼으로 있다니! 그래서 급히 미국에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한 것 아닐까? 게다가 한‧미사이에도 중대한 현안이 놓여 있다. 한‧일 지소미아 폐기와 관련해 미국을 이해시키는 게 시급하고 절박하기까지 한 과제다.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을 앞두고 양국 정상 간에 입장을 조율할 필요가 있기도 하다.

갑작스러운데다 시간이 촉박한 제안이었는데 트럼프가 이에 응했다고 하는 것은 의제 가운데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이 된다.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조언이라면 아마도 트럼프는 “또 그 소리”라며 오히려 성가셔할 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이미 김정은과 직접 소통하는 입장이고, 적어도 북한비핵화 협상과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보다 더 많은 노하우를 확보한 상태다. 뻔한 훈수를 듣겠다고 할 것 같지가 않다.

‘조국 난국’ 국면전환용 책략?

김정은으로서도 문 대통령의 개입 혹은 관여가 달가울 리 없다. 그래서 그간 외무성 대변인 성명, 혹은 체제옹호 매체들을 통해 “끼어들지 말라”는 의미의 말을 아주 모진 표현으로 거듭해 온 것 아니겠는가. 북한은 문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빌미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한다고 공공연히 공격해왔다. 그게 싫다는 거다.

혹 문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지렛대를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쥐어주겠다고 한다면 그가 솔깃해 할 수 있겠다. 중요한 동맹국들 간의 갈등을 자신이 해소시켰다고 자랑할 수 있을 테니까. 많이 걱정스러운 일이지만 문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대폭인상에 동의한다는 뜻을 내비쳤거나 추가 무기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면 역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만남으로 여길만하다.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얻으려는 이익이 뭘까? 행여 조국 사태를 진정시키는 계기로 삼으려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국내 언론의 시선을 북미정상회담 재개, 한일 관계정상화 가능성으로 이끌기만 한다면 정부 여당은 ‘조국으로 빚어진 난국’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판단할 것 같기도 해서 하는 걱정이다. 그렇게까지 머리를 쓰려고 하지는 않으리라 믿지만, 어떤 꾀를 내더라도 조국 스캔들을 그냥 덮을 수는 없다는 것을 정권측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중첩된 내정의 난관, 7개월 후의 국회의원 총선을 겨냥해 국면전환용으로 시도되는 것이어서도 곤란하다. 북한 카드로 인기를 회복하고 표를 모으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 계산에 골몰할수록 국가적 비용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 쪽에서 회담성사에 공을 들인 것 같아서 말인데, 이왕 만나기로 했으면 격식이라도 제대로 갖추라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이제까지 여덟 번을 만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또 예의를 다해서 대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지 않아서 하는 말이다.

문 대통령은 작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나고 나서 5월 22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6‧12 미‧북 정상회담이 발표된 후였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크게 기여했다는 기분으로 트럼프에게 조언을 하고자 갔을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로부터 일찍이 어느 대통령도 당하지 않았을 홀대를 받았다.

대가 비싼 정상회담은 말아야

이날 회담은 낮 12시 7분부터 시작됐지만 트럼프와 기자들 간의 문답이 35분간이나 계속된 바람에 정상회담 시간은 고작 20분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을 옆에 앉혀두고 없는 사람 취급을 한 것이다. 두 정상과 양측 통역 네 사람이 그 자투리 시간 동안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모양만의 정상회담을 한 셈이 되고 말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도 기자의 질문이 있긴 있었다. 한국 기자였지만 어쨌든 뭔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말했다. “내게는 통역이 필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전에 들은 말일 게 틀림없으니까요. 굿바이,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는 이렇게 간이 기자회견을 일방적으로 마무리 해 버렸다.

지난 4월 11일에도 유사한 정상회담이 열렸었다. 2월 28일 트럼프-김정은 간의 ‘하노이 노딜’이 있은 뒤의 만남이었다. 트럼프는 모두 연설에서 한국이 엄청난 양의 미국 군사 장비를 사기로 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회담은 이날 낮 12시 18분부터 오후 2시 14분까지 116분 동안 진행됐지만 단독회담은 없어지고 말았다.

당초 단독회담으로 15분이 할애돼 있었다. 그게 29분으로 늘어나긴 했으나 두 사람간의 대화는 없었다. 트럼프가 기자들과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다 소진시켜버린 탓이다. ‘2분간 단독회담’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기자들과의 문답이 끝나고 다음 행사까지의 시간 간격이 2분이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이번에 다시 그런 대접을 받는다면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 외교부 대미 외교라인 모두 일제히 갈아치워야 한다. 정부가 자초한 외교적 망신을 국민이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 도대체 그간 여덟 번이나 열렸던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무엇인가. 이번에 만은 성과표를 국민에게 제시해야 하지 않겠는가.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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