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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리포트 ‘자물쇠’ 채운 증권사들


입력 2019.09.09 07:00 수정 2019.09.09 06:08        백서원 기자

증권사 리포트 ‘공짜’ 기조 사라질까…저작권 강화 시도

세계적 추세 따라 유료화 움직임…“앞선 신뢰회복 필요”

증권사 리포트 ‘공짜’ 기조 사라질까…저작권 강화 시도
세계적 추세 따라 유료화 움직임…“앞선 신뢰회복 필요”


올해 들어 대형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분석자료를 유료로 판매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 부수 업무를 등록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들어 대형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분석자료를 유료로 판매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 부수 업무를 등록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증권업계가 리서치 자료 유료화에 서서히 속도를 내고 있지만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올해 들어 대형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분석자료를 유료로 판매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 부수 업무를 등록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리서치 자료 판매 및 시장전망·기업산업 분석 등 컨설팅 서비스 제공 업무’를 신규 부수 업무로 신청했다.

이미 앞서 키움·유안타·부국·한양증권서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메리츠·KB·한화·미래에셋대우·하이·신영 등 여러 국내 증권사들이 비슷한 내용의 업무를 등록했다. 이 중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5월 글로벌 5대 헷지펀드 가운데 한 곳과 판매계약을 맺는 결실을 이뤘다.

그러나 유료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증권사를 찾아보긴 힘들다. 이들은 대부분 개인 고객에 대한 유료화라기보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에게 유료 리서치를 제공하기 위해 등록하거나 나중을 위해 등록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주식시장에서 리서치 자료는 ‘공짜’ 콘텐츠란 인식이 강하다. 무료 관행이 뿌리 내린 가운데 전면 유료로 전환하기엔 증권가들도 부담스럽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큰 이익을 원하는 게 아니라 보고서의 상업적 이용을 막고 정당한 대가를 받으려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리서치 자료 유료화가 이미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국내도 결국 흐름을 뒤따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증권가에선 리서치 보고서의 저작권 강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KB증권은 리포트 저작권 보호를 위해 전용 뷰어인 ‘KB리서치’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미국 리츠(REITs) 분야 등 일부 리포트를 고객들만 볼 수 있도록 제한했다.

증권가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소비자들 시선은 곱지 않다. 그간 리포트 내용이 ‘매수’ 일색인 점은 투자자들의 강한 불신을 키웠다. 국내 증권가는 유료화를 통해 과감한 투자의견 제시 등 보고서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리서치센터가 증권사 내 수익 부서가 아닌 만큼 보고서의 독립성이 지켜지지 않았고 이는 신뢰성을 저하시킨 주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도 리서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목표주가·실제주가 괴리율 공시 도입, 내부검수 기능 강화 등의 대책은 사실상 실패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초 낸 자료를 보면 제도 개선 이후에도 ‘매수’ 의견에 치우친 증권가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극심해진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당분간 제스쳐 수준의 유료화를 취할 수밖에 없다. 증권사 측 의견대로 ‘돈 내고 보는 리포트’가 수익모델로 활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투자정보를 사업화해 품질을 높인다는 방안 이전에 신뢰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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