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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반일 감정 수혜 입나…짜릿한 '봉오동전투'


입력 2019.07.30 09:03 수정 2019.07.30 09:04        부수정 기자

유해진·류준열·조우진 주연

'살인자의 기억법' 원신연 연출

'봉오동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 전투를 그린 근현대물이다.ⓒ쇼박스 '봉오동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 전투를 그린 근현대물이다.ⓒ쇼박스

영화 '봉오동 전투' 리뷰
유해진·류준열·조우진 주연


"이 작품은 세공이 잘 된 공이 아니라, 마구 던져져 묵직하면서도 뾰족한 치명적인 돌멩이가 아닌가 싶다. 역사물로서 담고 있는 무게감을 충분히 담고 있으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 모양의 돌이다."(배우 조우진)

조우진의 말처럼 영화 '봉오동 전투'에는 묵직하면서도 치명적인 무언가가 있다.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 빠른 액션이 주는 재미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린다. 애국심도 적당히, 감동도 과하지 않게 전달한다. 꽤나 세련된 방법으로 관객의 마음을 건드린다.

1919년 3.1운동 이후 봉오동 일대에서 독립군의 무장항쟁이 활발해진다. 일본은 신식 무기로 무장한 월강추격대를 필두로 독립군 토벌 작전을 시작한다.

독립군은 불리한 상황을 이겨내고자 봉오동 지형을 활용한 작전을 세운다.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비범한 칼솜씨를 지닌 해철(유해진)과 발 빠른 독립군 장하(류준열), 날쌘 저격수 병구(조우진)는 빗발치는 총탄과 포위망을 뚫고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군을 유인한다.

독립군은 계곡과 능선을 넘나들며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과 지략을 펼치며 똘똘 뭉치고, 일본군은 당황하기 시작한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 전투를 그린 근현대물이다. 특정한 영웅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민초들의 이야기를 담은 게 특징.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첫 대규모 승리를 거둔 봉오동 전투를 처음으로 영화화했다.

'봉오동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 전투를 그린 근현대물이다.ⓒ쇼박스 '봉오동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 전투를 그린 근현대물이다.ⓒ쇼박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숨 가쁘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준다. 능선과 계곡을 무기 삼아 매복과 공격을 반복하는 독립군의 빠른 움직임을 보노라면 눈이 바쁘고, 쏟아지는 총알을 피해 험준한 골짜기를 전력 질주하는 모습에선 덩달아 숨이 가쁘다. 135분이라는 긴 상영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다.

일본군을 상대로 최초의 승리를 거둔 독립군의 이야기를 담은 만큼 영화가 주는 메시지도 크다. "어제의 농사 짓던 인물이 오늘 독립군이 될 수 있다"는 해철의 말은 뭉클하게 다가온다.

그동안 '국뽕' 영화에서 자주 봐온 오글거리는 애국심 고취가 없는 점도 미덕. 전투가 눈 앞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듯한 생생한 전투신, 액션신이 볼 만하다. 감독은 영화적 메시지와 재미, 액션을 비교적 솜씨 있게 버무렸다.

아쉬운 점도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투신이 계속 되는 터라 피로감이 밀려 온다. 신체 일부가 잘려나가는 등 잔혹한 장면이 자주 나오는 부분도 의견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세 배우의 앙상블이 빛난다.

유해진은 온몸으로 항일대도를 휘두르며 사실적인 액션을 선보였다. 몸에 부착하는 바디캠을 사용한 그는 생동감 있는 액션을 완성했다.

류준열은 달리기 하나만으로 심장을 쫄깃하게 하고, 독립군 분대장으로 분해 멋진 인물로 변신했다. 조우진은 여유 넘치는 유머로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봉오동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 전투를 그린 근현대물이다.ⓒ쇼박스 '봉오동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 전투를 그린 근현대물이다.ⓒ쇼박스

'세븐 데이즈'(2007), '용의자'(2013), '살인자의 기억법'(2017) 등을 연출한 원신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첫 사극 도전이다.

원 감독은 "'봉오동전투'는 인간의 저항과 숭고함에 대한 이야기"라며 "역사, 승리의 역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는 영화다. 일제 강점기는 절망으로 점철된 시기가 아니라 희망과 용기를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다. 작품을 통해 국권 침탈 시대를 이야기했던 그동안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원 감독은 또 "역사적인 사실을 근거로 한 영화를 만들 때 많은 시간을 들인다"면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사료가 없어 어려웠다. '독립신문'에 봉오동전투에 대한 사실이 기록돼 있고 이를 근거로 영화화했다. 승리의 순간보다 독립군의 희생과 숭고함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기 쉽다. 원 감독은 "이 작품은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듣기 싫었다"며 "정말 많은 자료를 검토했고, 할 수 있는 고증 과정은 다 거쳤다"고 말했다.

여름 성수기 시즌에 개봉하는 이 영화는 개봉 시기를 잘 만났다. 최근 극에 달한 반일정서로 흥행할 가능성이 높다.

영화엔 일본 배우들이 출연해 눈길을 모았다. 키타무라 카즈키가 월강추격대장 야스카와 지로 역을, 이케우치 히로유키가 월강추격대 중위 쿠사나기 역을, 다이고 코타로가 포로 소년병을 연기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의 만행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영화에 일본 배우가 출연하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

원 감독은 "역사적 실화를 근거로 한 영화의 일본인 캐릭터를 일본인 배우가 연기한다는 건 출연한다는 것만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조심스럽게 제의했는데 많은 배우가 출연하겠다고 밝혀 놀랐다. 배우들은 배우로 바라봤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총 제작비 190억원대.

8월 7일 개봉. 15세 관람가. 135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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