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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 잦아진 김정은…'성난민심' 의식했나?


입력 2019.06.05 03:00 수정 2019.06.05 07:30        이배운 기자

국정·민생 챙기는 '참된 지도자' 이미지 부각 의도

더딘 경제발전, 대북제재 국면에 '답답함' 쌓인 듯

경제난 책임 간부들 탓으로 돌리기…"분노의 대상 돌리는 전형적 통치전략"

국정·민생 챙기는 '참된 지도자' 이미지 부각 의도
더딘 경제발전, 대북제재 국면에 '답답함' 쌓인 듯
경제난 책임 간부들 탓으로 돌리기…"분노의 대상 돌리는 전형적 통치전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신의주 섬유 공장을 둘러보며 낙후된 시설을 지적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신의주 섬유 공장을 둘러보며 낙후된 시설을 지적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주 만에 잠행을 깨고 공개 활동을 재개한 가운데 일선 현장 책임자들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며 연일 '격노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북한의 더딘 발전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한편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새로 만들어진 대집단체조를 관람한 뒤 혹평을 내놨다. 통신은 "최고령도자 동지께서는 공연이 끝난 후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창조 성원들을 부르시어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지적하셨다"며 "그들의 그릇된 창작·창조 기풍, 무책임한 일본새(일하는 태도)에 대하여 심각히 비판하셨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문화건설에서 문학예술부문의 창작가, 예술인들이 맡고 있는 임무가 대단히 중요하다"며 "당의 혁명적인 문예정책들을 정확히 집행·관철해나가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 1일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자강도에 위치한 청소년 교육문화 시설을 둘러본 뒤 "설계를 망탕, 주인답게 하지 않았다. 형식주의와 날림식이 농후하다"며 "기분이 좋지 않고 대단히 실망하게 된다"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동강 자라양식장을 시찰하며 책임자들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동강 자라양식장을 시찰하며 책임자들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그는 지난 4월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간부들 속에서 만성적인 형식주의·요령주의·주관주의·보신주의·패배주의·관료주의를 비롯한 온갖 부정적 현상들을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과거의 북한은 최고지도자가 현장 책임자의 성과를 치하하고 만족을 표하는 방식의 보도가 주로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현장 시찰에 나선 김 위원장이 직접 문제점을 지적하고 책임자를 질타하는 내용의 보도가 부쩍 늘어난 모양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해 경제 현장을 잇따라 시찰하면서 "보수 하지도 않은 마굿간 같은", "이런 일꾼들은 처음 본다", "도대체 건설을 하자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정말 너절하다", "직접 나와 봤는데 말이 안 나온다" 등의 수위 높은 표현을 사용했고 이들은 매체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고위 책임자 및 관료들에게는 엄하게 대함으로써 국정을 챙기는 '참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고, 일반 주민들에게는 민생을 챙기는 '따뜻한 지도자' 이미지를 선전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해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아울러 지난해 4월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 총력을 선언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관료들의 안일한 일처리에 불만을 표출하는 한편, 장기화되는 대북제재 국면에 대한 조바심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정주년(5년·10년 단위로 꺾이는 해)'과 '당창건 75주년', '경제발전 5개년 전략 결산의 해'인 2020년에 맞춰 주민생활 개선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통치 정당성을 공고화할 구상이었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경제성장률 및 식량생산은 뒷걸음질 쳤고, 이같은 상황에서 체제 선전·선동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역으로 체제에 대한 회의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경제난에 대한 책임을 나태한 간부들에게 돌리고 주민들의 분노도 간부들에게 향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자신은 이렇게 경제발전에 힘쓰고 있는데 간부들이 안 따라오는 탓에 성과가 없다'고 선전하려는 것"이라며 "주민들의 불만을 다른 곳에 향하게 하는것은 북한이 그동안 수차례 펼쳐온 전형적인 통치 전략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중산층이 빠르게 무너지는 동시에 외부세계의 정보 유입까지 늘어나면서 밑바닥 주민들의 불만이 날로 끓어오르고 있는 상황이다"며 "김정은 스스로도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북한 사상 가장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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